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 빠진 동화 0486
고추밭 허수아비
진수 할아버지가
고추밭에 허수아비를 만들어 놨어요.
검정 모자를 쓰고 빨간 반코트를 입은 허수아비었어요.
파란 목도리도 하고 있었어요.
며칠 후
오른쪽 주머니에 개구리 한 마리가 이사 왔어요.
또 며칠 후
왼쪽 주머니에 들쥐 한 마리가 이사 왔어요.
빨간 반코트 속에는 주머니가 두 개 더 있었어요.
"안녕!
반갑다."
개구리가 들쥐에게 인사했어요.
"안녕!
반가워."
들쥐도 반갑게 인사했어요.
들쥐와 개구리는 낮에 주머니 속에서 잠만 잤어요.
밤이 되어야 활동했어요.
보름달이 떴어요.
개구리가 주머니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노래 불렀어요.
개골개골
개골개골
들쥐는 주머니 속에서 개구리 노래를 들었어요.
개골개골
개골개골
개구리 노랫소리는 점점 커졌어요.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어."
들쥐는 일어났어요.
먹을 것을 찾아야 했어요.
꼬르륵
꼬륵
들쥐 뱃속에서 노랫소리가 들렸어요.
"히히히!
나는 뱃속에서 노래 부르지."
들쥐는 신났어요.
"이봐!
내 노래 들어 봐.
난!
너처럼 입으로 노래하지 않아.
뱃속에서 노래해."
들쥐가 개구리를 향해 크게 외쳤어요.
개구리는 노래를 멈췄어요.
조용히!
들쥐 노래를 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들쥐 노래는 들리지 않았어요.
풀벌레 소리만 요란했어요.
"안 들려!
거짓말이지."
개구리가 들쥐를 향해 말했어요.
하지만
주머니 속에 들쥐는 없었어요.
먹이를 찾으러 외출한 뒤였어요.
개골개골
개골개골
개골개골
개골개골
유난히!
달빛이 빛났어요.
들쥐는 먹이를 찾으면 집으로 날랐어요.
며칠이 지나자!
반코트 주머니가 길게 늘어났어요.
허수아비 어깨도 기울었어요.
곧!
넘어질 것 같았어요.
개구리는 불안했어요.
집을 빼앗길 것 같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집을 빼앗길 수 없어."
개구리는 주머니에서 펄쩍 뛰어내렸어요.
들판에서 작은 돌을 찾았어요.
하나씩 물고 집으로 날랐어요.
하나둘!
작은 돌이 늘어나자 허수아비 어깨도 평행을 이뤘어요.
그런데
허수아비 키가 작아졌어요.
반코트 끝자락은 땅에 닿고 말았어요.
고추가 주렁주렁 열렸어요.
고추밭 허수아비는 보이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