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4

by 동화작가 김동석

요정의 선물!



항아리에 물을 다 채운 선옥!

아랫마을 친구를 찾아갈 준비를 하는 데 할머니가 또 불렀어요.


"땔감도 없어!

놀 생각만 하지 말고 산에 가서 땔감 해 와."


하고 할머니가 말했어요.

선옥은 뒷산으로 땔감을 하러 갔어요.

아랫마을 친구를 찾아갈 꿈도 꿀 수 없었어요.


선옥은 낮에는 학교에 다니지 않은 동생들을 돌봐야 했어요.

또 밭에 가서 엄마 일을 도와줄 때도 있었어요.

집안 빨래도 개울가에 가서 했고 솥단지에 밥도 했어요.

장독대 요정을 보러 갈 시간도 없었어요.

저녁이 되어야 장독대에 갈 수 있었어요.


선옥은 마을 뒷산으로 올라갔어요.

땔감바구니를 등에 지고 가는 선옥은 힘이 없어 보였여요.


"선옥아!

같이 가자."


옥자와 점자가 따라오며 불렀어요.

청각장애가 있는 옥자는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며 순옥에게 이야기했어요.

순옥은 옥자의 입과 눈을 바라보며 말하는 것을 자세히 지켜봤어요.


"정말!

땔감을 많이 해서 준다고?"


하고 순옥이 묻자


"응! 응!"


하고 옥자가 웃으며 대답했어요.

순옥과 점자도 웃으며 걸었어요.


순옥은 기분이 좋아졌어요.

몸집이 작은 순옥은 친구들에 비해 땔감을 조금밖에 할 수 없었어요.

짊어지고 오는 것도 힘들었어요.

오늘은

옥자와 점자가 땔감을 많이 해 집 앞까지 가져다준다고 했어요.

순옥은 친구들이 있어 집안일이나 밭일하는 것도 힘들지 않았어요.

저녁때나 숲으로 나무하러 갈 때 친구들을 만나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친구들을 만나면 학교에 가지 않은 것도 슬프지 않았어요.


보름달이 뜬 날!

선옥은 방을 나와 장독대를 향했어요.

간장 항아리를 열고 새까만 간장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봤어요.


"오랜만이야!

잘 지내는 거야?"


장독대 요정이 선옥에게 물었어요.


"네!

학교 가지 않은 동생들이 말을 잘 들어요.

할머니도 잔소리가 줄었어요.

그런데

새아빠가 많이 아파요."


선옥은 집안일에 대해 요정에게 설명해 주었어요.

요정은 선옥을 위해 달님에게 기도해 주었어요.

신의 축복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달님도 별님도 선옥을 지켜주기로 약속했어요.



선옥이 나이 먹을수록 할머니 구박이 심했어요.

엄마는 선옥을 할머니 곁에서 떨여 뜨려 놓고 싶었어요.


따뜻한 봄날!

선옥은 엄마와 함께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뽕나무집으로 향했어요.

선옥은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를 따라갔어요.


"선옥아!

할머니 잔소리 듣기 싫으면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렴.

그래야

너도 살아갈 수 있을 거야.

동생들이 널 괴롭히거나 투정 부리지도 않을 거야.

알았지!"


엄마는 속이 탔지만 선옥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아저씨!

아침마다 뽕잎 따는 일 좀 하게 해 주세요.

품삯은 적당히 주시고요.

집안일을 잘하니까 뽕잎 따는 것도 잘할 거예요."


하고 엄마가 김 씨 아저씨에게 선옥을 부탁했어요.

누에를 키우는 뽕나무집 아저씨는 선옥이 일하도록 허락해 주었어요.


복심은 학교에서 돌아와 선옥을 찾았어요.

그런데

선옥은 없었어요.


"할머니!

선옥이 어디 갔어요."


"몰라!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어.

어디를 갔는지 오면 혼내야겠다."


할머니는 사라진 선옥을 찾다 포기했어요.

복심은 아랫마을까지 선옥을 찾으러 다녔어요.

선옥에게 원피스 빨아달라고 했는데 방에 그대로 있는 원피스를 보고 복심은 화가 났어요.


"할머니!

원피스 빨아줘요.

내일

학교에 입고 가야 해요."


복심은 할머니를 졸랐어요.

할머니는 개울가에 가서 빨래하는 게 싫었어요.


"기다려 봐!

선옥이 곧 올 테니."


할머니는 선옥이 저녁 늦은 시간에 오는 걸 몰랐어요.

뽕나무밭에 일하러 간 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어디 갔다 왔어!

원피스 빨아달라고 했잖아.

빨리 빨아 와."


하고 복심이 선옥에게 말했어요.

복심은 선옥에게 언니라는 말도 하지 않았어요.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온 선옥은 원피스를 들고 개울가로 갔어요.

빨래하는 선옥의 모습을 달빛이 개울물에 비추고 있었어요.


선옥을 뽕잎을 열심히 따러 다녔어요.

점심시간에 보리밥도 맛있게 먹었어요.

선옥은 잔소리하는 할머니를 보지 않아서 좋았어요.


"엄마!

고마워요."


선옥은 엄마의 사랑을 느꼈어요.

선옥은 일만 시키고 동생 편만 들어서 엄마를 미워했어요.

새아빠랑 같이 있는 것도 싫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선옥의 아픈 마음을 알고 할머니와 떨어져 있게 해 준 것이 고마웠어요.

장독대 요정의 선물 같았어요.

선옥이 기도한 것을 달님이 들어준 것 같았어요.

엄마는 선심이 밑으로 두 남동생(일영과 명일)을 낳았어요.

선옥이 밑으로 여섯 동생이 생긴 샘이었어요.


아침부터

새아빠는 병원에 갔어요.

요즘 들어 병원에 자주 가는 것 같았어요.


엄마가 새아빠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날!

선옥은 뽕잎 따러 갈 때 막냇동생(명일)을 업고 갈 때가 있었어요.

할머니도 힘이 없고 막냇동생을 돌볼 수 없었어요.

막냇동생을 업고 뽕잎 따는 일은 힘들었어요.

선옥이 힘들 때마다 바닥에 내려놓아도 막냇동생은 울지 않았어요.

그런데

엄마와 새아빠가

며칠 동안 병원에서 돌아오지 않았어요.


저녁밥을 먹은 선옥은 아랫마을로 향했어요.

옥자를 만나러 갔어요.

선옥은 친구가 생겨 좋았어요.

청각 장애를 가진 옥자는 손으로 수화를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선옥은 수화도 할 줄 몰라 눈을 마주 보고 말했어요.

입 모양과 눈을 바라보고 옥자가 선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어요.


"선옥아!

내일 낮에 개울가에서 만나자.

점심 먹고 빨래하러 와."


옥자는 선옥과 미리 약속을 하고 개울가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선옥은 옥자를 만난 뒤 힘든 일도 힘들지 않은 것 같았어요.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좋았어요.

아침에 뽕잎 따러 가는 것도 즐거웠어요.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집안 일하는 것도 힘들지 않았어요.

일을 마치고 아랫마을 옥자를 만나러 가는 시간이 제일 좋았어요.

옥자네 집에서 늦게까지 놀다 잠자고 오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남의 집에서 자는 것은 새아빠와 엄마가 허락하지 않았어요.

선옥은 옥자와 헤어지고 집으로 향했어요.

한 손에는 개울가에서 빨았던 빨래를 들려 있었어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선옥은 쓰러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