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달콤시리즈 299

by 동화작가 김동석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나 혼자 산다!”

그곳엔 사람이 없었다.

스쳐가면서 봤지만 정말 그곳엔 사람이 없었다.


“왜!

아무도 없는 것일까?”

소녀는 예리한 추리를 해보지만 아무도 없는 이곳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나는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소녀는 가슴속으로 말하고 있지만 명쾌한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엄마!

엄마는 어디 있어요?”

햇살이 가득한 방에 들어와 엄마의 흔적을 찾았다.

하지만 방에는 먼지가 날리며

가끔 소중한 곳이라는 것과 내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엄마!

엄마는 어디 있어요?”

소녀의 가슴은 쉬지 않고 오래전에 헤어진 엄마를 찾고 있었다.

나는 훨씬 엄마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과거로 돌아가면 정말 행복할까!”


소녀는 엄마를 찾기 위해

어릴 적 추억과 흔적들을 찾아왔지만 그곳엔 엄마가 없었다.

아니 어떤 사람도 만날 수 없었다.

다행인 것은

텅 빈 마을 한 구석에 엄마와 딸의 추억을 숨기고 있던 그 집만은 그대로 있었다.




“나는 아니라고! 절대로!”

소녀는 엄마를 기억하면 할수록 자신이 잘못한 것 같았다.


“팍팍한 삶!”

그렇게 말한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최고여야 하고 최상인 삶!

최대로 멋진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 엄마의 삶은 정말 팍팍했을까?”


소녀는 엄마 없는 빈 집에서

햇살을 받으며 문득 스쳐가는 과거의 일상을 보고 또 봤다.


"엄마!

엄마는 어디 있어요?”

현재에 충실했던 소녀는 엄마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찾았다.




“쉬운 상대가 아니었어!”

엄마 앞에 나타난 괴물은 분명히 엄마가 상대하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딸을 위해 온 몸을 던졌다.


“맞아!

엄마가 그랬지!”

소녀는 엄마의 흔적을 찾으면서 정신을 잃기 전의 순간이 떠올랐다.


“엄마!”

소녀는 그 순간 엄마가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믿었다.


“엄마!

이제 와서 미안해.”

소녀는 정신을 잃고 병원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식물인간으로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엄마!

엄마였지!”

소녀는 괴물과 싸우며 도망가라고 소리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엄마!”

소녀는 기억이 돌아오면 올수록 엄마의 흔적들이 선명하게 보이고 들렸다.


“훨씬 많이 기억난다!”

소녀는 엄마의 흔적들이 강물처럼 밀려와 가슴을 적셨다.


“맞아!

그 괴물을 물리친 건 엄마야!”

소녀는 정신을 잃기 전에 엄마를 돕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생각났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

그래서

엄마가 죽은 거야.”

소녀는 마을 사람들이 미웠지만 누구를 탓할 수는 없었다.




“엄마!

기다릴게.”

소녀는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문을 열고 환기시켰다.


“혼자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소녀는 엄마 없이는 혼자 살 수 없었다.


“사람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거야!”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맞아!

아무도 없는 이 마을과 집에서 혼자 살겠다는 건 위험한 생각이야.”

소녀는 엄마를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엄마를 혼자 기다리는 것은 더 힘든 일이었다.


“엄마!

살아있지?”

소녀는 창문으로 비추는 달빛을 보며 간절한 소망을 담아 달에게 물었다.

하지만

달은 대답이 없었다.


“달아!

우리 엄마는 어디에 있지?”

소녀는 엄마가 보고 싶었다. 미치도록 그리움이 밀려왔다.


“기둥도 창문 그림자도 참 아름답다!”

소녀는 달빛이 비치는 집안의 그림자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엄마!

엄마는 어디에 있어요?”

소녀는 보고 싶은 엄마를 부르고 불렀다.

하지만

멀리서 돌아오는 건 메아리뿐이었다.


“사라진 기억을 찾아봐야 해!”

비록 희미한 기억이지만 소녀는 엄마와 함께 한 순간을 기억하고 또 기억하려고 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더니 아침이 왔다.


“가지 않는 길!”

소중한 존재들을 내가 내 안에서 기억해내지 못하면 엄마를 만날 용기마저 없었다.


“과거로 돌아가면 정말 행복할까!”

소녀는 엄마와 함께 한 순간을 기억하면 할수록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림 나오미 G




“맞아!

헌 책방이 있었어.”

소녀는 마을 모퉁이에 있는 헌 책방을 찾아갔다.


“많이 가졌다며 유세 떨고 살더니!”

소녀는 마을에서 가장 잘 사는 집 앞을 지나면서 텅 빈 모습을 보고 말했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을 그렇게 반대하더니!”

소녀는 부잣집 주인의 유세 떠는 목소리가 귀가 아프도록 들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해.”


소녀는 엄마를 찾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의 문을 열 수 있어야 했다.


“아무도 없어요?

소녀는 헌 책방 문을 노크하며 말했다.


“아무도 없어요?”

하고 소녀는 다시 헌 책방 안을 향해 말했다.


“아무도 없다!”

헌 책방 안에서 누군가 대답을 했다.


“책방 주인이세요?”

소녀는 다시 물었다.


“아니!

난 주인이 아니고 책 속의 주인공이야.”

책 속의 주인공이 딸에게 대답했다.


“뭐라고요?

책 속의 주인공이라고요?”


“그래.”

소녀는 책방 주인을 만나면

엄마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는데

책 속의 주인공이 말하는 것을 듣고 더 무서웠다.




“어떤 책 속의 주인공이세요?”

“나!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책 속의 주인공이야.”

책 속의 주인공이 대답했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런 책도 있었어요?”

소녀는 엄마를 찾는 것도 잊어버리고 책 속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했다.


“그럼!

베스트셀러야!”

책 속의 주인공은 다정하게 말했다.


“들어가도 될까요?”

소녀는 책방 문 앞에 서서 문득 책 속의 주인공이 보고 싶었다.


“들어와!”

책 속의 주인공이 대답했다.


“들어가요!”

하고 말한 소녀는 헌 책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책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녕!”

하고 책 속의 주인공들이 인사했다.


“조금 전에 저와 말한 책 속의 주인공은 누구세요?”

소녀는 몹시 궁금했다.


“나야! 나야! 나야!”

많은 헌 책들이 서로 나라고 대답했다.


“나!

나라고 하는 분이 누구세요?”

소녀는 다시 물었다.


“나야! 나야! 나야!”

책 속의 주인공들이 다시 대답했다.


“무서워요!”

소녀는 갑자기 무서웠다.


“무서운 책 속의 주인공도 대답했으니 당연하지!”

무서운 책 속 주인공이 대답했다.


“그냥 갈게요!”

소녀는 너무 무서워 책방에서 나가고 싶었다.


“엄마!

엄마 소식은 듣고 싶지 않아?”

책 속의 주인공이 말했다.


“엄마!

우리 엄마요?”

소녀는 엄마라는 말을 듣고 물었다.


“그래! 엄마!

우리는 마을에서 사람이 사라진 이유를 다 알고 있어.”

책 속의 주인공이 말하자


“엄마!

살아있어요?”

소녀는 마을 사람들보다 엄마 소식이 더 궁금했다.


“살아있어!

물론 책 속의 주인공이 되었지!”

책 속의 주인공이 말했다.


“엄마! 엄마!”

소녀는 책 속의 주인공이 된 엄마를 불렀다.


“아직!

아직은 아니야.”

책 속의 주인공이 말했다.


“왜!

왜요?”

소녀는 더 궁금했다.


“엄마가 책 속의 주인공이 된 것은 맞아!

그런데

엄마 책은 아직 책으로 출간되지 않아 여기 책방에는 없어.

곧 이곳에 도착할 거야.”


책 속의 주인공이 소녀의 엄마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었다.


“엄마! 엄마!”

소녀는 헌 책방에 와서 엄마의 소식을 들어 기뻤다.


“우리 엄마가 왜 책 속의 주인공이 되었어요?”

소녀는 다시 책에게 물었다.


“그건!

비밀이야.

또 책이 나오기 전에 말해서도 안 돼!”

책 속 주인공들은

아직 나오지 않은 책 속 주인공에 대해 말해주는 것은 규칙 위반이라고 했다.


“그렇군요!”

소녀는 그동안 헌 책방에 와서 많은 책을 읽었지만

지금 말하는 책 속의 주인공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누군지 알지?”

책 속의 주인공이 소녀에게 물었다.


“맞아요!

그 책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책 속의 주인공 맞죠?”

소녀는 이곳에서 읽은 책을 생각하더니 책 속의 주인공 목소리를 알 수 있었다.


“맞아!

반갑다.”

소녀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라는 책을 몇 번이나 헌 책방에서 빌려다 읽었다.


“화가님!

안녕하세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책 속의 주인공은 여류 화가였다.


“반갑다!”

화가는 책을 읽을 때마다 소녀가 묻는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 주었다.


“엄마는 아주 훌륭한 일을 하셨단다!”

소녀의 엄마가 죽은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려고 이야기를 책으로 남겼다.


“엄마가 보고 싶지?”


“네!”

소녀는

딸과 마을 사람들을 살리고 괴물과 싸우다 죽은 엄마가 몹시 보고 싶었다.


“엄마 책이 곧 나온단다!

읽어보면 엄마가 얼마나 딸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책 속의 주인공은 그렇게 말하고 책 속으로 들어갔다.




아침이 되면

소녀는 매일매일 헌 책방으로 달려왔다.


“우리 엄마 책 도착했어요?”

소녀가 달려와 책들에게 물었다.


“아직!

내일 도착할 거야!”

책 속 주인공들이 소녀에게 말했다.


“내일!

내일 정말 오는 거죠?”

소녀는 책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래!

천상에서 책을 실은 마차가 출발했으니

내일이면 도착할 거야!”


책 속 주인공들은 혼자가 된 딸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엄마 책을 읽으면 혼자서 아픔과 고통을 잊고 살아갈 것으로 믿었다.


“엄마! 엄마! 엄마 책을 빨리 읽고 싶어요.”

소녀는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소녀는 헌 책방이 문을 열기도 전에 도착해 천상에서 오는 마차를 기다렸다.








동화작가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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