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딸!
엄마는 백수할머니집에서 쫓겨났어요.
큰 딸 은옥도 보고 작은 딸 선옥이 호적도 옮길 생각이었지만 불가능했어요.
할머니는 딸도 보여주지 않고 대문 밖으로 쫓아냈어요.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오는 거야!
다시는 오지 마."
하고 할머니가 말했어요.
"어머니!
은옥일 한 번만 보고 가게 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하고 엄마가 울며 애원했지만 소용없었어요.
할머니는 대문을 걸어 잠그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어머니!
선옥이 호적이라도 옮기도록 도와주세요.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려면 호적을 옮겨가야 해요.
어머니!
제발 부탁드려요."
하고 엄마는 선옥이 호적이라도 옮겨갈 생각으로 대문을 두드리며 애원했어요.
그런데
할머니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이 씨 집안의 아이를 다른 집안 호적에 올리는 것을 반대했어요.
"집안이 뭐가 중요해요!
아이를 학교는 보내야 되잖아요.
그렇게 싫으면
선옥이도 데려다 키우고 학교도 보내세요."
화난 엄마가 크게 외쳤어요.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엄마는 백수에서 염산 새아빠집까지 울며 와야 했어요.
그 뒤로도!
엄마는 백수 할머니집을 몇 번이나 찾아갔어요.
선옥일 학교에 보내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할머니와 가족들은 선옥이 호적을 넘겨주지 않았어요.
"선옥아!
미안하다.
엄마가 더 이상 할 수 없다."
봄이 되자
엄마는 밭일도 많았고 백수에 갈 힘도 없었어요.
백수 할머니집에서 호적을 옮겨주지 않아서 선옥은 학교에 갈 수 없었어요.
선옥은 새아빠집에서 살면 친구도 없었어요.
할머니 구박을 이겨내는 것도 힘들었어요.
복심의 시기와 질투도 이겨내기 힘들었어요.
선옥은 슬프고 힘들 때마다 장독대에 가서 울었어요.
장독대 요정이 나타나 선옥과 함께 놀아주고 용기를 심어줘 살 수 있었어요.
엄마가 또 남동생을 낳았어요.
새아빠집에서는 마을잔치를 벌었어요.
사대 독자인 새아빠가 두 아들과 딸을 얻은 뒤 처음으로 마을잔치를 열었어요.
엄마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어요.
새아빠는 병이 악화되어 병원을 자주 다녔어요.
집에서 아이 돌보는 할머니는 선옥을 구박주기 바빴어요.
"선옥아!
둘째 업고 밭에 갔다 와라."
둘째 여동생 선심이 젖먹일 시간이었어요.
선옥은 둘째 남동생 명득을 업고 엄마가 일하는 밭으로 향했어요.
"명득아!
저기 엄마 있다."
선옥은 밭에서 일하는 엄마를 보고 동생에게 말했어요.
"엄마!
명득이 데리고 왔어요."
하고 선옥이 엄마를 불렀어요.
"엄마!
엄 마 ~ 아."
명득이 선옥 등에서 엄마를 불렀어요.
엄마가 밭일을 멈추고 밭고랑 사이를 걸어왔어요.
"엄마!
할머니가 선심이 젖먹일 시간이라고 했어요."
하고 선옥이 말했어요.
엄마는 선옥이 업고 온 명득일 등에 업고 집으로 향했어요.
"선옥아!
명득인 업어주지 마.
다 컸으니 걸어 다닐 수 있어.
선심이 잘 돌봐주고."
하고 엄마가 말했어요.
선옥은 대답하지 않았어요.
할머니가 업고 가라고 해서 업었기 때문이었어요.
마을사람들은 선옥이 학교에 보내지 않을 걸 흉봤어요.
백수할머니댁에서 호적을 옮겨주지 않아서 선옥이 학교에 간 것도 몰랐어요.
"아이를 돌봐야 하니까!
선옥일 학교에 보내지 않은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이웃집 사는 아주머니가 마을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선옥이 들었어요.
그런데
선옥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어요.
새아빠가 아프기 때문에 집안일을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새아빠나 할머니는 선옥을 학교에 보낼 생각도 없었어요.
서울 이모가 선옥과 복심이 옷을 사 왔어요.
처음으로
선옥은 새 옷을 입고 행복했어요.
공주가 된 것 같았어요.
"선옥아!
빨리 옷 벗어.
어디 갈 때만 입어."
하고 엄마가 선옥이 입고 있던 새 옷을 벗이라고 했어요.
선옥은 새 옷을 벗고 싶지 않았어요.
새 옷을 벗으면 복심이 빼앗아갈 것 같았어요.
"빨리 벗어!"
복심이 화난 표정 지으며 말했어요.
선옥은 새 옷을 벗었어요.
엄마가 새 옷을 앞닫이 속에 넣었어요.
선옥은 방을 나와 장독대로 향했어요.
장독대 요정이 보고 싶었어요.
"요정님!
새 옷 선물 받았어요."
하고 선옥이 자랑하듯 말했어요.
"어디!
입고 와야지.
방에 들어가서 입고 나와 봐."
하고 장독대 요정이 말했어요.
선옥은 엄마가 어디 갈 때만 입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엄마는 새아빠집에서 남동생 둘과 여동생 둘을 낳았어요.
하늘나라로 간 쌍둥이 동생 둘까지 합치면 여섯이나 낳았어요.
새아빠는 아픈 몸이지만 엄마와 사이가 좋았어요.
여동생(복심)과 남동생(강일과 명득)은 학교에 다녔어요.
그런데
선옥은 학교에 다니지 못해 서러웠어요.
엄마는 선옥을 늦게라도 학교에 보내고 싶었지만 호적이 없어 보낼 수 없었어요.
"복심아!
나도 글자 가르쳐 줘."
하고 선옥이 복심에게 말했어요.
"저리 가!
숙제해야 하니까.
언니는 학교에 안 가니까 글자 몰라도 되잖아."
복심은 언니가 글자 배우는 것이나 학교에 가는 것도 싫었어요.
할머니와 복심의 시기와 질투가 선옥을 힘들게 했어요.
밭에서 일하는 엄마는 선옥이 학교에 안 가고 동생들을 돌봐주니까 일하기 편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 마음이 아팠어요.
할머니에게 혼난 선옥은 장독대로 향했어요.
장독대 요정이 보고 싶었어요.
장독대 옆에 앉아 선옥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어요.
"선옥아!
울지 마라.
천상의 신들이 착한 선옥을 내려다보고 있단다.
곧!
신들이 너를 축복해 줄 거야.
울지 마.
아랫마을에 가면 큰 감나무 옆에 집이 있어.
그곳에 학교에 가지 않는 친구가 있을 거야.
그런데
그 친구는 말을 들을 수 없어.
등을 두드리면 뒤돌아 보고 눈을 마주 보고 말해야 할 거야.
지금 가봐!"
하고 장독대 요정이 말했어요.
선옥은 요정에게 인사하고 아랫마을을 향해 뛰었어요.
학교에 가지 않는 친구가 있다는 말에 신났어요.
그 친구와 함께 놀면 좋을 것 같았어요.
같은 또래 친구가 없던 선옥은 친구가 생긴다는 기대감에 기분이 좋았어요.
"선옥아!
선옥아 어디 가."
할머니가 선옥을 불렀어요.
"네!
할머니.
아랫마을에 가요."
가던 길을 멈추고 선옥이 대답했어요.
"뭐 하러 가!
샘터에 가서 물 길러 와야지.
항아리에 물이 하나도 없다."
하고 할머니가 말했어요.
선옥은 뒤돌아 와야 했어요.
집에 돌아온 선옥은 물통을 들고 샘터로 향했어요.
그런데
마음이 아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