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이 피면!
붉은 꽃!
동백의 붉은 꽃은 활짝 피기 전 통째로 떨어졌어요.
동백꽃의 향은 강하지 않지만 색감이 뚜렷한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했어요.
붉은 동백은 애타는 사랑을 품고 있는 꽃이었어요.
추운 겨울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가장 화려하게 피는 꽃이었어요.
할머니는 숲 곳곳을 돌아다니며 동백 씨를 모았어요.
동백기름을 짜고 시장에 갔다 팔았어요.
동백 씨는 화장품원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었어요.
할머니는 동백 씨 판 돈으로 과자나 사탕을 사 와 손녀에게 주었어요.
"솔아!
집 잘 보고 있어.
할머니 시장에 갔다 올 게."
할머니는 겨울 동안 모았던 동백 씨를 보자기에 싸서 시장으로 향했어요.
"할머니!
솜사탕이랑 아이스크림 사다 주세요."
손녀는 할머니에게 맡겨둔 돈이라도 있는 듯 말했어요.
할머니는 시원하게 대답하고 집을 나섰어요.
"동백나무가 주변에 많아서 좋아!
매년 황금빛 기름을 짜서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또
시장에 내다 팔면 손녀 과자랑 사탕도 사줄 수 있어 좋고.
동백아!
고맙다."
할머니는 걸으며 동백나무에게 고마움을 전했어요.
동백나무는 할머니가 좋았어요.
동백나무는 거름도 주고 물도 주는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었어요.
가뭄이 들 때 목마른 동백나무에 물 주는 사람은 할머니뿐이었어요.
동백은 꽃을 피우려고 노력했어요.
붉은 꽃을 세상에 활짝 펴고 싶었어요.
아름다운 세상!
동백이 붉게 핀 세상은 아름다웠어요.
눈 오는 날이면!
흰 눈과 동백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동백아!
꽃을 활짝 피었구나.
고맙다."
할머니는 꽃을 피운 동백나무를 볼 때마다 고마움을 전했어요.
동백 씨가 많이 필요한 할머니였어요.
"며칠 더 기다려주세요!
따뜻한 햇살을 좀 더 쬐어야 씨가 튼튼하게 여물 거예요."
동백나무도 할머니를 만나면 이야기했어요.
동백나무는 매화가 활짝 피길 기다렸어요.
꽃이 하나둘 질 때마다 동백나무는 알았어요.
"동백꽃의 아름다움은 여기까지다!
이제
매화에게 아름다운 자리를 넘겨줘야지."
동백나무는 더 이상 꽃을 피울 생각이 없었어요.
붉은 꽃망울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마다 알았어요.
해가 뜨고 지는 이유가 있듯 동백도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을 알았어요.
강인함과 인내의 상징 매화!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우기 위한 희망을 잃지 않은 매화는 역경을 이겨낸 상징 같은 꽃이었어요.
조선시대 선비들은 매화를 청빈의 상징으로 여기며 사랑했어요.
매화는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감정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꽃이었어요.
"할머니!
매화꽃이 피었어요."
집 앞 정원의 매화분재에서 꽃망울이 올라온 걸 본 손녀가 할머니를 불렀어요.
할머니도 어제저녁때 본 매화분재였어요.
"매화가 피었다고!
아직 꽃샘추위가 남았는데.
봄이 오는가 보다.
솔아!
봄이 어디쯤 오는지 찾아봐라."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네!
할머니.
봄은 벌써 왔어요.
저기 보세요.
나비와 꿀벌이 날아다녀요."
손녀가 말한 매화나무 주변에 나비와 꿀벌이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할머니도 봤어요.
손녀가 좋아하는 걸 보고 기뻤어요.
"그 녀석!
말도 없이 찾아왔구나.
그런데
조심해야 해.
아직
겨울이 떠나지 않았잖아.
산골짜기 갔더니
눈과 얼음이 잔뜩 있더라."
하고 할머니는 뒷산 골짜기에서 본모습을 손녀에게 이야기해 주었어요.
할머니와 손녀는 뒷산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었어요.
진달래꽃망울이 올라온 것도 보고 활짝 핀 진달래꽃도 봤어요.
할머니는 골짜기 이곳저곳을 다니며 봄나물을 찾고 있었어요.
"이 녀석 봐라!
벌써
싹을 틔었구나."
하고 말한 할머니는 고개를 내민 고사리를 보고 말했어요.
아직 어린 고사리를 할머니는 꺾지 않았어요.
"할머니!
여기 있어요."
손녀는 활짝 핀 진달래꽃을 보고 외쳤어요.
화전을 만들어 준다는 할머니를 따라 산에 온 보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만들어준 화전은 예쁘기는 하지만 맛은 빵이 더 맛있었어요.
또
설날 먹는 육전이 더 맛있었어요.
"세상에!
활짝 피었구나.
이 녀석은 추위도 안 타는 녀석이군."
하고 말한 할머니가 진달래꽃잎을 하나하나 땄어요.
산수화
매화
두 가지 꽃잎을 가지고 화전을 만들어 손녀에게 줄 생각이었어요.
손녀는 할머니가 꽃잎을 따는 걸 도와주었어요.
"숲에 오는 것도 힘들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할머니!
걱정 마세요.
봄이 오면 제가 숲에서 꽃잎 따다 드릴 게요.
아궁이에 장작불도 지필테니 화전만 만들어 주세요."
하고 손녀가 말했어요.
할머니는 기분 좋았어요.
아픈 다리와 허리가 나은 것 같았어요.
집에 돌아온 할머니는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폈어요.
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달구었어요.
밀가루와 깨끗이 씻은 꽃잎을 넣고 화전을 만들었어요.
그 옆에서 침을 꿀꺽 삼키며 기다리는 손녀가 있었어요.
솥뚜껑 위에서 화전이 김을 모락모락 내며 익어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