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13. 2022

엄마의 사색!

달콤시리즈 182

엄마의 사색!





네모에 갇힌

자들의 시대가 되었다.


현실보다는

가상세계에서 맛보는 행복과 즐거움이 넘치다 보니

망각의 늪을 허우적대는 자들이 많아졌다.


어쩌면

망각을 먹고사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가상세계의 중독성은

억압과 분노를 더해가며 역동성을 발휘하곤 했다.


세상은

온통 네모 시장을 만들고 네모 속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네모에 들어가지 못하고

또 네모를 이해하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네모를 이해하지 못하면 개인의 자존감마저 흔들렸다.


“햄버거 하나 주세요!”

할머니가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매니저에게 말했다.


“고객님!

저기 기계에서 주문하셔야 합니다.”

매니저는 한쪽에 자리한 기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난!

기계를 다룰 줄 모르는데.”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고 말하더니 매니저가 기계 앞으로 나왔다.


“어떤 햄버거 원하세요?”

매니저가 할머니에게 물었다.


“햄버거!”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할머니!

보통 햄버거는 없고

치즈 버거! 빅 버거! 치킨 버거! 불고기 버거!

등이 있어요?”


“그럼!

불고기 버거 주세요.”


“네!”

매니저는 불고기 버거를 주문한 뒤


“음료수는 필요 없으세요?”

하고 할머니에게 물었다.


“난!

물이면 되는 데.”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할머니!

물을 하나 살까요?

아니면

콜라, 사이다, 환타도 있어요.”

매니저가 말하자


“난!

물만 마시는 데 물을 사라고?”

할머니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물도 살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물도 없이 햄버거를 먹는다는 건 불안했다.


“그럼!

햄버거만 주문할게요.”

매니저는 햄버거 주문해 준 뒤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번호표를 들고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기계를 모르면

햄버거도 못 사 먹겠다.

눈도 나빠져서 글자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주문을 할 수 있을까?”

할머니는 주문하는 기계를 보며 혼잣말을 했다.


“18번 햄버거 나왔습니다.”

매니저가 번호를 부르자

세상을 눈치 보며 살아온 할머니는 매니저에게 다가갔다.


“이 번호가 맞아요?”

하고 매니저에게 물었다.


“네!

손님.”

하고 매니저가 말하고 햄버거를 주었다.

쟁반에 햄버거를 달랑 들고 할머니는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먹었다.


“물도 사 먹어야 하는 세상이군!”

할머니는 햄버거 한 입을 먹은 뒤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목이 막혀서!”

할머니는 햄버거를 포장해서 가방에 넣고 햄버거 가게를 나왔다.


“엄마!

게임머니 넣어주세요.”

명수는 게임을 하면서 가끔 게임머니를 넣어달라고 엄마를 졸랐다.


“이제 그만해!”

한 달에 몇 만 원씩 게임머니를 입금해 주던 엄마는 짜증이 났다.


“엄마!

친구들보다 처지면 왕따 당한단 말이야.”

엄마는 돈을 먹는 게임보다 친구들에게 왕따 당한다는 말이 더 무서웠다.


시대를 앞서 가지는 못할망정

친구들과 공통된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면 아들이 언제부턴가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릴까 걱정되었다.


“딱!

한 번 만이야.”

엄마는 아들과 약속하고 게임머니를 입금해 주었다.


“엄마!

고마워요.”

아들은 얼마 못 가서 또 게임머니를 다 쓰고 엄마 눈치를 봤다.


“엄마!

엄마!

신분이 많이 올라갔어요.”

아들은 게임을 며칠 하더니 자신의 신분이 올라갔다며 자랑했다.


“가상 세계에서

신분이 올라가면 뭐해!”

하고 엄마는 말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엄마!

신분 상승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하고 아들은 자랑스럽게 엄마에게 말했다.


“그래!

네모 박스 안으로 들어가 살아!”

하고 엄마는 신분이 높아진 가상 세상으로 들어가 살 수만 있다면 허락해주고 싶었다.


“엄마!

내가 왕이 되면

엄마도 초대할 수 있어요!”

아들은 신났다.

네모 세상에서 무엇을 하든 또 무엇을 얻든 행복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엄마 생각은 달랐다.

네모 세상이 지나치게 어린이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게 두려웠다.


“아들!

공부라도 하지.”

엄마는 방에서 뒹구는 아들을 보고 말했다.


“엄마!

요즘 누가 공부한다고!”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들은 사회의 심각성을 아는 것처럼 가끔 말하고 행동할 때가 있었다.


“엄마!

저도 주식 투자할까요?”

아들은 뉴스를 통해 무척 주식에 관심이 많았다.


“돈이 어디 있어서!”

엄마가 말하자


“엄마!

이제 게임 안 할 테니

게임머니를 증권계좌에 넣어주세요.”

하고 아들이 말하자


“좋은 생각이다!”

엄마는 아들이 쓰는 게임머니만 모아도 꽤 많은 돈을 모을 것 같았다.


“가자!”

엄마는 말 나온 김에 아들과 함께 증권계좌를 만들어 주러 갔다.


“엄마!

<K증권>이 매매 수수료가 제일 싸다고 했어요.”


“그래!

넌 그걸 누구한테 들었니?”

엄마는 아들이 증권회사를 알고 수수료가 싼 곳도 알고 있는 게 신기했다.


“엄마!

네모 상자가 다 가르쳐줘요.”

하고 아들은 네모상자에서 검색하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투자를 어린 너에게 시키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아들과 함께 여의도 <키움증권> 현관문을 들어서면서도 고민이었다.


“게임하는 것보다 났겠지!”

엄마는 한 달이면 몇만 원을 게임머니로 없애는 아들이 주식 투자를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이 주식 투자로 돈 버는 것보다 돈의 가치를 알고 경제를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주식 거래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외국에서는

어린 자녀들에게 주식 투자를 가르친다고 했으니!”

엄마는

유태인 교육관을 아들에게 심어주기로 했다.



그림 나오미 G  전시풍경  ᆢ 사진 김동석



“엄마!

미래에 가장 필요할 게 뭘까요?”

아들은 주식 공부를 한다면서 가끔 엄마에게 물었다.


“역시!

마시는 물이겠지.”

엄마 말을 들은 아들은 물과 관련된 회사를 검색하고 자료를 찾았다.


“게임을 안 하니 집안이 조용한 것 같다!”

엄마는 아들이 소리치며 게임하는 게 듣기 싫었는데 요즘 아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엄마!

삼성전자랑 기아차 주식을 샀어요.”

하고 아들은 처음으로 주식을 산 이야기를 엄마에게 했다.


“잘했어!

그런 열정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면 좋겠다.”


엄마는

아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몰입하고

문제를 스스로 풀어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했다.


“엄마!

먹고 자고 노는 것이 모두 공부예요.

그러니까

공부! 공부! 하지 마세요.”

아들은 제법 논리적으로 엄마를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그래!

뭐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열심히 해.”

엄마는 아들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사회를 포기했다.


“네모가 지배하는 세상!”


아들은 네모가 지배하는 세상을 살기 위한 공부를 했다.

물론!

네모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를 말한다.


아들은

엄마나 아빠가 하던 공부가 아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아닌

네모 안에 존재하는 가상공간에서의 공부가 어린 아들에게는 필요했다.


“아들!

돈 번 거야?”

하고 가끔 아빠가 주식투자에 대해서 물었다.

다행인 것은 아빠가 주식투자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네!

5% 수익을 냈어요.”

아들은 주식투자를 시작한 뒤 돈을 아껴 쓰는 버릇이 생겼다.


“아들 잘하는구나!

은행에 돈을 저축해도 일 년에 2% 이자도 안 주는데

벌써

5%나 수익을 내다니 아빠도 투자를 하고 싶다!”


아빠는 아들이 돈을 잃고 따는 것보다

미래를 향한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것 같아 좋았다.


“언제든지!

투자받습니다.”

아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동안 공부만 하라고 한 엄마 아빠는 아들에게 좀 미안했다.


“당신 잘했어!”

아빠는 엄마가 아들과 함께 증권회사에 갔다 온 것을 칭찬했다.


“게임만 하는 것보다 좋겠죠?”


“그래!

어린이들이 미래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투자하는 법을 배워야 하니 잘했어.”

아빠는 정보화를 반대하고

컴퓨터나 인터넷 배우는 것을 싫어했지만 아들은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모 세상에 우리는 죽어야겠죠!”


엄마는 가상세계의 이야기를 들으면 짜증이 났다.

아빠와 아들 뒷바라지만 하던 엄마는 가끔 컴퓨터 앞에 앉으면 눈앞이 캄캄했다.


“싹둑싹둑 잘라버릴 수도 없고!”

엄마는 가끔 인터넷 선을 잘라 버리고 싶었다.

주말에 백화점 가서 친구들을 만나 커피를 마시면서도 주식 이야기만 했다.


“이번에 오백 만원 벌었어!”

성북동 사는 친구가 말하면서

다음 주에는 명품 가방을 사러 간다고 하니 더 화가 치밀었다.


“순자야!

넌 뭐 하는 거니?”

하고 엄마는 거울을 보고 이름을 불렀다.


“밥하고 빨래하고 또 잠자고 그렇지!”

엄마는 성북동에 사는 영주처럼 주식 투자로 돈을 벌지 못해 속상했다.


“나도

주식을 시작해 볼까!”


엄마는 아들이 주식하는 것을 가끔 들여다보면서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


“팔아! 빨리!”

아들이 산 주식이 10% 수익이 나자 엄마는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

올라가는 주식은 더 올라가니까 팔면 안 돼!”

하고 말하는 아들이 대견스러웠다.


“그런 거야!

10% 수익은 엄청 큰 거야!”

엄마는 그래도 아들이 빨리 팔았으면 했다.


“엄마!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들은 엄마보다 좀 더 기다릴 줄 알았다.

며칠 뒤에

아들은 엄마가 팔라고 했던 주식을 24%나 수익을 내고 팔았다고 자랑했다.


“아들!

돈 벌면 엄마 명품 가방 부탁해.”

엄마는 밥상 앞에서 가끔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

명품 가방이 얼마예요?”


하고 아들이 물었다.


“노루똥은

싼 가방이 삼백 만원은 할 거야!”

엄마가 말하자


“하하하!

그거밖에 안 해?”

하고 아들이 웃으며 물었다.


“엄마!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줄 게요.”

아들이 말하자


“정말!

참말이지?

좋아! 좋아!

우리 아들 최고!”

엄마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로루똥(노루똥) 가방!

예약해야지!”

엄마는 아들 말만 듣고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게임만 하는 것보다 천 배는 좋다!”


엄마는

게임 때문에 아들과 매일 싸웠는데

주식 한 뒤로는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무엇이 중요한 지 깨닫는 것 같군!”


엄마는

아들이 세상을 새롭게 보는 것과

돈의 가치를 알아가는 게 좋았다.


게임을 좋아하는 명수는 게임 관련 주식을 샀다.

이번에

산 주식은 또 얼마를 벌지 벌써 엄마는 궁금했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죽어도 같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