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를 만났을 때!

달콤시리즈 250

by 동화작가 김동석

저승사자를 만났을 때!





동이는

저승사자 동화를 쓰고 있었어요.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하는 데 밖에서 병아리 소리가 들렸어요.


동이가 방 뒷문을 열자,

암탉과 병아리 아홉 마리는 뒷마당을 거닐고 있었어요.

동이는 이 병아리를 보고 <바람을 타는 뽀득이> 동화를 썼어요.


“지렁이 잡아줄까?”

뒷문을 열고 책을 읽던 동이가 암탉을 보고 물었어요.


“꼬꼬꼬(좋아)!”

암탉은 동이가 한 말을 알아듣고 날개를 펴고 덩실덩실 춤췄어요.

병아리들도 엄마 닭을 따라 날개를 활짝 펴고 춤을 췄어요.


“삐이약(좋아)!”

하고 노래 부르며 병아리들이 춤추는 게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발레리나 같았어요.


“시끄러워!”

동이는 아홉 마리 병아리가 한꺼번에 노래 부르자 정신이 없었어요.


“씨끄럽다니까(시끄럽다니까)!”

동이는 더 크게 소리쳤어요.

하지만 병아리들은 엄마 닭이 옆에 있으니까 동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동이야!

김치찌개 해줄까?”

하고 엄마가 부엌에서 아들에게 물었어요.


“네!

참치랑 돼지고기 넣고 끓여주세요."

하고 동이가 대답했어요.


“안 돼!

할머니는 돼지고기 안 드셔서 김치만 넣어 찌개 해줄게."

하고 엄마가 말했어요.


“그럼!

소고기 넣고 두부랑 넣어 끓여주세요."

동이가 다시 말했지만


“안 돼!

아빠가 두부는 먹지 않아."

하고 엄마가 말했어요.


동이는

잠시 고민하다


“엄마 맘대로 끓여주세요!”

하고 말했어요.

그리고

저승사자 동화를 계속 썼어요.


“알았어!”

동이 엄마는 김치찌개 하나 끓여도 고민이 많았어요.


가족 모두가 김치찌개를 좋아했지만

할아버지는 참치를 먹지 않고 할머니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어요.

또 남편은 두부를 먹지 않고 딸은 꽁치를 넣은 김치찌개를 먹지 않았어요.

아들 동이는 김치찌개에 아무거나 넣어도 잘 먹었는데

엄마는 김치찌개 끓이는 게 가끔 싫었어요.




보름달이 뜬 날이었어요.

어두운 그림자가 동이 할아버지 방으로 들어갔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모시러 왔습니다.”

하고 저승사자가 어둠 속에서 말했어요.


“날!

데리러 왔다고?”

할아버지는 저승사자에게 물었어요.


“네!”

저승사자는 웃으면서 대답했어요.


옆에서 자는 할머니는

그것도 모르고 코를 드르렁 골았어요.


“이제 죽을 때가 되었나!

마지막으로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요."

하고 할아버지가 저승사자에게 말했어요.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요?”

저승사자가 묻자


“네!”

하고 할아버지가 대답했어요.


저승사자는

부엌으로 나가 냉장고에서 김치와 참치 통조림을 꺼냈어요.


“참치 김치찌개를 끓여볼까!”

저승사자는 김치를 썰어 냄비에 넣고 참치 통조림을 열어 냄비에 부었어요.


“참치 김치찌개!

맛있겠다.”

저승사자도 김치찌개를 끓이면서 먹고 싶었어요.




“할멈!

나 먼저 가야겠어요."

할아버지는 잠자고 있는 할머니에게 말했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코를 드르렁 골며 잤어요.


“저승사자가 끓여주는 김치찌개 맛이 어떨까?”

할아버지는 기다리며 김치찌개 맛이 궁금했어요.


“할아버지!

김치찌개 가져왔어요."

저승사자가 냄비와 숟가락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어요.


“맛있는 냄새가 나는 군!”

하고 숟가락을 들고 국물을 떠먹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김치찌개에서 참치 냄새가 났어요.


“혹시!

참치를 넣었어요?”

하고 할아버지가 저승사자에게 물었어요.


“네!

참치김치찌개입니다.”

하고 저승사자가 말했어요.


“나는 참치를 안 먹어요!

다시 끓여오세요.”

하고 할아버지가 말하자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를 안 먹는다고요?”

하고 저승사자가 물었어요.


“네!

저는 참치 알레르기가 있어서 먹지 않아요.”

하고 할아버지가 저승사자에게 말했어요.


저승사자는

할 수 없이 김치찌개 냄비를 들고 방을 나갔어요.




“할아버지!

김치찌개에 무엇을 넣으면 좋을까요?”

저승사자가 방으로 와서 할아버지에게 물었어요.


“나는

돼지고기하고 두부 넣은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하고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돼지고기와 두부라!”

저승사자는 냉장고 문을 열고 두부를 찾았어요.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두부는 보이지 않았어요.


“할아버지!

두부가 냉장고에 없는데요?”

하고 저승사자가 할아버지 방에 들어와 물었어요.


“그럼!

마을 입구에 있는 가게에 가서 사 오세요."

하고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뭐라고요!”

저승사자는 기가 막혔어요.


할아버지를 모시고

저승으로 가야 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걱정이었어요.

할아버지가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고집부리는 바람에 걱정되었어요.


“알았어요!”

저승사자는 할아버지 방을 나와 마을 입구에 있는 가게로 달려갔어요.


“두부 있어요?”

하고 저승사자가 묻자


“네!

저기 냉장고에 있어요.”

하고 가게 주인이 알려주었어요.


저승사자는

두부 한 모를 사서 할아버지 집으로 달려갔어요.


“휴!

힘들다.”

저승사자는 부엌으로 가더니 다시 김치찌개를 끓이기 시작했어요.




“빨리빨리 해야 하는데!"

저승사자는 김치찌개를 끓이면서 밖을 봤어요.


벌써

어둠이 걷히고 새벽이 오는 것 같았어요.


“큰일이다!”

저승사자는 김치찌개를 끓이기도 전에 닭이 울면 돌아가야 했어요.


“다 끓였어요?”

할아버지가 방에서 나오더니 부엌에 있는 저승사자에게 물었어요.


“아니요! 아직!”

하고 저승사자가 말했어요.


“맛있는 냄새가 나는 군!”

할아버지는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은 김치찌개 냄새를 맡으며 말했어요.



그림 나오미 G




‘꼬끼오! 꼬끼오!’

새벽닭이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할아버지!

가야 돼요."

온몸을 떨며 저승사자는 말했어요.


“무슨 소리야!

김치찌개도 이제 다 끓였는데 먹고 가야지."

하고 할아버지가 말한 뒤 김치찌개 냄비 뚜껑을 열었어요.


“꼬끼오!”

하고 닭이 두 번째로 울자


“울면 안 돼!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야 한단 말이야.”

하고 저승사자가 말했어요.


“맛있다!”

할아버지가 김치찌개를 먹으며 말했어요.


“할아버지!

오늘은 제가 돌아가고 다음에 다시 올게요."

하고 말한 저승사자가 돌아갔어요.


“아니!

나를 데리러 왔다며 김치찌개 먹는 동안 기다리지도 않을 거야."

하고 말한 할아버지는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었어요.


“배가 부르니 졸리다!”

하고 말한 할아버지는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어요.




“할아버지는!

왜 안 데려 온 거야?”

혼자 돌아온 저승사자에게 옥황상제가 물었어요.


“그게!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해서 끓여주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지난밤에 할아버지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었어요.


“세상에!

저승사자가 김치찌개를 끓여주다니.”

옥황상제도 믿을 수 없었어요.


“저도

처음 끓여보는 찌개라서!”

저승사자는 옥황상제에게 변명을 늘어놨어요.


“영감!

일어나요.”

늦잠을 자는 할아버지를 할머니가 깨웠어요.


“벌써 아침인가!”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늦잠을 잤어요.


“해가 중천에 떴어요!”

하고 할머니가 말했어요.


“해가 떴다고!”

할아버지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밖으로 나왔어요.


“아침은

돼지고기 두부김치찌개를 며느리가 끓였어요.

그러니까

영감은 두부와 김치를 먹고 참치는 제가 먹을게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가끔 며느리 눈치를 보며 먹지 않는 재료가 들어간 김치찌개를 나눠먹었어요.


“알았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참치 두부김치찌개를 맛있게 나눠먹었어요.




“할머니! 할머니!

모시러 왔어요."

몇 달 후 저승사자가 할머니를 모시러 왔어요.


“나를!

벌써 내가 죽을 나이가 되었어."

할머니는 아직 죽을 나이가 아닌 줄 알았어요.


“네!

오늘 밤에 떠나야 합니다.”

저승사자가 말하자


“그래!

그럼 이 늙은이 소원을 하나 들어주시오.”

하고 할머니가 저승사자에게 말했어요.


“무슨 소원을?”

하고 저승사자가 할머니에게 물었어요.


“마지막으로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

하고 할머니가 말했어요.


“그래요!

어떤 재료를 넣은 김치찌개를 먹고 싶으세요?”

하고 저승사자가 물었어요.


“난!

꽁치 두부김치찌개가 먹고 싶어."

하고 말했어요.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한 저승사자는 부엌으로 나갔어요.


몇 달 전에

이곳에 온 저승사자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할머니를 모시러 온 저승사자는

김치찌개를 끓이기 전에 재료를 물어서 다행이었어요.


“꽁치가 어디 있을까!”

하고 말하며 저승사자는 냉장고에서 꽁치를 찾았어요.

하지만

꽁치는 눈에 보이지 않았어요.


“꽁치가 없나!”

꽁치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어요.


“할머니!

꽁치가 없는데요."

하고 저승사자가 할머니 방으로 들어와 물었어요.


“꽁치가 없다니!

거기 있을 텐데."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거기가 어디죠?”

하고 저승사자가 물었어요.


“거기!

거기 있다니까!

어제 며느리가 사 왔어.”

하고 할머니가 말했어요.


“거기!

냉장고요?”

하고 저승사자가 묻자


“아니!

냉장고 말고!

거기!”

하고 할머니가 말했어요.


“냉장고가 아니고!

거기?”

저승사자는 거기가 도대체 어디인지 알 수 없었어요.


“거기!

거기 있다니까.

손녀가 꽁치를 좋아해서 항상 있어!”

하고 할머니가 큰 소리로 말했어요.


“거기!

할머니!

거기가 "어디예요?”

하고 저승사자가 물었어요.


“거기 있잖아!

거기를 모른다고?”


“네!”

저승사자는 정말 거기가 어디인지 몰랐어요.


할머니가

일어나 부엌으로 나갔어요.

그 뒤를

저승사자가 따라갔어요.




“여기 있잖아!”

꽁치는 싱크대 밑 서랍에 있었어요.


“여기 있다니!”

저승사자도 꽁치 통조림을 보고 놀랐어요.


“꽁치는 왜 냉장고에 넣지 않았어요?”

하고 다시 저승사자가 할머니에게 물었어요.


“이건 통조림이니까 그렇지!”

하고 할머니가 말했어요.


저승사자는

할머니가 꺼내 준 꽁치 통조림을 받고 김치찌개를 끓일 준비를 했어요.


“맛있게 끓여!”

하고 말한 할머니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어요.


“거기!

거기가 거기군!”

저승사자는 김치찌개를 끓이면서 웃음이 나왔어요.


“저승에 가면

또 말해줘야겠어.

꽁치는 냉장고에 들어있지 않고 거기에 있다고!”

저승사자는 열심히 꽁치 두부김치찌개를 끓었어요.


‘꼬끼오! 꼬끼이오!’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아니!

벌써 새벽이라니.”

저승사자는 꽁치 두부김치찌개를 끓이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어떡하지!

나도 혼날 텐데."

저승사자는 할머니를 모시고 갈 수 없어서 걱정이 되었어요.


‘꼬끼오! 꼬끼오!’

새벽을 알리는 두 번째 닭이 울자


“할머니! 할머니!

다음에 모시러 올게요."

하고 저승사자는 저승을 향해 달렸어요.




“누가 끓였을까!”

부엌에 나온 며느리는 아직도 뜨거운 냄비를 만지며 말했어요.


“어머니가 혹시!

아니면 딸이 끓였을까!”

며느리는 숟가락을 들고 김치찌개 맛을 봤어요.


“와! 맛있는데.

나보다 더 잘 끓이는데."

하고 말하며 또 한 숟가락 또 떠서 먹었어요.


“정말 맛있어!

마법을 부린 건가!”

김치찌개가 맛있어 며느리는 누가 끓였는지 궁금하지 않았어요.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저승사자가 모시러 와도 갈 수 없었어요.

물론

동화 쓰는 손자 덕을 톡톡히 봤어요.

동이 가족은

매일 먹는 김치찌개 덕분에 오늘도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앞으로

김치찌개는 절대로 끓이지 마!

그냥

배달시켜 줘!"
옥황상제는 저승사자들에게 말했어요.


저승사자들은 힘이 났어요.

밤에 김치찌개를 끓이지 않아 좋았어요.


"히히히!

옥황상제님.

배달이 밀려서 아침에나 올지 모르겠어요!"

동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게 싫었어요.


"이런! 이런!

동인지 썩을 놈인지

그놈부터 저승으로 데려 와."

옥황상제는 저승사자들이 사람들을 데려 오지 않자 동이를 잡아오라 했어요.


"히히히!

날 잡아간다고.

웃기는 옥황상제야!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고 말한 동이는

<동화의 세계> 문을 닫고 나왔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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