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대통령!

달콤시리즈 243

by 동화작가 김동석

고양이 대통령!




새벽은 빨리 왔다.

이웃집 아주머니는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자동차 트렁크를 열어 가득 실은 짐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대부분 고양이 사료와 물이었다.

들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러 다니는 아주머니는

<꼴불견 아줌마 또는 골 때리는 아줌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몇 동 몇 호 가세요?"

H아파트 정문 초소에 근무하는 경비원이 물었다.


"702동 1004호 갑니다."


"방문 목적은 무엇인가요?"


"고양이 밥 주러 갑니다!"

주저 없이 말한 아주머니는 자동차 창문을 닫았다.


"아주머니!

고양이 밥 주러 오시면 안 돼요."

며칠 전에 첫 근무를 시작한 경비원이 말했다.


창문을 닫은 차 안에서 경비원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빨리 차단기가 올라가기를 기다렸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하고 경비원이 불렀다.


아주머니는 차 안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모른 척하고 차단기만 바라봤다.

방문객 차량들이 순식간에 몇 대 밀리는 바람에 경비원은 할 수 없이 차단기를 열어줬다.




"호호호호!

그럼! 그렇지!"

아주머니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713동 앞 숲을 향해 차를 몰았다.


"바람! 구름! 안개! 소나기! 우박! 함박눈! 별사탕! 달타령! 햇살!"

아주머니는 숲을 향해 고양이 이름을 불렀다.


'야옹!"

하며 아주머니 목소리를 들은 고양이들이 하나 둘 나무 뒤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햇살!

빨리 내려와."

H아파트 숲에 사는 고양이 대장을 아주머니가 불렀다.


"밥!

이건 물이야."

아주머니는 작은 그릇에 고양이 사료를 담아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작은 나무 뒤에 하나씩 놨다.


'야옹!'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배가 고픈지 엄마 고양이 함박눈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아휴!

귀여워!"

아주머니는 새끼 고양이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잘 먹고 놀아!

내일 또 밥 가지고 올게."

아주머니는 새벽마다 고양이 밥을 주고 갔다.


H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은 숲에서 놀다 아파트 정원으로 내려오는 고양이를 보면 좋았다.

하지만 H아파트 주민 중에 고양이 밥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밥도 안 주면서 좋아하긴!"

말썽만 피우는 소나기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말했다.


"맞아!

꼴불견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매일 밥을 주는 데."


"아니!

골 때리는 아주머니가 주는 거야."

하고 우박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말했다.


"무슨 소리!

정문 초소에서 경비원이 말하는 걸 내가 들었어.

분명히!

꼴불견 아주머니라고 말이야!"


"나도 들었어!

그 아저씨가 골 때리는 아주머니라고 했어."

소나기와 우박은 밥 주는 아주머니 별명을 가지고 한 참 말다툼했다.


"꼴불견이 뭐고 골 때리는 게 뭐야?"

소나기와 우박 고양이 이야기를 듣던 안개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물었다.


"나도 몰라!"

소나기가 말하자


"그런 걸 고양이가 어떻게 알아!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듣고 하는 말이지."

우박이 말했다.


"밥만 잘 주면 좋지!

그런 별명이 무슨 소용이야."

하고 별사탕이 말했다.


"맞아!

새벽마다 밥을 주는 정성이 대단하잖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와서 밥을 준다는 것은 보통 정성이 아닐 거야."

달타령 고양이는 배고픈 순간을 생각하면 밥 주는 아주머니가 제일 좋았다.


고양이들은 사람들에게 붙여진 별명에 대해서 잘 몰랐다.

하지만 고양이 밥을 가져다주는 아주머니를 제일 좋아했다.




"안 돼요!

꼭 들어가야 해요."

고양이 밥을 주러 오는 아주머니가 오늘도 H아파트 정문 초소에서 경비원 아저씨와 실랑이를 벌였다.


"아무튼!

관리사무소에서 아주머니 차량을 돌려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요."

경비원은 어제 관리소에서 내려온 지침을 잘 따르고 있었다.


"누가!

그런 결정을 해요.

내가 당장 가서 관리소장에게 따져야겠어요."



"아주머니!

지금은 관리소 직원이 아무도 없어요.

새벽 다섯 시마다 출근하듯 아파트를 드나들던 아주머니는 자꾸만 화가 났다.


"오늘은 고양이 밥 주러 온 게 아니에요."


"그럼 무슨 일로?"


"어젯밤에 차를 세워 났는데 누가 돈을 훔쳐갔어요!"


"얼마나 되는 돈을 훔쳐갔어요?"


"삼천 만 원!"


"네!"

경비원은 깜짝 놀랐다.


"차에 그렇게 많은 돈을 놓고 다녔어요?"


"그러니까

빨리 차단기 올려요.

가서 돈을 찾아야 하니까!"


"아주머니!

거짓말이죠?"


"누가

내 돈을 훔쳐갔다니까!"


"설마!

자동차 문을 잠갔는데 돈을 훔쳐갔겠어요."


"정말이라니까!

어제 차를 주차한 곳에 가봐야 해요.

그곳에 돈이 있을지 모르니까!"

아주머니는 차단기가 열리면 달려갈 준비를 하며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쉽게 정문 초소에 근무하는 경비원은 차단기를 올리지 않았다.


"아주머니!

오늘도 고양이 밥 주려고 온 것이죠?"

경비원이 물었지만 아주머니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정말!

어떡하면 좋으냐."

뒤에 밀린 차들이 하나 둘 늘면서 빵빵 거리는 바람에 경비원은 오늘도 차단기를 올려야만 했다.


"호호호! 하하하! 히히히!

좋아!

나를 막을 수 없지.

내가 누군데!

고양이 엄마!

아니 고양이 대통령이지!"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아주머니는 713동 숲을 향해 차를 몰았다.




"바람! 구름! 안개! 소나기! 우박! 함박눈! 별사탕! 달타령! 햇살!

내가 왔다.

밥을 가지고 내가 왔다."

아주머니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양이 이름을 불렀다.


"야옹!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말썽쟁이 소나기가 나무 뒤에서 걸어오며 말했다.


"그럴 이유가 있어!

앞으로 더 늦게 오는 날도 있을지 몰라."

아주머니는 소나기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말했다.


"왜!

무슨 일 때문인데요?"

말썽쟁이 소나기는 정확한 시간에 밥을 주지 않으면 새끼 고양이를 괴롭히는 버릇이 있었다.


"정문 초소!

경비아저씨가 못 들어가게 해서 늦었어.

요즘!

천사도 못 알아보는 경비들이 많구나!"

아주머니는 아파트 입구에서 무조건 천사(1004)호 방문한다고 했다.


"정말!

정문 초소에서 막았다고요?"


"그래!"


"그럼!

우리가 가서 정문 초소에 근무하는 경비원을 혼내줄까요?"


"아니!

너희들이 나타나면 경비원들이 더 죽이려고 달려들 거야."


"도망치면 되잖아요!"


"그러면!

그 인간들은 이 숲까지 와서 너희들을 모두 잡아갈 거야."

밥 주는 아주머니 말이 맞았다.

언제부턴지 관리소 직원들과 경비원들은 숲에 사는 고양이 생포 작전을 짜고 있었다.


"왜!

우리를 잡아가려고 해요?"


"너희들이

밤에 소리 내서 우니까 아파트 주민들이 잠을 못 자서 그렇지!"

아주머니는 그릇에 고양이 사료를 조금씩 담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람들이 무서워요!"


"그렇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사람들이란다!

그러니까 조심해야 해!"

아주머니는 고양이 밥을 준다는 이유로

꼴불견 또는 골 때리는 아주머니란 별명도 얻었다고 고양이들에게 말해주었다.


"우리는 고양이 대통령이라고 부르는데!"


"너희들은 밥 주니까 고마워서 그러는 거지!"


"사람도 고양이 보면 좋아하던데!"


"모든 사람이 고양이를 다 좋아하지는 않아!"

아주머니는 고양이 밥을 다 주고 바람처럼 사라질 준비를 했다.


"내일 보자!"

하고 말한 아주머니는 다른 아파트에 있는 고양이 밥을 줘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후문 초소를 향해 달렸다.



그림 나오미 G





"골 때리는 아니 꼴불견 아주머니 나갔어요!"

후문 초소에 근무하는 경비원이 상황실에 인터폰으로 알렸다.


"누가!

들여보낸 거야?"

상황실 근무하는 팀장은 큰 소리로 물었다.


"아마도!

정문 초소를 통해 들어온 것 같습니다."


"알았어!"

하고 말한 팀장은 정문 초소에 인터폰을 했다.


"이 대원!

꼴불견 아줌마 들여보냈어?"

하고 물었다.


"네!

방문객 차가 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차단기를 열어주었습니다."


"그러면!

상황실에 보고를 했어야지."

하고 팀장은 화를 냈다.


"죄송합니다!"

정문 초소 경비원은 기분이 묘하게 변하면서 혈압이 올라가는 걸 느꼈다.


"꼴불견 아니 골 때리는 아주머니 때문에 이게 뭐람!"

인터폰을 내려놓고 경비원은 앞을 응시하며 한 참 동안 멍하게 앉아있었다.


"고양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고양이.

가만히 두면 3년이면 죽어야 할 고양이들인데!"

정문 초소에 들어설 때마다

경비원들은 언제 나타날지 모를 꼴불견 아니 골 때리는 아주머니 차를 기다렸다.


"오기만 해 봐!

이번에는 꼭 돌려보낼 테니까!"

이 대원은 멀리 공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나기!

새벽에 정문 초소로 나와야 해."

고양이 대장 햇살은

새벽마다 와서 고양이 밥 주는 아주머니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싶었다.


"대장!

어떻게 하려고?"

우박은 햇살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경비원들 혼을 빼줘야지!"


"맞아!

우리들이 모두 힘을 합쳐 경비원을 혼내줘야 해."

하고 달타령이 말하자


"웃기는 소리!

경비원들이 가만있을 것 같아.

차라리 꼴불견 아니 골 때리는 아주머니에게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하면 좋지 않을까!"

이제 막 어른 고양이가 된 구름은 차라리 숲에서 사는 것보다 밥 주는 아주머니 집으로 가는 게 좋았다.


"그건 안 돼!

집으로 들어가면 자유가 없어.

숲에서 맘껏 뛰놀고 장난치듯 그곳에선 살아갈 수 없다고!"

바람은 자유롭게 사는 게 제일 좋았다.


"집에서 사는 고양이도 많아!"


"그건!

족보 있는 고양이들이지."

별사탕은 족보 있는 고양이들을 동경했다.


"족보!

그런 건 소용없어.

주인 마음을 읽는 법을 배우면 족보 있는 고양이보다 더 사랑받을 거야!"

함박눈이 새끼 고양이를 앞으로 밀치며 말했다.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세상에 불가능은 없어!

고양이가 사람 되는 시대도 곧 올 거야."


"맞아!

고양이가 사람을 지배하는 시대가 오면 경비원들을 혼내주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엄마 품에 안기며 말했다.


"고양이 시대!

지금은 고양이 시대라는 걸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햇살은 정문 초소에 근무하는 경비원을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은 고양이 시대!

사람들은 개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시대라고 하면서 고양이 밥도 못 주게 할까?"

또 다른 새끼 고양이가 어른 고양이를 보고 말했다.


"대장님!

어떤 기도를 할까요?"

정문 초소에 고양이가 다 모이자 안개가 햇살에게 물었다.


"밥 주는 아주머니가 무사히 정문 초소를 통과하기를 기도하자!"

햇살은 더 이상 바라지 않았다.

매일 아침마다 싱싱한 사료를 먹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상황실입니다!"


"여보세요!"


"네!"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어요.

고양이 좀 쫓아주세요!"

아파트 주민이 상황실에 신고하자


"네!

고양이를 이 밤중에 어디로 쫓을 수 있겠어요."

상황실 팀장도 난감했다.


"아무튼!

우는 고양이를 잡아 없애주세요."

하고 성질부리며 말한 아파트 주민은 전화를 끊었다.


"이 밤중에!

고양이를 어디서 잡아.

사람들이 미쳐가는 군!"

상황실에 근무하는 경비원은 플래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숲에 모여 있겠지!"

하고 말한 경비원은 천천히 713동 숲을 향해 걸었다.


"바람! 구름! 안개! 소나기! 우박! 함박눈! 별사탕! 달타령! 햇살!

모두 잘 있지?"

숲을 향해 플래시를 비추며 경비원이 크게 말했다.


나무 뒤에 숨어있던 고양이들이 경비원이 비추는 플래시를 쳐다봤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경비원은 불을 밝힌 고양이 눈을 찾아가며 숫자를 세었다.


"모두 여기 있는데!

어떤 고양이가 아파트 정원에서 울고 있다는 거야."

경비원은 부랴부랴 고양이 울음소리를 신고한 아파트를 향해 걸었다.


"야옹! 이야옹!"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야옹! 야옹!"

경비원도 고양이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천천히 소리 나는 쪽으로 움직였다.


"고양아!

울음을 멈춰라.

그래야

여기서 오래 살 수 있어!"

경비원은 고양이가 울지 않고 조용히 잠을 청했으면 했다.


"야옹! 이야옹!"

고양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너 때문에 내가 고생한다니까!

그러니까

울지 말고 어서 집으로 돌아 가."

경비원은 애원하듯 울고 있는 고양이에게 말했다.


"야옹! 이야옹!"

더 크게 울며 어디론가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맙다!

어서 집에 가서 잘 자라."

경비원은 더 이상 울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진 고양이가 고마웠다.


"다시 오지 않겠지!"

경비원은 고양이가 다시 와서 밤새 울까 걱정되었다.




"안녕하세요!"

고양이 밥 주는 아주머니 차가 나타났다.


"네!

오늘은 돌아가세요."

정문 초소 경비원은 새벽 다섯 시에 고양이 밥 주는 아주머니 차를 세웠다.


"오늘은 고양이 밥 주지 않을 거예요.

친구 만나러 왔어요.

203동 1004호 방문이라고요!"

하고 말하자


"그걸 믿으라고요!"

경비원이 말하자


"차를 다 뒤져도 고양이 밥은 없어요."


"그럼!

트렁크 열어보세요."

초소에서 나온 경비원은 꼴불견 아니 골 때리는 아주머니 차 트렁크를 확인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잖아."


"없죠!

그러니까

어서 차단기 올려주세요."

고양이 밥 주는 아주머니는 의기양양하게 경비원에게 말했다.


경비원은 어절 수 없이 차단기를 올려 주었다.


"바보!

히히히!

내가 다른 차에 고양이 밥을 실었지."

꼴불견 아니 골 때리는 아주머니 뒤로 배달트럭 한 대가 따라왔다.


"어디 가세요!"


"713동 앞에 갑니다."


"무슨 일로 가세요?"


"그거야!

고양이 밥 시켜서 배달하러 가죠!"

하고 트럭 운전사가 말하자


"네!"

정문 초소 경비원은 머리카락이 불끈 서는 것 같았다.


"빨리 가야 해요!"

고양이 밥을 실은 차는 차단기가 열리자 달렸다.


"여기!

여기에 실어주세요."

713동 앞에서 꼴불견 아니 골 때리는 아주머니가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열고 있었다.

고양이 사료를 싣고 온 배달트럭 기사는 사료를 모두 아주머니 차에 옮겨 실었다.


"감사합니다!"

고양이 밥 주는 아주머니는 배달사원에게 인사 한 뒤 713동 숲으로 향했다.


"바람! 구름! 안개! 소나기! 우박! 함박눈! 별사탕! 달타령! 햇살!

또 있지! 달빛! 산타!"

하고 새끼 고양이 이름도 불렀다.

나무 뒤에 숨어있던 고양이들이 모두 꼴불견 아니 골 때리는 아주머니를 쳐다봤다.

고양이 밥 주는 아주머니는 작은 그릇에 사료를 듬뿍 부어주고 물도 채웠다.


"밥!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어."

하고 말한 아주머니는 차를 몰고 후문 초소를 향했다.


..


"팀장님!

지금 꼴불견 아니 골 때리는 아주머니 차가 나갔어요."


"뭐라고!

누가 차를 들여보낸 거야?"


"아마!

정문 초소를 통해 들어온 것 같습니다."


"뭐라고!

오늘 누가 정문 초소에 근무하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이런!"

팀장은 정문 초소에 인터폰을 했다.


'따르릉! 따르릉!'

정문 초소에 근무하는 경비원은

도로를 활보하는 고양이들을 쫓아내고 있어 인터폰을 받을 수 없었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어디에 그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