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05

by 동화작가 김동석

꿈같은 세상!




숲을 걷다 보면!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시간을 맞이하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은 없고 개들의 천국이었어요.


"오십 년만인가!

보존상태가 양호하군."


개가 무서워 기웃거리다 용기를 내고 들어갔어요.

개들도 사람이 그리웠는지 꼬리를 흔들며 지켜봤어요.


"너희들을 헤치려고 오지 않았다!

난 말이야.

육십육 년 전에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이야.

너희들보다 아주 오래전에 살았던 주인이다.

알겠지.

그러니까

잠시만 머물다 가야겠다."


나그네는 자신을 쳐다보는 개들에게 말했어요.

개들이 나그네 말을 알아들은 듯 길을 비켜주었어요.


"신기하군!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태어났어.

난!

태어날 때 이미 축복받았어."


나그네는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어요.

한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찾고 있었어요.

무화과를 따먹고 숨바꼭질을 하던 순간도 기억하고 있었어요.

눈 오는 날이면!

무덤 위에서 썰매 타던 생각도 났어요.

뒷산에 올라 토끼 발자국을 보고 토끼를 잡겠다고 숲으로 들어가는 소년의 모습도 기억났어요.


"다시 올 수 있다니!

참 다행이다.

아름다운 곳을 가슴에 다시 담을 수 있어 행복하다."


나그네는 소년으로 돌아가 자신의 추억을 찾아 가슴에 담았어요.

어린 시절의 추억은 하나 둘 늘어갔어요.



어린 시절!

누구에게나 기억할만한 추억이 있었어요.

특히

이곳에서 태어난 나그네의 어린 시절은 아름다운 추억뿐이었어요.

가끔

바다를 동경할 때가 있었어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둠을 친구 삼아 놀던 추억도 생각났어요.

땔감을 하러 다니던 추억과 가을에 밤을 줍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던 순간도 가슴 깊은 곳에서 꽃이 피듯 피어났어요.


"신의 축복!

나는 축복받고 태어났어.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태어났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나그네는 한옥 마루에 앉아 오래도록 소년 시절의 추억을 찾고 또 찾았어요.

가끔

개들이 짖는 소리가 나그네의 추억 찾기를 방해할 때가 있었어요.

그러나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었어요.

나그네가 고향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늙어간다는 의미 같았어요.

세월이 흐르고!

어른이 되어 찾아온 고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아름다움을 지키는 일을 쉽지 않았어요!

나그네의 어린 시절 아름답게 정원을 지키고 있던 단풍나무는 사라졌어요.

무화과도 사라지고 대추나무와 모과나무도 사라졌어요.

그나마

한옥 본체가 보존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했어요.

소년 시절!

단풍나무에 올라가 놀던 기억을 생각하며 사라진 단풍나무를 찾아봤어요.


"누가 베었을까!

한옥의 아름다움이 조금 사라졌어.

돌담에 걸친 단풍나무 가지와 씨앗이 떨어질 때는 참 아름다웠는데.

누가 베었을까."


나그네는 사라진 단풍나무와 함께 지낸 추억이 하나 둘 생각났어요.

그렇지만

아름다운 것도 관심을 가지고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걸 알았어요.



몇 해 전!

팔(8) 남매를 낳고 살아온 곳에 어머니를 모시고 찾았어요.

단풍나무가 사라진 것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어요.


"어머니!

단풍나무가 사라졌어요.

무화과도 모과나무도 사라졌어요.

어릴 때

많이 따먹던 대추나무도 없어요."


아들이 말했지만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고생 많았다!

모든 것을 지키고 보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누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사라질 것들이다."


어머니는 사라져가는 추억을 붙잡지 않았어요.

평생을 살아온 곳에서 고생한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이었어요.


"어머니!

샘물은 마르지 않고 있어요.

생명수라 말씀하신 물은 끊이지 않고 흐르고 있어요.

물 한 모금 마시고 가요."


어머니와 아들은 샘터로 향했어요.

생명수는 맑고 시원했어요.

부모님이 마셨고 팔 남매가 마시고 살았던 생명수였어요.


"어머니!

가재가 있어요.

하나 둘 셋!

새끼가재 세 마리가 있어요."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작은 돌을 들치면 가재가 얼굴을 내밀었어요.

아직도 생명을 키우는 생명수였어요.


샘이 마르지 않고 존재하는 것만으로 다시 찾아올 곳이었어요.

나그네는 샘물의 고마움을 알았어요.


밥을 짓고

목마름을 해결하고

더운 날은 등목을 하고

오가는 사람의 생명수가 되어준 샘물

빨래하며 웃고 울던 어머니와 형제들


나그네는 샘물의 고마움을 알았어요.

지금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샘물이 고마웠어요.



아름다운 세상!

어디를 가도 이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이 있을까.

나그네는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머무르며 행복한 추억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어요.


무더운 여름이 끝나갈 무렵!

팔 남매를 잘 키우고 작고 하신 어머니를 고향 땅에 뭍고 돌아서던 날.

한 줌 흙이 되어가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했던 순간을 기억했어요.


"관에 넣지 마라!

단 일 초라도 빨리 한 줌 흙이 되고 싶다."


하고 말하던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된 것은 고향 땅에 오고서야 알았어요.


눈 오는 날!

다시 찾은 고향의 땅.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한옥의 매력에 빠져 오래도록 바라봤어요.

아무도 없는 곳!

그곳에 나그네의 추억이 가득 숨어 있었어요.


"산토끼를 잡으러 갔었어!

눈 위 발자국을 따라 산토끼를 잡겠다고 숲으로 갔었어.

호호호!

어리석은 녀석이라고 산토끼가 놀렸어.

그 뒤로

산토끼 발자국 있는 곳마다 덫을 놨었지.

몇 마리!

운 좋게 산토끼 몇 마리 잡아 가족 모두가 맛있는 산토끼탕을 먹었어.

미안!

산토끼야 미안해.

그때는 몰랐어.

고기가 먹고 싶어서 산토끼 잡을 생각만 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내가 잘못했다.

산토끼야 미안하다."


나그네는 어린 시절을 뒤돌아보며 산토끼에게 미안함을 전했어요.


유난히!

눈이 많이 오는 산골짜기.

나그네는 태어난 곳이 좋았어요.



설국의 나라!

한옥은 산골짜기 설국의 궁전이었어요.

그곳에서 태어난 나그네는 궁전의 왕자였어요.


"왕자!

이 궁전의 왕자였어.

난!

왕자야."


나그네는 집으로 향하며 한 마디 했어요.

언제 찾아올 지 몰랐어요.


"또!

찾아와야지.

늙어 걷지도 못하면 혼자서는 찾아올 수 없으니.

걸을 수 있을 때 자주 와야겠어.

이보다

아름다운 곳은 없어.

눈 오는 날은 꼭 와야겠다."


나그네는 집으로 향하면서도 자꾸만 뒤돌아 봤어요.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