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를 만난 달팽이!

달콤시리즈 063

by 동화작가 김동석

저승사자를 만난 달팽이!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무엇인가를 본 저승사자는 숨죽이고 지켜봤다.


"뭘까!

분명히 꿈틀거리는 것 같은데 눈에 보이지 않다니."

저승사자는 눈을 비비며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곳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이게 뭘까!"

저승사자는 멈춰 서서 한 참 바라봤다.


"넌

도대체 뭔데 느릴 거야?"

저승사자가 물었다.


"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달팽이야.

달팽이를 저승으로 데려가지 않으니까 잘 모르겠지."

달팽이는 저승사자가 무섭지도 않은 지 천천히 말했다.


"달팽이!

사람들이 느림의 미학을 배운다는 달팽이.

바로 그 달팽이가 너구나."

하고 저승사자가 달팽이 앞에 앉으며 말했다.


"그렇지!

난 세상에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달팽이야.

어떤 동물보다 느릴 거야."

하고 달팽이가 말하며 더듬이를 길게 늘어 뜨렸다.


"오!

더듬이가 길구나."

저승사자는 깜짝 놀랐다.

더듬이와 몸이 늘어지는 걸 보고 따라 했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몸이 늘어나지 않았다.


"넌!

몸이 늘어나는구나."


"히히히!

사람들보다 다른 건 몸을 길게 늘어 뜨릴 수 있다는 점이지.

그런데

사람들은 별로 신기해하지 않아."

달팽이는 한 참 자신의 몸에 대해 자랑했다.


"난!

몸이 늘어나지 않아.

그런데

저승과 이승을 오고 갈 수 있어.

만약

저승에 가고 싶다면 내가 데리고 갈 수 있지.

죽은 망자의 시체 속에 넣고 가면 저승을 구경할 수 있어.

어때!

나랑 저승에 갈래?"

하고 저승사자가 달팽이에게 물었다.


"싫어!

난 저승이 싫어.

이승이 좋아.

죽어도 여기서 죽을 거야."

하고 달팽이가 말하자


"저승에 가면 빨라질 수도 있을 거야.

혹시 모르잖아.

저승에 가서 살면 제일 빠른 동물일지!"

저승사자는 달팽이를 저승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 유혹하는 말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난!

여기가 좋아.

느리지만 누구 도움도 받고 싶지 않아.

난!

나대로 살아가는 법이 있어.

저승보다

이승이 더 좋아."

하고 달팽이는 말한 뒤 들판을 향해 꼼지락거렸다.


저승사자는

달팽이를 설득하지 못했다.

어둠 속을 헤매며 망자를 찾아야 했다.


달빛이 유난히 빛나는 밤이었다.

달팽이는 감나무 밑을 지나 풀이 무성한 밭고랑을 타고 풀숲으로 들어갔다.




#달팽이 #저승사자 #이승 #저승 #어둠 #망자

그림 김유진 계원예술고등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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