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아지!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아름다운 진도 바닷가 어부의 집에서 진돗개 새끼가 태어났다.
새끼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일곱 마리 형제 중 가장 순한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을 순돌이 아빠가 사갔다.
아빠는
순돌이 생일 선물로 강아지를 사주었다.
가족들은 강아지 이름을 쉽게 아지라 지었다.
아지는 산골 순돌이네 가족이 되었다.
아지는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어느 날 아빠는
방에서 키우던 아지를 밖에서 키워야 한다고 결정했다.
처음으로
아지 목에 개목거리가 채워졌다.
아지는 개목걸이가 뭔지 모르고 자랐는데
밖으로 쫓겨나며 불편한 신세가 되었다.
마당 왼쪽 구석에
이쁜 개집이 아지의 보금자리였다.
“낑낑! 낑낑낑!”
밤새 목에 채워진 개목걸이를 빼내기 위해 온 힘을 써봤지만 소용없었다.
목이 아프기만 했다.
“낑낑! 낑낑낑!”
아무리 노력해도 개목걸이를 풀 수가 없었다.
엄마와 형제들이 생각났다.
아마도
내가 개목걸이에 채워진 것을 알면 엄마가 물어뜯어서라도 풀어주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밤은 깊어가고 아지는 지쳐 잠이 들었다.
울부짖고 눈물을 흘렸지만 아무도 아지의 개목걸이를 풀어주지 않았다.
아지를 제일 사랑한다는 순돌이도 모른 척하고 밤은 깊어만 갔다.
아지는 차갑고 추운 첫날 밤을 혼자서 밖에서 지냈다.
눈을 뜨자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비추었다.
가족들은 무사히 잘 자고 일어난 아지를 보고 너무 만족해했다.
하지만 아지는 두렵고 억울하기도 한 밤이었다.
아지는
개목걸이를 빼려고 싸우지 않았다.
개 줄이 허락하는 곳까지만 왔다 갔다 하며 지내는 게 하루 일이었다.
가족들이
가끔 와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놀아주기도 하는 것이 좋았다.
또 아지를 좋아하는 모습에 꼬리를 마냥 흔들며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게 전부였다.
순돌이는
가끔 아지 목걸이를 풀고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마다
아지는 신나게 자유를 만끽하고 집에 오면 다시 개 줄에 묶여 있는 신세가 되었다.
어느 날
아지는 저녁을 배불리 먹고 다리를 쫙 펴고 누워 있는데 무슨 소리가 들렸다.
깊어가는 밤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 봤다.
“스륵! 스륵! 스르륵스르륵!”
아지는 이상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배가 너무 부른 탓에 그만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한참이 지났을까!
“야!
일어나.”
머리를 툭 치며 일어나라는 소리가 들렸다.
아지는 살며시 눈을 떠봤다.
“엄마야!”
아지 앞에는 늑대들이 서 있었다.
눈을 좀 더 크게 뜨고 다시 봤다.
분명 늑대였다.
“멍멍!”
아지는 크게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늑대 대장인 센이 발로 아지 머리를 툭 떼렸다.
“야! 일어나”
송곳니를 드러낸 센의 목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아지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늑대들은 겨울 내내 먹지 못해 배가 훌쭉해 보였다.
센이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배가 고파!
널 잡아먹어야겠다.”
“으르렁 크응!”
늑대들은 아지를 잡아먹을 기세로 한 발 한 발 다가왔다.
‘아!
나는 죽는구나.’
아지 머릿속은 온통 죽음의 그림자가 가득했다.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멍 멍!”
짖었다.
방에서 자는 순돌이가 듣고 나오길 기대했다.
늑대를 쫓아주기를 바랐다.
“멍 멍!”
하지만 방안에서는 아무 기척도 없다.
“히히히!
짖어봤자 소용없어.”
센이 말했다.
늑대들은
서서히 아지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
꼬리를 내리고 움츠린 아지는 앙칼지고 큰 목소리로
“멍 멍!”
하고 소리 질렀다.
서서히 다가오던 늑대들이 멈춰 섰다.
“크르릉!
너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입에 잡아먹어줄게!”
가장 어린 늑대 곰치가 큰소리치고 한 발 더 다가왔다.
침을 질질 흘리던 늑대들은 아지를 물어뜯을 기세였다.
그림 나오미 G
아지는
문득 엄마가 한 말이 생각났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날 수 있다!
진돗개는 죽을 때도 멋지게 죽어야 한다.”
엄마가 말한 이야기가 머리를 스쳐갔다.
아지는 정신을 차리고 용기를 냈다.
“잠깐!
너희들이 날 잡아먹으러 왔다고 했지?”
“크르릉! 그래.”
하고 센이 대답했다.
“좋아!
너희들의 밥이 돼 줄 테니 잠깐 기다려.”
시간을 벌며 아지는 살아날 궁리를 했다.
“살 수 있어!”
혼자 속삭이며 아지는 늑대들을 쳐다보고 말했다.
“누가 대장이지?”
하고 물었다.
“내가 대장이다!”
하고 센이 대답했다.
“그렇구나!
너무 작아서 넷이서 나눠먹기 어려울 거야!
너무 작지?”
하고 아지가 물었다.
“그래!
넌 너무 작아.”
“그럼!
내가 한 가지 제안을 하지!”
하고 아지가 말하자
“뭔데?”
“너희들 넷이 싸워봐!
제일 잘 싸운 놈이 나를 먹는 거야.
어때?”
하고 아지가 말하자
“웃기지 마!
당장 먹어 치워 버릴 거야.”
하고 어린 늑대가 말하며 다가왔다.
“잠깐!
저 녀석 말이 맞아.
나 혼자 먹어도 너무 작은 녀석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한 판 싸워 제일 힘센 놈이 먹는 거야.
알았지?”
하고 카누 이름을 가진 늑대가 말했다.
결국
늑대들은 서로 싸우기로 했다.
순돌이네 앞마당에서 늑대들은 싸웠다.
늑대들은
서로 물어뜯고 할퀴고 아지를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
아지는 그 모습을 보고 웃고 있었다.
늑대들이 마당에서 뒹굴며 싸우니까 시끄러웠다.
방에서 자던 가족들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마루에 불이 켜졌다.
마당이 환하게 켜진 것도 모르고 늑대들은 싸우는데 열중했다.
순돌이는
마당에서 늑대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안방으로 달려 가 아빠를 흔들어 깨웠다.
“아빠!
늑대들이 나타났어요.”
“뭐라고?
늑대!
늑대는 산에 살지!”
하고 말한 후 다시 코를 골았다.
순돌이는 아빠를 다시 깨웠다.
“아빠!
늑대들이 싸운다니까요!
4마리나 있어요.
아지가 위험해요!
일어나 봐요.”
아빠는 번쩍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정말?”
하고 아들에게 눈을 비비며 물었다.
아빠는 다락문을 열고 공기총을 꺼냈다.
“팡! 팡! "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아빠는 순식간에 두 발을 쏘았다.
늑대들은
싸우다 말고 쏜살같이 도망쳤다.
총소리에 엄마도 형도 누나도 모두 잠에서 깼다.
“아지야!”
하고 순돌이가 불렀다.
아지는
순돌이가 불러도 대답할 수 없었다.
늑대들이 무서워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순돌이가
아지에게 달려왔다.
“아빠!
아지 있어요.
살아 있어요.”
하고 말한 순돌이는 아지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지!
데리고 들어와라.”
아빠가 말했다.
그날 밤
아지는 오랜만에 순돌이 품에서 잘 수 있었다.
아지를 잡아먹지 못한 늑대들은 뒷산에서 후회하고 있었다.
“대장 잘못이야!"
“뭐가 잘못이야?
너희들 셋이서 내게 덤빈 게 잘못이지”
대장은 물린 뒷다리가 아팠다.
늑대들은
깊은 숲 속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지는
지난밤에 두려움을 잘 이겨냈다.
다시
개목걸이 신세가 되었다.
아지는 열심히 운동을 했다.
밥도 잘 먹고 발톱도 개집 판자에 갈았다.
“늑대들이 오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물어뜯어 줄 거다.”
아지는
순돌이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