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7

by 동화작가 김동석

새아빠의 사랑!




학교 가고 싶은 선옥은 슬펐어요.

동생들은 학교에 다녔지만 제일 나이 많은 선옥은 학교에 갈 수 없었어요.

엄마가 재혼만 하지 않았어도 학교에 갈 수 있었어요.

엄마가 첫 결혼한 시집에서 쫓겨나지만 안았어도 선옥은 학교에 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재혼하며 따라온 선옥은 호적을 옮기지 않아서 학교에 갈 수 없었어요.


"글자를 읽을 줄 알아야 하는데!

어떡하면 좋을까."


선옥은 책상 위에 있는 책을 펼치며 소곤거렸어요.


'선옥아!

밭에 가자."


엄마가 선옥을 불렀어요.

선옥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어요.

엄마가 밭으로 향했어요.

선옥은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엄마 뒤를 따랐어요.


새아빠는 창고에 들어가 곡괭이를 찾았어요.

막냇동생(명일)이 새아빠 곁에서 지켜봤어요.


"아빠!

뭐 할 거예요?"


하고 명일이 묻자


"우물!

마당 끝에다 팔 거야."


하고 새아빠가 말하자

명일은 신났어요.

선옥 누나가 샘터까지 물 길러 가지 않아서 좋았어요.


"명일아!

누나들 오기 전에 흙 저리 옮겨다 버려."


하고 새아빠가 파낸 흙을 명일이 조금씩 옮겨다 마당 끝 감나무 밑에 버렸어요.


선옥이 밭에서 돌아온 뒤 깜짝 놀랐어요.

새아빠가 우물 판다는 말을 명일에게 들었어요.


"누나!

이제 샘터까지 물 길러 가지 않아도 돼.

좋지!"


하고 명일이 물었어요.

선옥은 가슴이 뛰었어요.


"응!

좋아."


하고 대답한 선옥은 새아빠를 쳐다봤어요.


"뭐 해!

흙 저리 같다 버려야지."


하고 새아빠가 선옥을 보고 말했어요.

아픈 몸을 이끌고 삽과 곡괭이로 흙을 파내는 새아빠를 바라본 선옥은 아빠의 사랑을 느꼈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동생들이 함께 흙을 날랐어요.

그런데

복심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누나!

나와서 흙 옮겨야 해."


하고 막냇동생(명일)이 방문 앞에서 외쳤어요.

그런데

복심은 책상 앞에 앉아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새아빠가 지치면 선옥이 우물에 들어가 흙을 팠어요.

흙을 바구니에 담아 올려주면 동생들이 감나무 밑에 버렸어요.

선옥은 힘들었어요.

그런데

샘터까지 물 길러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했어요.


새아빠는 물이 안나와 애가 탔어요.

파도파도 끝이 없었어요.

우물 속에서 먹는 점심도 맛이 없었어요.


"포기할 순 없어!

아이들을 생각하자."


아픈 몸을 잊고 삽과 곡괭이를 들고 일했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동생들도 열심히 흙을 날랐어요.

새아빠는 힘들면 우물 파던 일을 멈추고 바닥에 누워 쉬기도 했어요.

선옥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물이 안 나와!

이곳은 물길이 아닌가 싶다.

어쩌나!"


새아빠는 앉아 한 참 생각했어요.

깊게 판 우물안에서 새아빠는 아이들을 생각했어요.

특히

선옥이 샘터까지 걸어서 물길러 오는 모습이 떠올랐어요.

새아빠는 곡괭이를 들었어요.


"끝까지 판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누가 이기나 보자!"


새아빠는 의지를 불태우며 우물을 팠어요.


"아빠!

제가 팔게요.

밖으로 나와서 좀 쉬세요."


선옥은 지친 아빠를 불렀어요.

아빠가 긴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어요.


"조금만 더 파면!

물이 나올 것 같다."


하고 말한 새아빠는 평상에 누웠어요.

선옥이 사다리를 타고 우물 밑으로 들어갔어요.


선옥은 힘들었어요.

곡괭이로 딱딱한 바닥을 찍어 흙을 파는 일은 어린 선옥에게 힘들었어요.

선옥이 흙을 바구니에 채우고 밧줄을 흔들었어요.


"올려!

천천히."


동생들에게 신호를 주었어요.

동생들이 밧줄을 당겼어요.


한 참 뒤!

새아빠가 선옥을 우물에서 나오게 한 뒤 들어갔어요.

새아빠는 속도를 냈어요.

우물벽을 손으로 만지며 흙의 기운을 느껴봤어요.


"여기다!

여기를 파야겠어."


새아빠는 흙이 촉촉한 곳을 파기 시작했어요.

몇 시간이 흘렀어요.


"물이다!

물이 나온다.

선옥아!

물 나온다.

선옥엄마 물 나온다."


하고 새아빠가 외쳤어요.

새아빠는 흙탕물을 손에 담아 한 모금 마신 뒤

일어나 흙탕물 위에서 덩실덩실 춤췄어요.

새아빠는 금은보화라도 찾은듯 기뻐하며 생명수를 주신 신들에게 감사인사도 올렸어요.

선옥과 동생들이 우물안으로 고개를 드리밀고 내려다 봤어요.


"선옥아!

막걸리 한 병 사와라.

우리 가족에게 생명수를 주신 지신(땅의 신)에게 고사를 지내야겠다."


하고 새아빠가 말하자

선옥은 막걸리 사러 갔어요.


"선옥아!

그동안 고생했다.

매일

먼 샘터까지 물길러 다녀서 고생했다."


마당에서 일하던 엄마가 선옥을 꼭 안고 말했어요.

선옥은 엉엉 울었어요.

아랫마을 가게까지 가는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새아빠는 우물 주변을 정리했어요.

안전한 우물을 만들어 자녀들이 위험하지 않게 우물 뚜껑도 만들어 덮었어요.


선옥은 행복했어요.

처음으로 새아빠의 사랑을 느낀 것 같았어요.

선옥은 새아빠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줄 알았어요.


선옥이네 집에 우물이 생기면서 마을에 변화가 생겼어요.

집집마다!

우물을 파는 곳이 많아졌어요.

어떤 집은 우물을 쉽게 팠지만 어떤 집은 몇 달이 되어도 물이 나오지 않아 포기하기도 했어요.


선옥은 오랜만에 옥자네 집에 갔어요.

옥자는 집에서 책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었어요.


"옥자야!

글 읽을 수 있어."


하고 선옥이 말하자


"응!

글 읽을 수 있어서 좋아.

선옥아!

너도 이웃마을 서당에 다녀.

학교 가지 않아도 서당에 가면 글을 배울 수 있어."


하고 옥자가 말했어요.

선옥은 서당에 대해서 몰랐어요.

서당에서도 글을 읽을 수 있게 가르친다는 걸 알았어요.


선옥과 옥자는 점자네 집으로 향했어요.

점자 생일을 축하해 주러 갔어요.


병원에 입원했던 할머니가 집에 왔어요.


"할머니!

아빠가 우물 팠어요."


하고 명일이 할머니를 보고 말하자


"누가 팠다고!

아빠가 우물을 팠어.

미쳤군 미쳤어.

아픈 몸을 이끌고 우물을 팠다고!"


"네!

할머니 물도 잘 나와요.

가서 보세요."


하고 명일이 할머니 손을 이끌고 우물로 향했어요.

할머니는 우물 뚜껑을 열고 우물 안을 살폈어요.


"할머니!

선옥이 누나가 샘터에 물 길러 가지 않아 좋겠죠."


명일이 말하자


"그래!

아픈 몸이나 챙기지 우물은 왜 팠어.

정신 나갔군!"


할머니는 우물에 물이 가득 찬 것을 보고도 아픈 아들 걱정을 했어요.

방에서 놀던 복심은 할머니 목소리가 들리자 방문을 열고 나왔어요.


"할머니!"


하고 복심이 부르며 할머니에게 달려갔어요.

복심은 선옥이가 한 일을 할머니에게 고자질하기 시작했어요.


"할머니!

우물이 더려우니까.

먹는 물은 샘터에서 길러오라고 해요."


하고 복심이 말하자

여동생(선심)이 듣고 있었어요.

선심은 언니(복심) 편도 아니고 할머니 편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언니(복심)가 선옥 언니를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것을 보고 슬펐어요.


선심은 선옥 언니를 찾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