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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18. 2022

토끼를 버린 소녀!

달콤시리즈 234

토끼를 버린 소녀!





"엄마!

버리지 마.

내가 잘 키울 게!"

딸은 엄마에게 애원했다.

하지만 엄마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


"잘 클 거야!

원래 토끼들은 들판에서 자라야 해."

하고 말한 엄마는 어린 토끼를 안고 나갔다.


"엄마!

아파트 앞 정원에 놓고 와."

딸은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에게 말했다.


"알았어!"

하고 대답한 엄마는 집에서 키울 수 없는 애완동물을 사 온 게 잘못이라 생각했다.


"책임질 수 없으면 키우지 말아야 해!

토끼야! 미안해!

우리가 이사 가는 데 집이 너무 좁아.

그러니까

들판을 뛰어다니며 자유롭게 잘 살면 좋겠다!"

엄마는 아파트 정원에 토끼를 내려놓고 말했다.


처음으로

흙냄새를 맡은 토끼는 꼼짝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녀의 가슴에 안겨 놀던 토끼였다.


"간다!"

하고 말한 엄마는

토끼를 정원에 두고 집으로 향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린 토끼를 생각했다.


"죽지 않고 잘 크면 좋겠다!"

엄마는 작년에 딸이 사 온 병아리를 죽인 뒤로 잘 키울 자신이 없었다.


"멀리 갔을까!"

엄마는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말고 토끼를 내려놓은 정원으로 달렸다.

토끼는 영문도 모른 채

아파트 정원에서 흙냄새를 맡으며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거기 있으면 어떡해!

빨리 숨을 곳을 찾아야지."

하고 말한 엄마는 가슴이 아려왔다.


"잘 크면 좋겠다!

이제 정말 간다."

하고 말한 엄마는 뒤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엄마!

토끼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마에게 딸이 물었다.


"정원에 내려놨더니

깡충깡충 뛰면서 산으로 달려갔어!"

하고 엄마는 거짓말을 사실처럼 말했다.


"바보!

산으로 가면 어떡해.

아침마다

야채를 줄 수 없잖아!"

딸은 아파트 정원에 두고 온 토끼를 위해 이사 갈 때까지 야채를 갖다 줄 생각이었다.


"엄마!

다시 올까?"


"글쎄!

넓은 들판으로 갔으니 오지 않을 거야.

우리 집은 너무 좁잖아!"


"맞아!

들판이 훨씬 넓으니까 신나게 뛰어다닐 거야."

소녀가 말한 것처럼 어린 토끼는 시간이 지나자 호기심이 생겨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넌!

토끼잖아."

나무 뒤에 숨어있던 들쥐 한 마리가 토끼를 보고 말했다.


"토끼!

거북이랑 경주한 토끼?"

하고 매화나무에서 내려오던 달팽이가 들쥐에게 물었다.


"응!

토끼는 맞는 데 거북이랑 경주한 토끼는 아니야."


"아무튼!

거북이가 이긴 토끼는 맞잖아."


"그래!

토끼는 토끼야."

들쥐는 달팽이가 하는 말에 적당히 대답하고 말았다.


"토끼야!

나는 거북이보다 더 느린데 경주할래?"

하고 달팽이가 멀리 달아난 토끼를 향해 외쳤다.


"토끼랑 경주한다고!"


"응!"


"빠른데

이길 수 있을까!"

들쥐는 느린 달팽이를 보고 한 마디 했다.


"거북이도 느리잖아!

그런데

토끼를 이겼어."


"그땐!

토끼가 나무 아래서 잠들어서 졌지."


"그러니까!

나도 토끼를 이길 수 있을 거야."

하고 달팽이가 말했다.


"그때!

토끼가 자존심이 많이 상해 이제는 잠도 안 자고 지지도 않을 거야."

들쥐는 달팽이를 향해 말하고 쥐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날 버린 걸까!

왜 데리러 오지 않지?"

토끼는 밤마다 아파트 입구에서 소녀를 기다렸다.


"넌!

버림받은 거야."

하고 고양이 한 마리가 토끼에게 말했다.


"왜!

자유롭게 살잖아."

토끼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에 있는 풀을 뜯어먹으며 즐거웠다.


"바보!

사람들이 귀찮으니까 널 버린 거야."

하고 고양이가 말하자


"난!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 않았어.

고양이처럼 소리도 안 지르고 조용히 지냈어!"


"그러니까 바보지!"

고양이는 주인을 잃은 토끼 자존심을 조금씩 건드렸다.


"아니야!

내게 자유를 선물한 거야."

정원을 달리면서 토끼는 알았다.

어디든 달려갈 수 있고

또 어떤 풀이든 뜯어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웃기는 소리!

숲에 호랑이가 사는 거 몰라?"

하고 고양이가 말하자


"호랑이!

아직도 호랑이가 살고 있어?"

또끼는 궁금했다.


"그래!

호랑이가 토끼 고기를 제일 좋아하는 것도 모르지."


"몰라!

호랑이가 있다는 말은 주인이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넌 버린 받은 토끼란 말이야."


"호랑이가 그렇게 무서워?"

토끼가 빨간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호랑이는 힘도 세지만

발톱이 어마어마하게 날카롭고 크다고!

내 발톱보다 열 배는 더 클 거야."

하고 말한 고양이가 숨겨둔 발톱을 꺼내 토끼에게 보여줬다.


"발톱!

난 하나도 안 무서워.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 데!"

토끼는 고양이 발톱을 보고도 무섭지 않았다.


"호랑이 발톱은 다르다고!"


"아직!

호랑이 만나보지 않아서 무섭지 않아."


"바보야!

사람들은 호랑이 말만 들어도 무서워한다고."


"그럼!

사람들이 바보네.

만나지도 않은 호랑이를 벌써부터 무서워하는 걸 보니!"

토끼는 정말 호랑이가 무섭지 않았다.


"엄마!

조금만 기다려."

하고 말한 뒤 이사를 가는 도희는 아파트 정원에서 토끼를 찾았다.


"토끼야!

토끼야 나와 봐.

오늘

이사 간다고!"

도희가 토끼를 불렀지만

숲으로 간 토끼가 나타날 리 없었다.


"도희야!

빨리 가야 해."

엄마가 차 앞에서 딸을 불렀다.


엄마는 도희가 무얼 찾는지 알았다.

하지만

토끼를 보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알았어!

금방 갈 게."

도희는 엄마에게 가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토끼가 없어!

어디로 갔을까!

죽지는 않았겠지!"

도희는 언젠가 다시 와서 토끼를 만날 생각을 했다.


도희 가족은 멀리 이사 갔다.


아파트에

남겨진 토끼는 무럭무럭 자랐다.




그림 나오미 G



"넌!

호랑이가 무섭지 않다고?"


"응!"


"사람도 안 무섭고?"


"응!"


그런데!

사람들이 널 부르며 달려오면 왜 도망가는 거야?"


"그거야!

사람들을 힘들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웃기는 소리!

사람들이 무서워서 도망가는 주제에."

고양이는 토끼가 도망가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하고 물었다.


"아니라니까!

난 사람들이 잡으러 오면 도망가면서 뒤를 돌아보잖아.

사람들이 달려오지 않으면 나도 안 도망쳐!"

토끼는 정말 그랬다.


사람들이 잡으려고 하면 도망쳤다.

멈춰 있으면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기다렸다.


"사람들이 싫지?"

고양이가 토끼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날 버린 줄 몰랐어!"

토끼는 버림받을 줄 몰랐다.


"그럼!

버림받은 걸 안 뒤에는 사람들이 싫었어?"

하고 고양이가 또 물었다.


"아니!

사람들이 토끼를 좋아하는 데 싫어할 이유가 없어."


"뭐!

사람들이 토끼를 좋아한다고?"


"응!"


"그런데!

넌 사람들이 버렸잖아."


"아니야!

아파트 정원에 놔주었는데 내가 주인을 기다리지 않고 숲으로 간 거야."

그래서 도희랑 엄마가 하루 종일 찾았을 거야!"


"뭐라고!

웃기는 소리만 하는 군."

고양이는 토끼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날 버렸다고 해도

나는 사람들이 싫지 않아."


"왜?"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거잖아!

사람들이 날 버렸다 해도 

토끼가 할 수 있는 건 잘 사는 게 중요해.

그래서

들판과 숲을 뛰어다니며 열심히 살면 된다고 생각해!"

토끼는 들판이 좋았다.

또 아파트 정원을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어서 행복했다.


"와!

이런 멍청이."

고양이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멍청이! 멍청이!"

고양이는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 바닥을 긁으며 말했다.


"난!

멍청이 토끼!

고양이보다 더 멍청이!

사람들이 날 버렸어도 난 사람들이 싫지 않아!"

하고 말한 토끼는 숲을 향해 달렸다.


"엄마!

어젯밤 꿈에 토끼가 나타났어!"


"그래!

잘 크고 있데?"


"응!"


"또

뭐라고 했어?"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는 데!

들판과 숲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며 잘 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래."


"잘 크고 있구나!

사람들이 미울 텐데."

엄마는 가슴으로 전달되는 아픔을 느꼈다.


"응!

내가 울면서 미안하다고 했어."


"꿈속에서?"


"응!

토끼가 다가와서 눈물을 닦아주었어."


"그랬구나!"

하고 대답한 엄마는 가슴 한쪽이 심하게 아려왔다.


"엄마!

일요일에 토끼 찾으러 갈까?"


"찾아서 뭐하려고!"


"당근이랑 배추 주고 싶어!"


"가져 가도 토끼를 만날 수 없을 걸!"

하고 말하면서도

엄마는 토끼가 벌써 숲으로 갔거나 죽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없으면

아파트 정원에 당근이랑 배추를 놓고 오면 되잖아."


"알았어!"

엄마는 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야 했다.


도희는 야채가게에서 당근과 배추 한 포기를 샀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일찍 전에 살던 아파트로 출발했다.


"토끼야!

어디 있니?"

도희는 전에 살던 아파트 정원에서 토끼를 불렀다.


"뭐야!

토끼를 버린 소녀잖아."

고양이는 토끼를 버린 소녀 가족을 소나무 밑에서 지켜봤다.


"토끼야!

어디 있어?"

하고 도희가 더 크게 불렀다.


"없어요!

숲으로 들어갔어요."

고양이는 도희에게  다가가 말했다.


"정말!

토끼 본 적 있어?"

하고 도희 엄마가 물었다.


"네!

잘 크고 있어요."


"정말이지?"

도희가 고양이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다니까요!"

고양이는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있잖아!

당근이랑 배추인데 토끼 오면 줄 수 있어?"

하고 도희가 묻자


"당근! 배추!"

고양이는 순간 토끼가 먹는 게 뭔가 생각했다.


"부탁이야!

토끼 만나면 꼭 전해줄래?"

하고 도희가 고양이에게 부탁하자


"알았어요!"

하고 대답한 고양이가 당근과 배추를 받았다.


"그리고!

도희가 토끼 많이 사랑한다고 전해 줘."


"뭐라고요!

버린 주제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하고 말한 고양이가 당근과 배추를 도희 앞으로 던졌다.


"미안!

미안해!"

도희는 고양이에게 사과하고 당근과 배추를 주웠다.


"거기 두고 가세요!"

하고 말한 고양이는 숲으로 달렸다.


"토끼야!

널 버린 소녀가 왔었어."

숲에서 토끼를 만난 고양이가 말하자


"뭐라고!

소녀가 왔다고!"


"그래!

당근이랑 배추 가져왔어."


"어디 있어?"


"아파트 정원에!"

하고 고양이가 대답하자

토끼는

아파트 정원을 향해 달렸다.


토끼를 버렸던 아파트 정원에 당근과 배추 한 포기만 있었다.


도희와 엄마는

토끼를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달콤한 당근!"

토끼는 오랜만에 먹는 당근이 달콤했다.

배가 부른 토끼는 배추를 베개 삼아 낮잠을 잤다.


"토끼야!"

꿈에서 자신을 버린 소녀를 만났다.


"안녕!"

토끼는 따뜻한 소녀의 가슴에 안겨 오래오래 잠을 잤다.


"일어나!"

고양이가 토끼를 보고 발로 툭툭 차며 소리쳤다.


"아파트

소독하는 날이야!

그러니까

한 달 동안 아파트 주변 풀을 뜯어먹으면 안 돼!"


"소독하면

약이 독해서 설사 해!"


"그럼!

뭐 먹고살아?"


"배추 들고 숲으로 들어 가!"


"알았어!"

토끼는 고양이와 작별하고 숲으로 달렸다.


"배추 한 포기!

아껴 먹어야지."

토끼는 꿈에서 만난 소녀를 다시 생각했다.


"나도 보고 싶다!"

토끼는 배추를 바위 위에 올려놓고 달리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숲 속 어딘가를 향해 달렸다.


"어딜 가는 거야!

그곳으로 가면 호랑이가 산다니까."

소나무 위에서

까치 한 마리가 토끼를 향해 외쳤다.


토끼는 멈추지 않았다.

눈물이 멈출 때까지 달리고 달렸다.


"그쪽으로 가면 호랑이가 있다니까!"

까치가 날며 토끼를 향해 외쳤다.

하지만

까치가 한 말을 들을 수 없었다.


토끼는 계속 달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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