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들어주는 삼층석탑!

달콤시리즈 306

by 동화작가 김동석

소원을 들어주는 삼층석탑!






망자의 넋!

이승을 떠도는 망자의 넋!

사람이 죽었으면 저승으로 가야하는데 죽은 후에도 이승을 떠도는 망자의 넋이 있었다.


샘(고양이)은

망자의 넋을 볼 수 있었다.

샘은 송이도 왕소사나무 군락지에서 이승을 떠도는 망자의 넋을 만났다.


"날!

이흥사 삼층석탑에 데려다 줘."

망자의 넋은 한 가지 소원을 빌고 저승으로 가고 싶었다.

샘은 망자의 넋을 도와주고 싶었다.


샘은

망자의 넋을 만나면 이흥사에 데려다 주었다.

이흥사에 도착하면

망자의 넋은 삼층석탑을 돌며 마지막 소원을 빌었다.

그뒤

샘은 망자의 넋이 태어난 곳까지 데려다 줬다.


언제부턴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탑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천 년의 고찰!

소원을 들어주는 삼층석탑.”

이흥사(利興寺) 삼층석탑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매일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망자의 넋을

고향에 데려다준 고양이 샘은 다시 이흥사(利興寺)로 돌아왔다.


“간절한 기도!

기도만 하면 모든 소원을 들어줄까.”

샘은 삼층석탑을 천천히 돌며 생각했다.


“나는 무슨 소원을 빌까!”

삼층 석탑 주변에 어둠이 내리자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샘은 혼자 남아 삼층석탑을 돌며 생각했다.



“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샘은 보름달이 뜨면 항상 소원을 빌었다.

도깨비방망이를 갖고 싶다는 소원도 빌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아침마다

싱싱한 물고기 한 마리씩 먹고 싶다는 소원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달이 떠도 소원을 빌지 않았다.


“사람들은 무슨 소원을 빌까!”

샘은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빌 소원이 뭔지 궁금했다.

하지만 알 수 없었다.


“석탑님은 알고 있나요?”

샘은 삼층석탑을 돌다 멈추고 물었다.

하지만 석탑은 대답하지 않았다.


“석탑님은 모든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니 알고 있을 거잖아요?”

소원을 들어주는 삼층석탑이라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석탑님!

정말 사람들의 소원을 알고 있죠?”

샘이 큰 소리로 물었다.


“알고 있으니까 소원을 들어주지!”

어둠 속에서 삼층석탑이 말했다.


“정말이구나!”

샘은 석탑이 말하는 것도 놀랍지만 소원을 듣고 모두 들어주는 것에 더 놀랐다.


“석탑님!

동물들이 소원을 빌어도 들어주나요?”

샘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석탑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그런데

아직까지 소원을 빌며 탑을 돈 동물은 없었어.”

석탑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삼층 석탑을 돌며 소원을 빌면 들어주었다.


“고양이도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거죠?”


“그렇다니까!”

하고 석탑이 대답했다.


샘은

소원을 들어둔다는 말을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넌!

무슨 소원이 있는 거야?”

석탑이 물었다.


“아직!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샘은 갑자기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그럼!

심심해서 탑을 도는 거야?”

석탑을 돌고 있는 샘에게 물었다.


“네!"

샘은 사람들이 석탑을 돌 때는 몰랐지만 어둠이 내린 석탑 주변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워할 것 없어!”

샘이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석탑이 말했다.


“네!”

대답은 했지만 그래도 무서웠다.


“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으니까 걱정 마!”

석탑은 그 자리에서 천 년을 넘게 움직이지 않고 세월을 맞이하고 또 보냈다.


“오늘은 누구 소원을 들어주실 거예요?”

샘은 날마다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오늘 밤에는

살아있는 망자의 넋 소원을 들어줄 거야.”

하고 석탑이 대답했다.


샘은

망자의 넋이 소원을 빌었다니 신기했다.


“망자의 넋은 어떤 소원을 빌었어요?”

샘은 너무 궁금했다.


“그건 말할 수 없어!

또 정성을 들여 기도한 소원을 남에게 함부로 말해서도 안 되는 거야."

석탑은 샘에게 천천히 말해주었다.



이흥사 삼층석탑(영광군)/ 천년의 사찰 유물




“석탑님!

소원을 빌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뭐예요?”

샘은 석탑을 돌며 어떤 규칙이 있는지 궁금했다.


“정성을 들이고 간절한 마음이 중요하지!”

석탑은 소원을 빌 때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샘에게 가르쳐주었다.


“샘!

너도 소원을 빌어 봐."

석탑은 아무 생각 없이 석탑을 도는 샘에게 말했다.


오늘은

그냥 탑을 돌고 싶어요.”

샘은 아직 어떤 소원을 빌까 생각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사람들처럼 석탑을 돌고 싶었다.


“힘들어요!”

샘은 몇 시간을 돌았는지 다리가 아팠다.


세상에!

쉬운 건 없는 거야.

특히 소원을 들어달라고 비는 일은 더 어려운 일이지.”

석탑은 손을 길게 내밀고 샘을 들어 올려 석탑 위에 올려주었다.


“와!

이렇게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보니 더 아름다워요!”

샘은 석탑 위에 처음 올라갔다.


“오늘은 여기서 자!”

석탑은 샘이 며칠 동안 망자의 넋을 고향에 데려다주며 힘들었겠다 싶었다.


“감사합니다!”

샘은 밤하늘에 별이 하나 둘 떠 있는 것을 보다 힘들었는지 스르르 잠이 들었다.


“고생 많았다!”

석탑은 샘에게 따뜻한 이불을 덮어 주었다.


“사람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하다니 특별한 고양이야!”

석탑은 샘을 오래오래 바라봤다.



그림 나오미 G






이흥사(利興寺)

삼층석탑은 달과 별이 뜨자 더 아름답게 보였다.


“소원이 있어요!

소원을 들어주세요.”

샘은 잠꼬대를 했다.


“도깨비방망이가 필요해요!”

샘은 지난 태풍에 잃어버린 도깨비방망이를 찾고 싶었다.


“고양이가 도깨비방망이는 뭐 하려고?”

석탑이 샘에게 물었다.


“말만 하면 무엇이든 들어줘서 좋았어요!”

샘은 도깨비방망이가 말만 하면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게 너무 좋았다.


“도깨비방망이는 고양이가 가지면 안 돼!”

석탑은 샘이 말하는 소원을 들어줄까 생각하다 말했다.


“왜!

왜요?”

샘이 석탑에게 물었다.


“도깨비방망이는 도깨비만 가질 수 있는 거야!

사람이 가져도 망하고 목숨을 잃게 된단다.”


“그렇군요!”

목숨을 잃는다는 말에 샘은 놀랐다.


“다른 소원을 말해 봐!”

석탑은 샘에게 다시 말했다.


“생각해 볼게요!”

샘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착한 고양이니까

살아있는 망자의 넋이 소원을 빌었겠지!”

탑을 돌며 소원을 빌던 망자의 넋들이 석탑은 생각났다.


“고양이 신(神)이라!”

석탑은 망자의 넋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고양이 신(神)!

이흥사(利興寺)에서 죽으면 고양이 신이 될 수 있겠지.”

잠이 든 샘을 꼭 안아주며 석탑이 말했다.


“망자의 넋을 보는 고양이!

대단한 녀석이야.”

석탑은 사람도 보지 못하는 망자의 넋을 보는 능력을 가진 샘이 오래 살기를 바랐다.


다음 날 아침

샘은 일찍 일어나 삼층석탑을 돌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소원을 빌지 않았다.


“천천히! 천천히! 돌아보자.”

샘은 아주 천천히 삼층석탑을 돌았다.


천 년이나 한 자리에 머물고 있는 삼층석탑을 생각하며 의식을 통해 오고 가는 무엇인가를 느끼고 찾으려고 했다.


“나를 나로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샘은 고양이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깊이 있는 성찰을 했다.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듯 자연의 가치를 느끼면 되겠지!”

샘은 숲에서 망자의 넋을 만났듯 삼층석탑을 돌며 또 무엇인가를 만나고 느끼고 싶었다.


“의식을 통하여 겹치는 지각과 생각!”

석탑이 보기엔 샘은 이미 고양이 신(神)이 되어 있었다.


샘은

이흥사(利興寺)에 머물며 매일매일 삼층석탑을 돌며 지냈다.



이흥사 삼층석탑 유물(영광군)




천 년 고찰은 사라졌지만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삼층석탑은 꿋꿋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도

사람들이 찾아와 소원을 빌며 삼층석탑을 돌았다.

샘도 사람들 틈에 끼여 열심히 삼층석탑을 돌았다.


“고양이가 무슨 소원을 비는 거야?”

가끔 사람들이 물었지만 샘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둠이 내리자

이흥사(利興寺) 삼층석탑 사이로 달빛과 별빛이 스며들었다.

신령스러운 의식을 치르는 것 같았다.


샘은

소원을 들어주는 삼층석탑을 돌며 하루하루 살아갔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 위를 뒹굴며 살았다.


내일은

또 누가 소원을 빌까!

샘은

날마다 찾아오는 사람 구경하는 게 재미있었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

소녀와 엄마가 삼층석탑을 찾아왔다.


"엄마!

엄마랑 같이 살고 싶어요."

소녀는 삼층석탑을 돌다 멈춰 서서 말했다.


"가야 산다!

엄마랑 살면 죽어.

가서!

꼭 살아야 해.

아니

살아남아야 해!"

엄마는 찢어지는 가슴 붙잡고 삼층석탑을 돌았다.


가난!

먹을 게 없어 아들을 잃은 엄마는 딸이라도 살리고 싶었다.


소녀와 엄마 머리 위로 하얀 눈이 쌓여 갔다.

샘도 따라

삼층석탑을 돌았다.

샘은 인간의 슬픔을 처음 알았다.

엄마와 딸도 헤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가난이

가족을 헤어지게 한다는 것도 알았다.


갑자기!

소녀가 쓰러졌다.


"딸!

미자야."

엄마는 쓰러진 딸을 안고 울었다.



흐는끼는 엄마를!

삼층석탑은 지켜봤다.

샘도 지켜봤다.

새들도 지켜봤다.

바람도 멈춰 서서 지켜봤다.


"소원을!

소원을 들어주는 석탑이잖아요."

샘은 석탑을 향해 외쳤다.


"그럼!

소원을 들어주는 석탑이지."

석탑의 말이 끝나자

내리던 함박눈이 멈추고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소녀와 엄마를 따뜻한 바람이 감싸주었다.

샘도 춥지 않았다.


소녀와 엄마는

며칠 동안 잠만 잤다.


"죽은 건 아니죠!"

샘은 걱정되어 석탑에게 물었다.


"사람은 쉽게 안 죽는단다!

두 사람은

오래 자야 할 거야.

힘들 때는

다 내려놓고 깊은 잠을 자는 게 최고란다.

깨어나면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아갈 거다."

석탑은 샘을 이해시켰다.

아니

샘도 한 인간으로 보았다.


샘은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밤!

삼층석탑을 돌고 또 돌았다.

소리 없이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었다.


망자의 넋!

떠도는 망자의 넋을 고향에 데려다 주는 고양이 샘!

망자의 넋은

삼층석탑을 돌 때마다 샘을 인간으로 환생시켜 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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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고찰 이흥사 유물(영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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