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전해준 그리움!
나이 들수록!
깊은 잠을 청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방에 불을 끈 지 한 시간은 넘은 듯했다.
‘쿼어어엉! 쿼어어! 훠어쿠어어!’
어둠 속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가 무서웠다.
베란다 창문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는 바람은 어떤 힘보다도 강했다.
‘훠훠훠! 휘휘익! 후아후아야! 싸아!’
괴짜 선생은
어둠 속에서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이상한 바람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세상이 온통 난리법석이군!”
<코로나 19> 유행으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글만 쓰는 괴짜 선생은 가끔 자연의 소리를 들으려고 했었다.
“선생님!
전할 말이 있어요!”
창문 틈새를 뚫고 들어오려던 바람이 말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
전할 말이 있다니까요!”
바람은 어둠 속에서 눈만 말똥거리며 누워있는 괴짜 선생에게 말했다.
“내게!
할 말이 있다는 겁니까?”
누군가 말하는 것 같아서 괴짜 선생은 어둠 속에서 천장을 향해 말했다.
“네!”
어디선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괴짜 선생은
아내가 자는 것을 확인하고 잠옷만 입은 채 거실로 나왔다.
“선생님!”
베란다로 나온 괴짜 선생을 불렀다.
“누구세요?”
“바람입니다!”
“바람이라고!”
“네!”
바람 유령은 괴짜 선생을 보며 대답했다.
“잠깐만!”
괴짜 선생은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바람 유령이 들어올 수 있게 열어주었다.
“들어오세요!”
창문을 열며 말하자
“감사합니다!”
바람 유령은 열린 창문을 통해 거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바람 유령은 거실로 들어와 괴짜 선생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괴짜 선생은 눈을 비비며 바람 유령에게 인사했다.
“놀라셨죠!”
“네!”
바람소리가 무서워 잠을 이루지 못한 괴짜 선생은 바람 유령은 무섭지 않았다.
“저는 뽀득이를 태우고 다니는 바람 유령입니다.”
“그렇군요!”
병아리를 태우고 이곳저곳을 다니는 바람이라니 괴짜 선생은 무섭지 않았다.
“어떻게 찾아왔어요?”
하고 묻자
“선생님!
제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꼭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랬군요!”
“네!
제자들이 선생님과 공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어떤 제자들이 이야기를!”
하고 괴짜 선생은 제자들이 궁금해 바람 유령에게 물었다.
“선생님!
제자가 많아서 누구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바람 유령은 괴짜 선생을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
“그럼!
천천히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주세요.”
하고 말한 괴짜 선생은 따뜻한 차를 준비하려고 부엌으로 갔다.
“멋지군!”
바람 유령은 거실에 걸린 그림과 조각 작품을 보며 잠시 쉬었다.
“차 드세요!”
괴짜 선생은 끓여온 녹차를 바람 유령 앞에 내놓았다.
“감사합니다!”
바람 유령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는 듯했다.
“선생님!
제자들이 선생님의 교육 방법이 맘에 들었는지 고마워하고 칭찬을 많이 했어요.”
“그래요!”
“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도희는 선생님을 한국에서 토론토로 데리고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하하하!
그랬어요!”
괴짜 선생은 여의도에서 같이 공부했던 초등학생 도희의 웃는 얼굴이 생각났다.
“지금은 보석 디자이너가 되었을 텐데!”
“네!
캐나다 토론토에서 보석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선생님에게 배운 인문학이 유학 생활을 하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어요.”
“오래전 일입니다!”
“벌써
도희 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니까 정말 오래된 이야기군요!”
“맞습니다!
여의도에 멋진 학생들이 많았어요.”
괴짜 선생은 바람 유령이 전하는 말을 들으며 행복했다.
“선생님!
미국으로 유학 간 동욱이도 알고 계시죠!”
“알죠!
MIT 공대에 유학 갔었어요.
지금은 아마도 로봇 박사가 되었을 겁니다.”
“선생님과 공부할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괴짜 선생은 바람 유령이 전하는 말을 들으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저도 학생들 덕분에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괴짜 선생은 모든 제자들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 보고 싶고
또 만나고 싶은 제자도 많았다.
“좀 더 잘해줄 걸!”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아쉬운 듯
괴짜 선생은 바람 유령에게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며 많이 아쉬워했다.
“선생님!
제자들이 선생님을 좋아한 이유가 뭔지 아세요?”
하고 바람 유령이 괴짜 선생에게 물었다.
“글쎄요!”
“선생님은 제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천리안을 가졌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그래요!”
괴짜 선생은 바람 유령의 말을 들으며 믿을 수 없었다.
제자들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다.
“성현이 제자 아시죠?”
“그 녀석!
제일 힘들었고 또 엉뚱한 녀석이었어요.”
“성현이가 무엇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또 선생님을 잊지 않고 있는지 아세요?”
“알죠!
성현이는 숙제를 내주면 해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숙제 검사를 하면 화장실에 들어가 수업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았어요.”
“호호호!
정말 그랬어요?”
“네!
두 시간 동안
화장실에서 무엇을 하고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두 시간이나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다고요?”
“네! 그 녀석!
웃기는 녀석이죠.”
괴짜 선생은 성현이가 보고 싶었다.
성현이는 말이 없었지만 깊은 생각을 했다.
“네!”
바람 유령은 괴짜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
“여름방학 때 제가 소장하고 있는 영화를 학생들에게 빌려주었어요.
그때 성현이가 <레인맨> 영화를 빌려갔어요.
그 영화를 보고 난 뒤 자신도 더스틴 호프먼처럼 천재라고 하더군요!”
“호호호!
성현이가 천재라고 했다고요?”
“네!”
“지금 제일 보고 싶은 제자이기도 합니다.”
“성현이도 선생님이 많이 보고 싶다고 했어요!”
바람 유령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괴짜 선생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현정이도 아시죠!”
바람 유령은 가수로 활동하는 현정이 이야기를 했다.
“현정!
그룹으로 활동하는 현정이 알다마다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제자입니다.
초등학교 이 학년 때부터 저와 공부했는데 제 무릎에 앉아 공부할 때도 있었어요.”
“그랬군요!
같은 친구들이 개성이 강해서 선생님이 힘들었을 거라고 어머님들이 말씀하더라고요!”
“네!
네 명의 친구들이 그룹으로 공부했는데 정말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었어요.
특히 현정이는 제 무릎을 차지하기 위해 항상 다른 친구들과 힘겨루기 할 때도 있었어요.”
“그랬군요!”
“네!
현정이가 중학교 다닌 곳은 검정 코트만 입어야 했어요.
그런데
현정이가 빨간 코트를 입고 가서 교문에서 빼앗긴 일도 있었어요.”
학교에서 검정 코트를 입지 않았다고
추운 날 코트를 빼앗다니 너무 충격이었어요.
“호호호!
코트를 빼앗기다니.”
바람 유령은 추운 겨울에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을 본 적은 있는데
교문 앞에서 코트를 빼앗겼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현정이 어머님이 정말 힘들어 했어요!”
“그랬군요!”
바람 유령은 괴짜 선생 이야기를 들을수록 재미있었다.
“제자들이 선생님을 좋아하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좋은 기억만 해주면 좋겠어요.”
괴짜 선생은 혹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연락이 오는 제자들은
걱정하지 않는데 소식 없는 제자들은 가끔 어떻게 살고 있는지 걱정되었다.
“선생님!
특별한 제자는 또 누가 있어요?”
바람 유령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제자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
“가수로 활동하는 동훈!
그룹으로 활동하는 가수 현정!
삼성전자에는 승범과 주희!
하이닉스에 다니는 양호!
3군 사관학교 교수가 된 수정!
등 많은 제자들이 있죠!”
괴짜 선생은 제자들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다솜, 지혜, 솔!
런던대학으로 유학 간 의정!
일본에서 공부하는 기현!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도희, 정섭 등도 있지!"
괴짜 선생은 기억을 더듬어가며 제자들과 교감하는 듯했다.
"또 상윤! 지원! 소진! 정회! 서라! 서진! 지훈! 지연!
최근 미국으로 유학 간 서진 등 너무 많죠!"
날이 새도
모자랄 정도로 괴짜 선생은 제자들의 이름을 알려주고도 남을 것 같았다.
“선생님!
저도 가끔 밤마다 공부하러 오겠습니다.”
"언제든 오세요!"
바람 유령은 괴짜 선생을 자주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돌아갔다.
“고마운 제자들!”
괴짜 선생은 바람 유령이 떠난 뒤 방으로 들어갔다.
“어디 갔다 와요?”
아내가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며 방으로 들어오는 괴짜 선생에게 물었다.
“바람 유령을 만났어!”
“바람!
유령을 만났다고요?”
하고 아내가 물었다.
“내일 이야기하자고!”
하고 말한 괴짜 선생은 잠을 청했다.
하지만
제자들의 얼굴이 아른거려 쉽게 잠들지 못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