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이 없어!

달콤시리즈 295

by 동화작가 김동석

총알이 없어!





“절벽이라니!”

사냥꾼은 사자를 피해 도망 왔지만 절벽 끝자락이었다.

사자도 사냥꾼을 쫓아왔지만 그곳이 절벽 끝이란 건 몰랐다.


“어떡하지!”

사냥꾼은 마지막 남은 총알을 만지작거렸다.


“한 방에 쏴 죽여야 한다!”

사냥꾼은 사자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두려웠다.


그동안

많은 동물을 사냥했지만 이번처럼 위험한 순간은 별로 없었다.

총알을 장전하고 사자를 향해 총구를 내밀었다.


“잠깐! 잠깐!”

사자가 걸음을 멈추고 사냥꾼에게 말했다.


“왜?”

사냥꾼은 총을 겨누면서 사자에게 물었다.


“이 숲의 왕을 죽이면 자연이 파괴되고 질서가 무너집니다.”

사자는 숲의 제왕답게 사냥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자 한 마리 없어진다고 자연이 파괴되고 질서가 무너지지 않아!”

사냥꾼은 이마에 땀이 흐르는 것을 닦으며 말했다.


“나는 보통 사자가 아닙니다.

숲의 제왕이란 말입니다.”

사자는 천천히 사냥꾼에게 말했다.


“숲의 제왕은 누가 정한 건데?”

사냥꾼은 두려움에서 조금 벗어난 듯 총을 어깨에 걸치고 사자에게 물었다.


“숲에 사는 동물들이 정한 겁니다.”

사자는 사냥꾼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마구잡이로 사냥을 하면 안 됩니다.”

사자는 사냥꾼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거야 사냥꾼 맘이지!”

사냥꾼을 탓하는 사자가 못마땅했다.


“오늘은 토끼를 잡았으면

내일은 다른 동물을 사냥해야 됩니다.

그래야

먹이사슬이 깨지지 않아요.”

사자는 숲 속의 먹이사슬이 깨지는 게 싫었다.


“그럼 뭘 잡으라는 거야?”

사냥꾼은 어제 토끼를 잡은 뒤 오늘도 토끼를 한 마리 잡았다.


“오늘은 토끼를 사냥하는 독수리나 여우를 잡아야 합니다.”

사자 말은 옳았다.


“사냥꾼은 눈에 보이는 데로 잡으면 되는 거야!”

사냥꾼은 사자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숲 속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림 김민주





“지금 총알 하나 남았죠!”

사자는 사냥꾼이 오늘 쏜 총소리를 듣고 총알이 몇 개 남았는지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사냥꾼은 귀신에 홀린 듯했다.


“제가 계속 따라다니며 총소리를 세어봤어요.”


“정말?”


“네.”

사자는 숲의 제왕답게 숲의 질서를 지키고 싶었다.


“한방이면 넌 죽어!”

사냥꾼은 다시 사자에게 총을 겨누며 말했다.


“전 총알 한방으로 죽지 않습니다.”


“뭐라고!”


“제가 총을 맞아도 당신을 죽일 수도 있어요.”

사자는 총알이 두렵지 않았다.


그동안

두 번이나 총을 맞았지만 살아났다.


“널 한 방에 죽일 수 있어!”

사냥꾼은 갑자기 온몸이 오싹했다.


“제가 총을 맞아도

충분히 거기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뒤로는 절벽이라 도망갈 수도 없어요.”

사자 말이 맞았다.


사냥꾼은 뒤로 물러설 수도 도망갈 수도 없었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살아날 확률은 1%도 없었다.


“좋아!

내가 독수리를 잡으면 되는 거지?”

사냥꾼은 떨리는 목소리로 사자에게 물었다.


“네.”

사자는 사냥꾼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몇 명의 사냥꾼을 잡아먹었지만 또 오고 또 왔다.

더 지독한 사냥꾼들이 숲으로 와서 많은 동물을 잡았다.

그 뒤로 숲 속의 질서는 지금 엉망이 되었다.


“알았다.

그러니까

이제 숲으로 돌아가!”

사냥꾼은 눈앞에 있는 사자가 멀리 갔으면 했다.


“알겠어요.”

사자는 사냥꾼의 말을 믿고 숲으로 돌아갔다.


“세상에!

30년 사냥 인생에 별일 다 있다.”

사냥꾼은 사자를 만나고 한 이야기를 생각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맞아!

숲에도 질서가 있겠지.

먹이사슬도 깨져서는 안 되겠지.”

사냥꾼은 그동안 토끼와 꿩만 잡은 게 미안했다.


“독수리를 잡아볼까!”

엉덩이에 흙을 털며 사냥꾼은 절벽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숲에 제왕답군!”

사냥꾼을 설득시키는 사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이사슬이 깨진 숲에는 사자도 한 마리뿐이었다.


옛날에는

많은 사자들이 숲에서 살았는데 지금은 한 마리 남았다.


“숲에 동물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사냥꾼은 독수리 사냥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생명은 다 소중한 법이지!”

사냥꾼은 오늘 사자 밥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자와의 대화를 통해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다음날

사냥꾼은 시장에 나가 총을 팔았다.

그리고

다시는 사냥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군!”

자신이 죽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안 사자는 한 달이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몇 달 후

숲 속의 제왕 사자는 절벽 위에서 죽었다.

그리고

수많은 숲 속 동물들의 먹이가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