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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야기!-3

상상에 빠진 동화 0557

by 동화작가 김동석

3. 송화의 일기!




새벽마다

송화는 동생들을 깨웠어요.


"잘 들어봐!

벌레가 배춧잎 갉아먹는 소리

밤이랑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

달팽이가 기지개 켜는 소리

꽃이 이슬을 꿀꺽 마시는 소리

들리지!"


송화의 말이 끝나자

동생들은 숨을 참아가며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를 찾았어요.


'뿌~웅'


막내 고운이 방귀를 뀌고 웃었어요.


"야!

방귀 뀌면 어떡해.

냄새나잖아."


윤재가 동생을 바라보며 코를 손으로 막았어요.


"형도 방귀 뀌잖아!"


막내 고운이 다가오며 말했어요.


"조용히!"


송화는 동생들에게 말하고 집중했어요.

그런데

집중할수록 머릿속에는 방귀소리만 요란했어요.

호기심 많은 송화는 아침마다 듣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어요.

자연을 친구 삼아 쓴 일기로 상을 탔던 송화는 무엇이든 보고 관찰하는 취미가 있었어요.


학교 가는 길!

길가에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어요.

송화는 언니(소라)를 따라가지 않고 오빠들을 따라갔어요.


"송화야!

너를 롭힌 친구가 영수라고 했지."


큰오빠가 물었어요.


"응!

영수가 놀리고 때렸어."


송화는 영수가 싫었어요.

학교 갈 때나 학교에서 놀리는 영수를 혼내주고 싶었어요.

오빠들은 여동생을 놀리는 친구들이 있으면 혼내주었어요.

소라는 놀리는 친구들이 없었어요.

그런데

송화는 놀리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송화가 오빠들을 믿고 먼저 장난칠 때도 있었어요.


큰오빠는 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영수를 혼냈어요.

영수는 우재 형이나 우길 형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송화를 놀리고 괴롭히는 게 재미있었어요.

송화는 일기 읽는 시간이 좋았어요.

선생님과 친구들이 송화 일기를 기다릴 때가 많았어요.

자연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글이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감동을 주었어요.


"채송화!

일기 읽어 봐."


담임선생님이 말하자

송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기장을 펼쳤어요.

목소리를 가다듬고 천천히 읽었어요.

친구들도

송화가 동화구연하듯 읽는 일기를 기대하고 있었어요.




2025년 10월 12일 맑음/공주가 된 소녀


가족이 대추농장에 갔다.

사과대추가 주렁주렁 열렸다.

대추나무 가지가 축 쳐진 것을 보고 놀랐다.

무겁구나!

많이 무거울 거야.

사과대추가 많이 열렸어.

빨리 따줘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나뭇가지가 부러질 것 같아.

뭐야!

말벌이 있잖아.

무서운데!

저 녀석들이 날 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죽을지도 몰라!

조심해야지.

하나, 둘, 셋, 넷, 다섯

뭐야!

너무 많잖아.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난!

공주란 말이야.

저리 가.

빨리 가란 말이야.

호호호!

저 녀석들 내가 공주인 줄 아는 가 봐.

하늘 높이 날아가다니.

호호호!

내가 공주란 걸 나도 잊고 살았어.

말벌이 사라진 뒤 사과대추를 하나씩 따서 바구니에 담았다.

바구니가 가득 차자 동생을 불렀다.

윤재와 고운이 달려왔다.

너희들!

공주를 봤으면 곱게 인사해야지.

마음속으로 웃는 나를 보고 두 동생이 곱게 인사했다.

대추나무에 매달린 무당벌레도 꿀벌도 나비도 같이 인사했다.

안녕!

너희들이 공주를 알아보는구나.

자식들!

......

사다리 위에 올라가 사과대추를 따던 큰오빠가 나를 불렀다.

그런데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공주라고 불러야 하는데 송화야 하고 불러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지!

내가 공주를 몰라 봤군.

공주님!

대추농장 공주님 바구니 갖다 주세요.

하고 큰오빠가 다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바구니를 들고 큰오빠에게 갔다.

호호호!

걸음도 공주처럼 걸어야지.

좋아!

사과대추도 공주처럼 웃는 것 같았다.

대추를 갉아먹던 벌레들도 고개를 내밀고 송화가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니

공주가 걸어가는 것을 지켜봤다.

왕자님!

여기 바구니 있어요.

하고 큰오빠에게 말했더니 웃으며 바구니를 받았다.

공주님!

감사합니다.

큰오빠는 여동생을 공주처럼 대접했다.

공주!

대추농장 공주가 된 나는 대추를 따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송화 일기를 듣던 친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어요.


"뭐!

공주라고.

웃기는 군."


교실 끝에 앉은 누군가 한 마디 했어요.

송화는 일기를 다 읽고 자리에 앉았어요.


"얘들아!

공주에게 문안 인사해야지."


하고 담임선생님이 말하자


"공주님!

안녕하세요."


하고 몇몇 친구들이 인사했어요.

웃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송화는 기분이 좋았어요.

쉬는 시간에 송화를 보고 공주라고 놀리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공주라고 놀리는 친구들이 밉지 않았어요.

기 읽는 날은

송화가 유난히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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