상상에 빠진 고양이 0485 비 오는 날!
16.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초등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여 있었어요.
노란 냄비 쓴 아이들 머리 위로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들렸어요.
투툭
뚜투뚜
툭투꾹
뚜투뚜투
톡탁똑딱
빗방울이 굵어질수록 소리는 더 요란했어요.
조용히!
아이들은 노란 냄비가 내는 소리를 듣고 있었어요.
"여러분!
잠시 후에
<(주) 남선 냄비> 사장님께서 인사말씀이 있겠습니다."
교무주임 선생님 말이 끝나자
<(주) 남선 냄비> 사장님이 단상에 올라와 마이크 앞에 섰어요.
"안녕하세요!
노란 냄비를 사랑해 줘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저희 회사 매출이 두 배로 올랐습니다.
비록!
작은 돈이지만 학교에 장학금과 기부금을 낼 수 있어 기쁩니다.
앞으로도 노란 냄비를 아껴주시고 애용해 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주) 남선 냄비> 사장님의 인사말이 끝나고 기부금과 장학금 전달식이 있었어요.
빗방울 소리는 더 요란했어요.
노란 냄비에 부딪치며 내는 빗방울 소리가 학교 운동장에 메아리쳤어요.
영수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노란 냄비 쓰고 다니는 학교로 전 세계에 알려졌어요.
전 세계 방송국에서 취재하러 왔어요.
특히
비 오는 날!
학교 운동장에서 전교생 조회를 하는 날이면 더 많은 방송국 기자들이 몰려왔어요.
"신기하단 말이야!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노란 냄비를 모자로 쓸 생각을 하다니.
한국적 아이디어야!"
외국 기자들은 노란 냄비 쓴 아이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말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노란 냄비는 다양하게 변했어요.
노란 냄비 손잡이에 인형을 매달고 다니는 아이
노란 냄비에 스티커를 붙여 다니는 아이
노란 냄비 속에 라면 한 봉지 넣고 쓰고 다니는 아이
노란 냄비 속에 축구공 넣고 머리에 이고 다니는 아이
노란 냄비를 도시락으로 사용하는 아이
노란 냄비는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었어요.
영수는 고양이 신을 꿈에서 만난 뒤 달라졌어요.
용돈을 모아 고양이 사료를 사 와 학교 쓰레기장에 두고 아침마다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었어요.
배고픈 고양이들이 하나둘 학교 쓰레기장으로 모였어요.
학교 쓰레기장에 살던 고양이 씀바도 배고픈 고양이를 쫓아내지 않았어요.
그 옆에 살던 고양이 낑깡과 삐삐도 배고프면 학교 쓰레기장을 찾아 사료를 먹고 갔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삐삐가 쓴 노란 냄비는 자꾸만 찌그러졌어요.
삐삐는 노란 냄비 위에 들어가 잠자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낑깡은 노란 냄비 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어요.
덩치가 큰 이유도 있었지만 밥그릇이라는 이유를 들어 노란 냄비 속에는 들어가지 않았어요.
성질 고약한 고양이 팅팅도 학교 소식을 들었어요.
새까만 솥단지를 쓰고 장미아파트 담을 넘은 팅팅은 학교 쓰레기장으로 향했어요.
"무거워!
도저히 쓰고 다닐 수 없어.
그런데
저 녀석들이 쓴 노란 냄비는 무겁지 않을까?"
팅팅은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노란 냄비가 궁금했어요.
삐삐가 쓴 노란 냄비를 빼앗고 싶었지만 실패만 했어요.
삐삐 곁에는 엄마고양이 낑깡이 같이 다녔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이거라도 써야지!
나는 노란 냄비보다 크고 더 좋은 새까만 솥단지가 있어.
히히히!
내가 더 멋지지.
사료를 모두 빼앗아 올 거야."
팅팅이 소리치며 달렸어요.
무거운 솥단지 모자 때문에 빠르진 않았어요.
학교 쓰레기장!
밤에 신나게 노래 부르며 춤추고 놀았던 고양이들이 낮잠 자고 있었어요.
담장 위에도 두 마리 고양이가 자고 있었어요.
새까만 비닐봉지에 들어가 잠자는 고양이도 있었어요.
그릇에 남은 사료가 햇살을 받으며 배고픈 고양이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멀리
학교 담장 밑으로 그림자가 보였어요.
새까만 솥단지 쓴 고양이 그림자 같았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