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기다림!
고양이 몽실이는 꿈이 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날마다 수백 년 된 팽나무에 올라갔다.
지난겨울부터 팽나무를 올라간 이유는 단 하나였다.
천사처럼 달빛을 붙잡고 춤추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달빛을 붙잡고 춤출 수 있을까요?"
몽실이는 나이 많은 팽나무에게 물었다.
"마음을 비워!
자연의 힘이 하라는 대로 해 봐."
팽나무는 몽실이에게 달빛을 붙잡는 방법을 설명해줬다.
"그냥!
뛰어내리지 말고
자연의 소리를 들어 봐.
그리고 낙엽처럼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거야!"
팽나무는 몽실이가 달빛을 붙잡고 춤추길 바랐다.
"알겠습니다!"
몽실이는 벌써 몇 달 동안 팽나무 위에 올라가 바람을 붙잡고 뛰어내렸다.
밤이면 달빛을 붙잡고 천사처럼 춤추려고 했지만 몸은 항상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오늘은 성공할 거야!"
몽실이는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가슴에 듬뿍 안고 바람을 기다렸다.
그런데 기다리는 바람은 불지 않았다.
"오늘은 힘들겠어!"
팽나무도 지켜보다 몽실이에게 말했다.
"내일은 불어오겠죠?"
"내일 일을 어떻게 알아!
난 몰라."
"오래 살았으니 아시잖아요?"
"알지!
하지만 알아도 대답 못해."
팽나무는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럽게 했다.
몽실이가 실망하거나 상처받을까 더 걱정했다.
천사처럼 달빛을 붙잡고 춤추겠다는 몽실이를 위해서였다.
"알겠어요!"
몽실이는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를 들었다.
자연의 힘에 몸을 의지하려고 노력했다.
..
하얀 눈이 내리는 저녁
보석처럼 빛나는 달빛이 감나무 가지에 가득 매달려 있었다.
홍시가 몇 개 남은 감나무에 매달린 달빛은 하얀 눈과 홍시를 채색해 갔다.
하얀 눈은 금빛으로 홍시는 더 빨갛게 채색했다.
바람이 불었다.
감나무 가지에 소복이 쌓여있던 하얀 눈이 날렸다.
달빛도 따라 같이 날렸다.
"와!
하얀 눈이 보석처럼 떨어지다니."
초가지붕 위에 앉아 구경하던 몽실이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천사다!"
달빛을 붙잡은 천사가 금빛 드레스를 입고 날고 있었다.
"순이에게 온 걸까?"
몽실이는 창문이 굳게 닫힌 순이 방을 보기 위해 초가지붕에서 내려왔다.
마당 모퉁이에 있는 장독대로 가더니 제일 큰 항아리에 올라가 순이 방 창문을 지켜봤다.
하지만 천사는 달빛을 붙잡고 춤만 추었다.
"천사가 춤추다니!"
미세한 바람은 달빛과 흰 눈을 춤추게 했다.
물론 그 한가운데는 달빛을 붙잡은 천사가 춤추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워!"
몽실이는 금빛 드레스를 입은 천사의 모습을 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도 달빛을 붙잡고 춤출 수 있을까?"
몽실이도 달빛을 붙잡고 천사처럼 춤추고 싶었다.
"나무 위로 올라가야지!"
몽실이는 감나무 위로 올라갔다.
몽실이가 한 발 한 발 올라갈수록 감나무 가지에서 흰 눈이 달빛과 함께 날렸다.
"와!
너무 아름답다."
바람에 날리는 흰 눈이 달빛에 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나도 저렇게 날 수 있을까?"
몽실이는 춤추는 천사처럼 하늘을 날고 싶었다.
"바람만!
아니 달빛만 붙잡고 날 수 있다면 좋겠다."
몽실이는 감나무 위에서 망설였다.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가슴 가득했지만 꾹 참았다.
..
"몽실아!"
순이는 학교 가는 길에 감나무 위에서 잠자는 몽실이를 보고 놀랐다.
"몽실아!
거기서 자면 떨어지니까 내려와."
순이는 몽실이를 깨웠다.
"야옹!
야아 옹!"
몽실이는 순이를 보고 대답했다.
감나무에서 뛰어내린 몽실이는 순이에게 달려갔다.
"집 잘 보고 있어!"
순이는 몽실이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 학교에 갔다.
몽실이는 한 참 순이를 따라갔다.
"집에 가!"
순이는 따라오는 몽실이를 향해 말하더니 뛰기 시작했다.
몽실이도 매일 그랬듯이 더 이상 순이를 따라가지 않았다.
"감나무에 다시 올라가야지!"
몽실이는 돌아오더니 감나무에 다시 올라갔다.
"눈이 오면 좋겠다!
빨리 저녁이 와서 달빛도 비치면 좋겠다."
몽실이는 지난밤에 보석처럼 반짝이던 금빛 눈을 보고 싶었다.
천사처럼 달빛을 붙잡고 하늘을 날며 춤추고 싶었다.
감나무에 하루 종일 앉아있었지만 흰 눈은 내리지 않았다.
몽실이는 감나무에서 내려와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순이네 초가집 뒤로 울창한 대나무 숲이 있었다.
몽실이는 대나무 숲에 들어가 휘청거리는 대나무를 타고 노는 걸 좋아했다.
"언젠가는!
나도 천사처럼 달빛을 붙잡고 춤을 출 거야."
몽실이는 대나무를 붙잡고 춤추며 생각했다.
"이렇게 쉬운 데!"
대나무는 몽실이가 힘주는 방향으로 휘면서 춤추게 했다.
"좋아!
아주 좋아."
팽나무와 감나무에서 느끼지 못한 행복을 대나무에서 느낄 수 있었다.
몽실이가 대나무 숲에 들어와 신나게 노는 이유였다.
..
몽실이는 팽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하늘을 날듯 뛰어내렸다.
"좋아!
그렇게 하는 거야."
몽실이가 뛰어내리는 것을 보고 팽나무가 말했다.
"맞아요!
하늘을 나는 것 같았어요."
몽실이도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면 천사처럼 춤출 수 있을 거야!"
팽나무는 그동안 몽실이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지켜봤다.
"감사합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어."
수백 년 동안 팽나무는 하늘을 날거나 천사처럼 춤추겠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고양이 주제에!"
가끔 사람들은 팽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몽실이를 보고 말했다.
하지만 팽나무는 몽실이가 언젠가는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이제 겨울만 오면 되겠다!"
팽나무는 몽실이가 겨울을 기다리는 걸 알았다.
"네!
빨리 겨울이 오면 좋겠어요."
몽실이도 겨울을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치고 미칠 것 같을 때 오는 거야!"
팽나무는 자연의 시간이 가장 느린 것 같지만 빠르다는 걸 알았다.
"네!
수백 년 살아오면서 기다리고 지켜본 시간이겠죠?"
"그렇지!
모든 것은 기다리면 해결되는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아 봐!"
팽나무는 몽실이를 재촉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몽실이는 더 열심히 팽나무 위에서 하늘을 나는 연습을 했다.
..
몽실이가 기다리던 겨울이 왔다.
순이네 집 앞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를 봤다.
감나무 가지에 수십 개나 되는 홍시가 매달려 있었다.
홍시도 겨울을 기다렸다.
찬바람과 흰 눈을 맞으며 더 달콤한 홍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오늘은 흰 눈이 올까?"
몽실이는 달빛을 붙잡고 춤추는 천사가 보고 싶었다.
"올라가야지!"
몽실이는 감나무 위로 올라갔다.
눈이 내릴 때까지 지켜보고 싶었다.
"팽나무가 말한 것처럼 욕심을 부리지 말자!"
몽실이는 천사처럼 달빛을 붙잡고 춤추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눈이다!
함박눈이다."
저녁 무렵이 되자 순이가 살고 있는 산골마을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좋아!
오늘 밤에 달빛을 붙잡고 춤추는 천사도 오겠지."
몽실이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나도!
천사처럼 달빛을 붙잡고 춤출 거야!"
몽실이는 그동안 팽나무 위에서 뛰어내린 실력을 발휘하고 싶었다.
저녁때부터 내린 함박눈은 세상을 온통 하얗게 물들였다.
순이네 집 앞 감나무 가지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갔다.
꼼짝 않고 앉아있는 몽실이 머리 위에도 함박눈이 소복이 쌓였다.
"바람이 분다!"
몽실이는 잔잔하게 부는 바람을 느꼈다.
가끔 감나무 가지에 쌓여있던 눈이 반짝반짝 금빛을 내며 날렸다.
"달빛이다!"
깊은 밤이 되자 앞산에서 둥근 보름달이 떠올랐다.
"와!
금빛이다."
달빛을 먹은 흰 눈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몽실이는 그동안 잘 버티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그림 나오미 G .. 거제도 <갤러리 거제> 앞 사거리 벽
..
"팽나무 말이 맞았어!"
몽실이는 기다린 겨울이 오자 금빛 달빛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천사다!"
바람에 금빛 눈발이 날리자 달빛을 붙잡고 춤추는 천사가 나타났다.
"나도!
나도 달빛을 붙잡고 춤춰야지."
몽실이는 천사에게 날아가고 싶었다.
"와!
금빛 세상이야."
몽실이가 바라본 세상은 반짝이며 금빛으로 물들여갔다.
"달빛!
달빛만 붙잡으면 돼."
몽실이는 천사처럼 달빛을 붙잡으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때를 기다려!"
수백 년 된 팽나무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맞아!
내 몸을 안아줄 바람이 불 거야!
그때!
그때를 기다려야 해!"
몽실이는 서두르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 몽실이 몸을 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달빛!
금빛 눈발이 날리는 세상!
밤하늘에 별들이 지켜보는 세상!
천사는 달빛을 붙잡고 춤추는 세상!
고양이 몽실이도 달빛 붙잡고 춤추고 싶은 세상!
수백 년 된 팽나무가 지켜보는 순이네 집 앞마당!"
바람은 금빛 눈발을 날리며 천사에게 달빛을 붙잡고 춤추게 했다.
몽실이는 자신도 모르게 달빛을 붙잡고 천사 곁으로 가고 있었다.
"내 몸!
내가 달빛을 잡았어!"
몽실이는 두 손에 잡힌 달빛을 봤다.
"내가!
내가 달빛을 붙잡다니."
몽실이는 믿을 수 없었다.
아니 꿈만 같았다.
"몽실아!"
천 차가 불렀다.
"네!
천사님!
안녕하세요."
"너도!
달빛을 붙잡고 춤추고 싶었구나?"
"네!
천사님처럼 저도 달빛을 붙잡고 춤추고 싶었어요."
"그렇지!
꿈을 꾸니까 이뤄졌잖아!"
"네!
모두 불가능한 꿈이라고 했었는데!"
"세상에!
불가능한 꿈은 없어!
모두
꿈을 이루기 전에 포기해서 그렇지!"
"네!
정말 꿈만 같아요."
"무슨 소리야!
넌 나처럼 달빛을 붙잡고 지금 춤추고 있잖아."
천사는 몽실이 등을 밀어주며 말했다.
"와!
하늘을 난다."
몽실이는 그네를 타듯 달빛을 붙잡고 멀리 날아갔다.
"몽실아!
행복하지?"
"네!
너무 행복해요."
몽실이는 다시 천사 곁으로 날아왔다.
"한 번 더!"
말하더니 천사는 몽실이 등을 밀었다.
"나처럼!
멋지게 춤춰 봐."
천사는 달빛을 붙잡고 춤을 췄다.
"네!
저도 멋지게 춤출 게요."
몽실이는 달빛을 붙잡고 멋지게 춤췄다.
"아니!
저 녀석이 달빛을 붙잡았어."
수백 년 동안 춤추는 천사를 지켜보던 팽나무도 놀랐다.
"나도 못하는 걸 해냈어!"
팽나무도 몽실이가 부러웠다.
몽실이는 달빛을 붙잡고 천사 곁에서 밤새도록 춤췄다.
..
"달빛!
금빛 눈발이 날리는 세상!
밤하늘에 별들이 지켜보는 세상!
천사는 달빛을 붙잡고 춤추는 세상!
고양이 몽실이도 달빛 붙잡고 춤추는 세상!
수백 년 된 팽나무도 달빛 붙잡고 춤추고 싶은 세상!
달빛!
달빛 붙잡고 춤추는 몽실이! 가 제일 부러운 팽나무!"
수백 년 동안 춤추고 싶었던 팽나무도 노래 부르며 춤췄다.
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팽나무 잎이 하나 둘 떨어졌다.
"꿈이 있어야 해!
그냥 사는 것보다 꿈을 가져야 해!
몽실이처럼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가져야 해!
그럼!
언젠가는 몽실이처럼 꿈을 이룰지 모르잖아!"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키며 살아온 팽나무는 몽실이를 보고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
"나도!
바람이 불면 바람을 붙잡고 달이 뜨면 달빛을 붙잡고 천사처럼 춤춰야지."
팽나무는 그동안 가만히 있었던 순간들이 후회스러웠다.
바람에 쓰러지지 않으려고 온 힘을 뿌리에 주고 살아온 날들이 순간순간 떠올랐다.
"이제!
쓰러져도 좋아!
내가 꿈꾸는 세상으로 나아갈 거야!"
팽나무는 몽실이가 꿈꾸는 세상이 좋았다.
몽실이가 달빛을 붙잡고 춤추는 세상이 아름다웠다.
수백 년 동안 꿈꾸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새로운 꿈을 꾸기로 했다.
"아침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
팽나무는 천사와 몽실이가 춤추는 것을 오래오래 보고 싶었다.
"강한 바람이야!
몽실아 조심해야 해."
천사는 강한 바람이 불자 몽실이를 걱정했다.
"네!
달빛을 꼭 붙잡고 있을 게요."
몽실이는 붙잡은 달빛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나도 달빛을 붙잡고 춤춰야지."
팽나무도 강한 바람이 불자 달빛을 붙잡고 나뭇가지를 흔들며 춤 추기 시작했다.
"팽나무도 춤추고 있어요!"
몽실이가 춤추는 팽나무를 보고 말했다.
"그래!
수백 년 동안 얼마나 춤추고 싶었을까?"
천사는 달빛을 붙잡고 춤추는 팽나무를 향해 몽실이를 밀어주었다.
"천사님!"
몽실이는 팽나무 가지에 매달려 달빛을 붙잡고 멀어지는 천사를 불렀다.
"안녕!"
천사는 팽나무와 몽실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몽실아!"
팽나무가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몽실이를 불렀다.
"네!"
"봤다!
달빛 붙잡고 춤추는 것 다 봤다."
팽나무가 몽실이에게 말했다.
"네!
꿈만 같아요."
몽실이는 지금도 꿈꾸고 있는 것 같았다.
"내일 저녁에는 함께 춤춰요?"
몽실이가 팽나무에게 말했다.
"꿈이 아니야!
넌 밤새 달빛을 붙잡고 천사 곁에서 춤췄어.
이제부터!
나도 달빛을 붙잡고 춤춰야겠다!"
팽나무는 너무 행복한 밤을 보냈다.
몽실이는 팽나무 위에서 잠이 들었다.
팽나무는 몽실이가 자면서 떨어지지 않게 가지로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다.
..
"몽실아!
또 감나무 위에서 자는 거야?"
순이가 학교 가면서 물었다.
"야옹! 야아옹옹!
어젯밤에 달빛을 붙잡고 천사랑 춤췄어요."
몽실이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냥 자!
일어나지 말고."
순이는 몽실이가 잠꼬대하는 것으로 알았다.
순이는 달리기 시작했다.
몽실이는 순이를 따라가지 않았다.
몽실이는 아직도 두 손이 달빛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몽실아!"
"네!"
"다음엔!
순이도 달빛 붙잡고 춤추게 해 줄까?"
팽나무가 몽실이에게 물었다.
"네!
좋아요."
몽실이도 순이랑 함께 춤추고 싶었다.
"좋아!
다음에 눈 오는 날 순이를 불러 내자."
"네!"
몽실이와 팽나무는 아침부터 눈이 내리길 기다렸다.
"저는 좀 자야겠어요!"
몽실이는 눈이 내릴 때까지 잠을 청했다.
"그래!
눈 내리면 내가 깨울게."
팽나무는 마을에서 일어난 일을 하나하나 가슴속에 담았다.
밤새 눈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지만 내리지 않았다.
몽실이는 꿈속에서 순이와 팽나무랑 같이 달빛 붙잡고 춤추고 있었다.
멀리서 달빛 붙잡고 춤추던 천사가 다가왔다.
"순이도 왔구나!"
"천사님!"
순이는 달빛 붙잡고 춤추는 천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몽실이와 팽나무가 천사와 함께 춤추는 게 순이에게는 더 놀라운 일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