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고 싶다!
장독대 앞에 물항아리를 내려 놓은 선옥은 마당에 버려진 옷을 주웠어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찢어진 치마를 가슴에 안았어요.
"내가 다 일렀어!
할머니한테 다 일렀어.
넌!
혼나야 해."
복심은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씩씩 거리며 말했어요.
선옥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버려진 옷을 주워 할머니 방에 갖다 놓고 나왔어요.
"한 번만 더!
옷 버리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하고 선옥이 복심을 보고 말했어요.
마당에서 일하던 할머니도 들었어요.
선옥의 목소리는 억울하고 분하고 슬펐어요.
"어디서 큰 소리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할머니!
선옥이 혼내줘요."
하고 복심이 할머니에게 다가가며 말했어요.
할머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복심은 할머니 앞에서 선옥의 동태를 살폈어요.
선옥은 복심을 가만두면 또 옷을 버리고 찢을 것 같았어요.
옷도 많지 않은데 찢어진 치마가 두 개나 되었어요.
방에 있는 복심이 옷도 꺼내 찢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선옥은 참았어요.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선옥에게 더 이상 잔소리 하지 않았어요.
잠자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저녁밥 먹은 뒤!
선옥은 옥자에게 갔어요.
옥자를 며칠 동안 보지 못해서 보고 싶었어요.
"옥자야!"
선옥이 부르며 옥자 방문을 열었어요.
청각장애가 있는 옥자는 문이 열리자 선옥을 보고 좋아했어요.
"보고 싶었어!
할머니 왔어?"
하고 옥자가 선옥에게 물었어요.
손가락을 폈다 오므렸다 하며 선옥에게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했어요.
"뭐라고!
점자랑 싸웠다고.
아니!
싸운 게 아니라 나쁜 계집애라고.
뭐야!
천천히 말해 봐."
선옥은 옥자 수화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며칠 동안 보지 않았다고 수화를 다 까먹은 것 같았어요.
옥자랑 점자가 싸운 것 같았어요.
개울가에서 같이 빨래하자고 약속했는데 점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어요.
옥자가 수화로 말했지만 점자는 수화를 못 알아듣고 개울가에 나가지 않았어요.
그 뒤로
점자는 옥자를 찾아오지 않았어요.
옥자는 불안하고 슬펐어요.
선옥도 안 오고 점자랑 싸운 뒤라 많이 슬펐다고 했어요.
"옥자야!
점자에게 가자.
말을 해도 잊어버릴수도 있어.
그런데
수화를 못 알아듣고 오해한 거잖아.
우리가 가서 화를 풀어주자.
우리는 친구잖아!"
하고 선옥이 말하자
옥자도 기분 좋은 듯 가자고 했어요.
"기다려!
찐빵 가지고 가자."
하고 말한 옥자가 장터에서 사온 찐빵을 부엌 선반 위에서 꺼냈어요.
옥자는 셋이 같이 모이면 먹으려고 찐빵 세 개를 검정봉지에 담아 넣어 두었어요.
선옥과 옥자는 찐빵 봉지를 들고 점자네 집으로 향했어요.
점자도 선옥과 옥자를 보고 좋아했어요.
선옥은 서로 의지하는 친구가 있어 좋았어요.
셋은 밤 늦게까지 수다를 떨고 놀았어요.
일요일 아침!
할머니가 손자들(강일, 명득)과 함께 읍내로 나갔어요.
아빠 병문안 가셨어요.
새아빠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 엄마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어요.
선옥이 동생들을 돌봐야 했어요.
복심은 선옥 눈치를 봤어요.
치마 찢은 것과 옷을 마당에 버린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런데
선옥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때리기만 해!
할머니한테 다 이를 거야."
하고 복심이 혼자 말을 하며 방에 앉아 있었어요.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막냇동생(명일)이 들어왔어요.
명일은 복심에게 할 말이 있었어요.
"누나!
선옥이 누나 옷 찢었어?"
하고 명일이 물었어요.
"뭐라고!
이게 어디서 까불어."
하고 복심이 말했어요.
"누나가 찢었잖아!
누나가 사준 옷도 아니잖아.
그건 나쁜 짓이야."
명일은 물러서지 않았어요.
복심이 누나가 선옥이 누나 옷을 찢고 할머니에게 고자질 하는 것을 보고 따졌어요.
"나가!
방에서 나가라고."
복심은 화났어요.
명일을 밀치며 밖으로 내보냈어요.
밖에서 동생들(선심과 일영)이 듣고 있었어요.
"너희들도 방에 들어 가!"
복심이 크게 말하자 동생들이 방으로 들어갔어요.
복심은 짜증났어요.
방에 들어 온 복심은 눈에 보이는 선옥이 옷을 집어 던졌어요.
"다 찢어버릴 거야!
내가 못할 줄 알아."
하고 말한 복심이 선옥이 치마를 붙잡았어요.
그때
방문이 열리고 선옥이 들어왔어요.
"뭐하는 거야!
또 찢을 거야.
찢어 봐!
찢어보라고.
나도
네 옷 다 찢어줄 테니까."
하고 선옥이 말했어요.
복심은 분했어요.
들고 있던 옷을 던지고 방을 나갔어요.
"할머니 오면 다 이를 거야.
엄마한테도 다 이를 거야."
하고 마루에 나간 복심이 울며 말했어요.
"다 말해!
하나도 안 무서우니까."
하고 방문을 열고 선옥이 말했어요.
그동안 듣지 못한 목소리었어요.
화난 목소리가 아닌 언니의 목소리 같았어요.
학교 가고 싶은 선옥은 책상에 앉아있을 때가 많았어요.
복심이 책을 펼쳐보았지만 글씨는 읽을 수 없었어요.
새아빠와 엄마가 한 달만에 돌아왔어요.
엄마는 집에 오자 마자 호미를 들고 밭으로 갈 준비를 했어요.
"선옥아!
너도 밭에 가자."
하고 엄마가 선옥을 데리고 밭일 하러 갈 준비를 했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복심이 엄마를 보고 고자질을 했어요.
"엄마!
복심 누나가 선옥 누나 옷을 찢었어."
하고 막냇동생(명일)이 엄마에게 말하자
복심이 명일을 쬐려봤어요.
"무슨 옷!
복심이 너.
언니 옷 찢었어."
하고 엄마가 복심에게 물었어요.
복심은 대답도 못하고 울었어요.
엄마는 복심에게 몇 마디 하고 밭으로 향했어요.
"선옥이!
넌 동생들을 잘 돌보지도 않고 뭐했어."
하고 말한 엄마가 선옥을 뭐라고 했어요.
복심도 선옥을 혼내자 마음이 풀렸어요.
밭일은 끝이 없었어요.
엄마는 아침마다 밥만 먹고 밭으로 나갔어요.
동생들이 학교에 간 뒤 선옥은 집안을 청소하고 빨래를 했어요.
선옥은 할머니에게 잔소리 듣지 않은 것만도 좋았어요.
그런데
아침마다 학교 가는 동생들을 보면 학교에 가고 싶었어요.
옥자네 집에 가서도 불만이 많았어요.
글자를 읽지 못해 속상했어요.
"나도 학교에 가고 싶다!
글자를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선옥은 집안 일을 하다가도 학교 가고 싶은 생각만 하면 속상했어요.
엄마를 조르고 싶었지만 포기했어요.
새아빠도 아파서 신경쓰지 않았어요.
선옥은 방에 들어갔어요.
복심이 앉아 있던 책상 의자에 앉아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