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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13. 2022

어머니는 안다!

달콤시리즈 178


어머니는 안다!





오랜만에

시골집에 내려간 둘째 아들은 어머니를 모시고

읍내 카페에 갔다.


"삼만 원 내놔!"

어머니는 카페 사장에게 돈을 벌게 빌어줄 테니 돈을 내로라하셨다.


"그럼!

손님 많이 올까요?"

카페 사장이 웃으며 묻자


"내가 기도하면 사람들이 많이 오고 돈이 굴러들어 올 거야!"

하고 말하자


"알겠습니다!"

하고 카페 사장이 말했다.


"봉투에 남편, 아들, 딸 이름을 모두 써서 줘!"

어머니는 치매 환자가 아닌 기도 잘하는 보살로 돌아가 있었다.


"삼만 원 드릴 테니 제 기도만 해주세요!"


"알았어!"


"이제 나가지 말고 집에서 기도만 하세요!"


"알았어!"

어머니는 삼만 원을 받았다.


"아저씨!

이름은?"


"썼어요!

내 이름도 쓰고!"


"아이들 이름은?"


"아이들은 필요 없어요!"


"써!

얘기들 이름도 써."


"알았어요!"

어머니는 삼만 원을 받고 카페 사장을 위해 기도해주기로 했다.


"돈!

막 굴러들어 올 것이야."

돈을 받은 뒤 하는 말이었다.


"그러면 좋겠어요!"

카페 주인도 돈이 막 굴러들어온다니 행복해 보였다.


"손님들도

여기저기서 막 굴러들어 올 것이고!"

어머니는 어디서 자신감이 오는지 모를 정도로 하는 말에 힘이 있었다.


사람들이야

복이 들어오고 사업이 잘 된다면 혹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어머니의 말에는 사람의 말이 아닌 신의 말처럼 들렸다.


여기저기서

돈이 굴러들어 와 치마폭에 가득 쌓이는 것을 생각하니

삼만 원도 너무 적은 금액이라 생각되었다.


"집에서 나가지 말고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카페 사장의 말에는 간절함도 또 사람의 욕심도 담겨 있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과

카페에 손님이 많이 오는 것을 바라는 카페 사장의 생각처럼

이 카페에 어머니의 기도를 통해서 잘 되면 좋겠다.


"어머니를 모시고 이렇게 영업을 할까!"

보살 어머니를 둔 아들은 말 한마디로 쉽게 돈을 버는 게 너무 신기했다.


"어머니!

다른 곳에도 갈까요?"

하고 아들이 말하자


"또 어디를 갈까!"

어머니는 젊은 날의 일상을 회상하는 듯했다.


"어머니!

오늘부터 또 열심히 기도해야겠어요."


"그래야지!"

어머니는 차를 한 잔 마시고 일어설 때까지

치매 환자가 아닌 신령스러운 보살로 보였다.


"어머니!

아들을 위해 기도는 안 해주세요?"

아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에게 물었다.


"너는 기도할 게 없어!"

하고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요!

벌써 제 기도는 다 한 거예요?"

아들도 돈 많이 벌고 싶어 다시 물었다.

어머니 기도만 있으면

돈이 굴러들어올 것 같았다.


"세상 사람!

모두가 너에게 재물을 받치니까 걱정 없어!"

하고 말한 어머니는 창문으로 밖을 응시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어머니는 오래전에 아들을 위한 기도는 이미 마쳤다.


"그래서 이렇게 행복하게 내가 살고 있구나!"

아들은 운전하면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어머니 기도를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들은

아들 딸이 잘 되기를 얼마나 많은 기도 했을까!"

아들은 어머니가 얼마나 많은 기도를 한 지 알고 있었다.




그림 나오미 G



"다행이다!"

집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던 어머니!

가슴 깊은 곳에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거의 일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머니!

내일은 또 어디 갈까요?"

아들이 물었다.


"내일은 아버지 밥 해줘야 해!"

어머니는 3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밥을 걱정하고 계셨다.


"어머니!

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저승사자를 만나고 온 거예요?"

하고 아들이 묻자


"다 만났지!"


"그럼!

아버지도 잘 계신다고 해요?"

아들이 묻자


"술만 먹고 있으니까 가서 밥 해줘야 해!"

하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

아들은 속으로 아버지를 불렀다.

아들은 빛바랜 아버지 얼굴을 떠올렸다.


"어머니!

저승사자를 만나니 어땠어요?"


"별거 없어!"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어머니!

저승사자를 만나면

아직 아들들이 모두 성공하지 못했으니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하세요."

아들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어머니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했다.


"아직 멀었어!"

어머니는 아직 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했다.


"어머니!

오래오래 살아서 아들 딸들이 잘 사는 것 보고 돌아가세요!"

하고 아들은 간절한 염원을 담아 말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함박눈이 내렸다.

어머니는

창문을 바라보며 눈을 바라봤다.


"어미니!

삼만 원 어디에 쓸 거예요?"

하고 아들이 묻자


"돈!

누가 주었는데?"

하고 어머니가 물었다.


"카페 사장이 주었잖아요!"


"카페 사장이 누군데!"

어머니는 시치미를 뚝 떼는 것 같았다.

아들은

함박눈이 주는 감정의 묵직함을 느꼈다.


"어머니!

집에 왔어요."


"여기!

누구 집이냐?"

어머니는 큰 아들과 함께 사는 집에 도착했는데도 또 누구 집이냐고 물었다.


"여기!

어머니 집!"

하고 아들이 말했지만


"난!

아버지 밥 해주러 가야 해."

하고 어머니는 아버지 밥 걱정을 했다.


"어머니!

산소에라도 갈까요?"


"그곳엔 뭐하러!"

어머니는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아버지!

 밥 해주려면 그곳으로 가야죠?"

하고 아들이 묻자


"미친놈!"

하고 어머니가 말했다.


"어머니를 이해하려면 아직 멀었구나!"

아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머니!

어디 갔다 오세요?"

현관문을 열고 큰 아들이 물었다.


"집에 갔다 오지!"

하고 어머니가 대답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밥 해야지!"

하고 어머니가 말하자


"밥 있어요!

국에다 따뜻하게 저녁 먹읍시다."

하고 큰 아들이 말하자


"그래!"

하고 대답한 어머니는 힘들었는지 방바닥에 누었다.


"일어나세요!

식사하게!"

하고 밥상을 들고 들어온 큰 아들이 말하자


"점심이냐?"

하고 물었다.


"어두워졌으니 저녁입니다."

하고 큰 아들이 말하자


"벌써 저녁이냐!"

하고 말한 뒤 밥상 앞으로 다가갔다.


어머니는

김칫국물에 밥 한 그릇 뚝딱 드시고 밥상을 멀리 밀쳤다.


"그냥!

놔두세요."

하고 큰 아들이 말하자


"알았어!"


"조금 있다가 약 드릴게요!"


"알았다!"

하고 어머니는 묵묵히 대답했다.


"약!

드세요."

어머니는 큰 아들이 준 양을 한 주먹 먹었다.


"어머니!

머리 감을까요?"

큰 아들은 내일 설날이라 손님이 온다며 머리를 감겨주고 싶었다.


"미친놈!

이렇게 추운데 머리 감으면 감기 걸려."

하고 어머니는 화를 내셨다.


"그럼!

따뜻한 날 감아요."

하고 큰 아들이 머리 감기기를 포기하고 말했다.


어머니는 다시 방바닥에 누웠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힘들었는지 어머니는 잠이 들었다.




-

치매!

가족이 함께 도와야 할 질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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