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동화 0015
누가 누가 잘하나!
검은 고양이 <덴디>는 그림 그리기 대회를 열었어요.
들판에 사는 곤충들이 참가했어요.
토끼와 고양이가 당근과 무를 들고 모델로 참가했어요.
토끼는 무대에서 당근을 한입 베어 먹었어요.
고양이는 꼼짝하지 않고 흰 무를 잘 들고 있었어요.
"너도 한 입 먹어 봐!
맛있어."
토끼가 고양이에게 말했어요.
"먹으라고!
모델이 먹으면 어떡해."
고양이는 토끼처럼 먹지 않았어요.
"이봐!
들고 있으면 무겁잖아.
한 입씩 먹어 봐.
가벼워서 들고 있기 편해."
토끼는 당근을 한 입 베어 먹었어요.
"넌!
혼나겠다."
고양이는 걱정되었어요.
'아작아작!'
당근 씹어 먹는 소리가 들렸어요.
<덴디>는 곤충들의 그림을 지켜보며 토끼가 당근 먹는 것도 몰랐어요.
나비는 그림 솜씨가 좋았어요.
당근 들고 있는 토끼를 거꾸로 그렸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야?
거꾸로 그리다니!"
<덴디>가 물었어요.
"심심하잖아요!
저 녀석이 당근을 다 먹겠어요."
나비의 말을 들은 <덴디>는 무대를 올려다봤어요.
토끼 손에 있던 당근을 반이나 먹은 상태였어요.
<덴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쇠똥구리도 당근 들고 있는 토끼를 그렸어요.
그런데
당근에 먹은 흔적이 없는 그림이었어요.
"무대에 있는 모델을 보고 그린 거야!"
<덴디>가 물었어요.
"선생님!
저 녀석 앞니를 보세요.
무엇이든!
잘 먹게 생겼잖아요.
당근!
다 먹었어요.
처음 들고 있는 모습 생각하며 그리는 중이예요."
쇠똥구리의 대답이었어요.
<덴디>는 할 말이 없었어요.
당근 들고 있는 토끼와 무 들고 있는 고양이 그리는 것인데 토끼 손에 당근은 없었어요.
당근을 다 먹은 토끼!
고양이가 들고 있는 무를 빼앗아 말벌과 <덴디>가 있는 곳으로 갔어요.
<덴디>는 토끼를 지켜봤어요.
"이게 그림이야!
토끼가 들고 있는 게 없잖아.
다시 그려!"
토끼가 외쳤어요.
"뭐라고!
다시 그리라고.
조금 전에 들고 있던 당근 다 먹었잖아.
그러니까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토끼야.
한 마디만 더해 봐.
이를 다 뽑아버릴 테니!"
하고 말벌이 말했어요.
<덴디>는 듣고만 있었어요.
바람이 불었어요.
물감이 튀었어요.
토끼는 뒤로 물러났어요.
"잘 봐!
하얀 무를 들고 있잖아.
그러니까
다시 그려야 해."
토끼가 한 마디하고 무대로 도망쳤어요.
말벌은 토끼 엉덩이에 침을 한 방 쏘고 싶었어요.
앞니도 뽑아버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꾹 참았어요.
호랑나비가 그리는 당근과 무를 <덴디>가 지켜봤어요.
"토끼와 고양이는 안 그릴 거야!"
<덴디>가 묻자
"네!
토끼는 꼼지락 거려서 그릴 수 없고
고양이는 죽은 시체 같이 서 있어서 그리기 싫어요."
호랑나비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그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토끼는 모델 역할을 하지 않았어요.
고양이는 꼼짝 않고 잘 버텼지만 그리기 싫었어요.
"미세한 바람!
작은 에너지에 꿈틀거리는 생명체를 그리고 싶은 거군."
<덴디>가 말하자
호랑나비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무대가 멀어요!
미세한 바람에 휘날리는 털의 모습은 그리기 어려워요.
당근과 무도 상상하며 그렸어요.
가까운 곳에 모델이 있으면 좋겠어요."
<덴디>가 봐도 무대는 멀었어요.
가슴이 뜨끔했어요.
무대까지 걸어가 모델을 자세히 보고 오는 곤충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흥미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
무엇이든!
꾸준히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덴디>는 그리기 대회에 나온 곤충들이 자랑스러웠어요.
많은 동물이
다음 그리기 대회에 참가했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덴디>가 종이와 물감을 챙겼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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