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책 읽어주는 소녀귀신!-2

달콤 시리즈 371

by 동화작가 김동석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 - 2






누가 잘 되면 배가 아프다!

귀신들은 저승사자들의 잘 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귀신들은 책 읽어주는 저승사자보다

책만큼은 잘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저승사자나 귀신에게 누가 책 읽어달라고 할까?

하지만

생각보다 인기가 많았다.


"이승이 저승보다 못한 곳이야!

저승에서 오는 사자들을 보면 알아.

저승사자들은

화를 내거나 성질을 부리지 않아!

그렇다면

이승보다 저승이 살만한 세상일 거야."

사람들은 하나 둘 저승사자와 친해졌다.

하지만

귀신과 친해지는 건 원치 않았다.

저승 사사보다 귀신이 무서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동경하는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왜!

저승사자보다 귀신을 싫어할까?"

귀신들은 화가 났다.


"귀신이 하얀 소복만 입고 나오니까 그렇지!

유행 따라 패션도 바뀌어야 하는데 말이야."

귀신은 유행 탓을 했다.


물론

그 시대를 대표하는 유행을 무시할 수 없다.

책 읽어주는 저승사자 인기가 많으니 따라야 했다.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

그 소녀귀신은 달랐다.

책 읽어주는 저승사자 못지않게 책을 잘 읽었다.

그냥 읽는 게 아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감동적이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소녀귀신의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 좋았다.

한 마디로

귀신에 홀린 듯 듣고 있었다.






캄캄한 밤에

어디선가 노래가 들렸다.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었다.


"아픈 척하지 마!

슬픈 척하지 마!

잘난 척하지 마!

싫은 척하지 마!

좋은 척 해도 괜찮아!

기쁜 척 해도 괜찮아!

아는 척 해도 괜찮아!

행복한 척 해도 괜찮아!

즐거운 척 해도 괜찮아!"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 노래하고 있었다.

밤길을 걷던 사람들도 들리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다.


"내 노래를 듣는 너는 얼마나 운이 좋은 지 모르지!

내 노래를 듣는 너는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모르지!"


노래는

점점 캄캄한 밤을 밝게 비추는 달빛 같았다.


"엄마!

누가 저렇게 아름답게 노래 부를까?"

밤늦게 학원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한 소녀가 엄마에게 물었다.


"글쎄!

엄마도 누군지 모르겠다!"


"엄마!

노래 부르는 곳에 가볼까!"


"무섭지 않아!"


"응!

엄마랑 같이 있으니까 무섭지 않아!"

엄마는 딸 손을 잡고 노래가 들리는 캄캄한 곳을 향해 걸었다.


"아픈 척하지 마!

슬픈 척하지 마!

잘난 척하지 마!

싫은 척하지 마!

좋은 척 해도 괜찮아!

기쁜 척 해도 괜찮아!

아는 척 해도 괜찮아!

행복한 척 해도 괜찮아!

즐거운 척 해도 괜찮아!"


가까이 갈수록

노래가 크게 들렸다.


"엄마!

어린 소녀 같아!"

캄캄한 길 모퉁이에서 노래 부르는 누군가를 본 딸이 말하자


"맞아!

어린 소녀구나!"

엄마도 키가 작고 어린 소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얘!

집에 안 들어가고 여기 있으면 위험해!"

하고 엄마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인데 오늘 예약한 소년이 죽었어요!"

하고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 말했다.


"엄마!

정말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야!"


"그렇구나!"

하고 말한 엄마는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에게 다가 가 손을 잡았다.


"그만!

이제 그만 노래 불러도 돼!

캄캄한 밤에 노래 부른다고 시민들이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

엄마는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 경찰에 잡혀가는 게 싫었다.


"네!

알겠어요!"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갔다.







"영주야!

오늘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 오는 날이야!"


"알겠어요!"

영주는 오늘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을 초대했다.


"엄마!

크루아상 사 왔어요?"


"응!

빵이랑 우유랑 준비하고 있어."


"알겠어요!"

하고 대답한 영주는 크루아상과 우유를 한 컵 준비했다.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었다.


"영주야!

민서에게도 전화해 빨리 오라고!"


"알겠어요!"

옆집에 사는 민서도 오늘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 오면 같이 듣기로 했다.






"오늘은 영주네 집이군!

나이가 나랑 똑같은데!

영주 만난 뒤 초록이 집이군!"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예약 시간표를 확인했다.


"어떤 책일까?

<그림자가 짙을수록!>과 <어둠 속의 여왕!>이군!


초록이는 <할아버지가 똥 쌌어요!> 예약했구나!

사람들은 다 똥 싸는데 할아버지가 똥을 어디다 쌌길래 읽어달라고 하는 거지!"


하고 생각한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책을 찾아 가방에 넣었다.


"영주를 만나러 가볼까!"

소녀귀신은 편안한 옷을 입고 영주네 집을 향해 출발했다.


'디잉동동! 디잉동동!'


"초인종 소리가 재밌다!"

영주네 집 초인종을 누르고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기다렸다.


"영주야!

소녀귀신 왔다."

하고 말한 엄마는 현관문을 향해 달렸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하고 말한 엄마가 거실로 소녀귀신을 안내했다.


"안녕!

누가 영주고 누가 민서지?"

하고 묻자


"안녕하세요!

제가 영주예요."


"안녕하세요!

저는 민서! 김민서입니다."


영주와 민서가 인사했다.

소녀귀신 앞에서 둘은 무섭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꿈에 나타난 귀신은 무서웠는데

눈앞에 서 있는 귀신은 무섭지 않았다.



"응!

만나서 반갑다.

오늘은 어디서 책을 읽어줄까?"

하고 소녀귀신이 묻자


"오늘은 베란다에서 읽어주세요!"

하고 말한 영주가 베란다로 소녀귀신을 안내했다.


"와!

베란다를 멋진 서재로 꾸몄구나!"

영주네 집 베란다는 넓고 멋진 서재였어요.


소녀귀신이 의자에 앉으며

"어떤 책을 먼저 읽어줄까!"

하고 물었다.



"<그림자가 짙을수록!>

먼저 읽어주세요."

하고 영주가 대답했다.


"좋아! 좋아!

모두 자리에 앉아주세요."

하고 말한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도 자리를 잡고 책을 꺼냈다.





"<그림자가 짙을수록!> 읽어볼까!"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책을 펼치고 목소리를 다듬었다.


"세상에 그림자 없는 것들도 많지!

대낮에 사람들 그림자가 없다면 어떨까!"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의 목소리가 무섭게 변했다.


"빛이 사람의 뼛속까지 파고 들 정도로 밝게 비추는 데 그림자가 없다니!

너무 무섭지 않아!

어딘가에 그림자 먹는 악마나 좀비가 있을 것 같아!"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 목소리는 점점 어둠 속에서 무섭게 들렸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대부분 그림자가 있어!

빛을 통해 모두 볼 수 있지!

그런데 빛이 그림자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뭘까?

너희들!

귀신 그림자 본 적 있어?

아니면 저승사자 그림자 본 적 있어?

날!

소녀귀신이라고 하는 데 나는 이렇게 그림자가 있잖아!

내가 귀신이라면 그림자가 없어야지!"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 일어나

빛을 비추며 자신의 그림자를 보여주었다.






"맞아!

살아있는 생명체는 모두 그림자가 있어!"

영주가 말하자


"맞아! 맞아!

그런데 귀신이나 좀비는 영화에서도 그림자가 없는 것 같았어!"

민서가 영주에게 속삭였다.


"그러니까!

정확히 모르면 아는 채 하는 거 아냐!

보지도 않은 귀신 봤다고 하는 거 아냐!"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사람들이 자신을 귀신 취급하는 게 싫었다.


"빛이 아름다운 건지!

아니면

그림자가 아름다운 건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어둠 속에 빛은 아름답다는 거야!

우리에게

빛도 소중하고 그림자도 소중하지!

빛과 어둠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행복한 삶이 되겠지!

소녀가 숲에서 본 빛은

어쩌면 생명의 빛! 또는 희망의 빛일 거야!"


하고 말한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그림자가 짙을수록!> 책 읽기를 마쳤다.



그림 나오미 G






"감사합니다!

빛과 어둠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어요!"

엄마는 그동안 알지 못한 빛과 어둠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빛과 어둠이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하고 영주가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에게 말하자


"그렇지!

빛과 어둠 없이는 아마도 인류가 존재하지 못할 거야!"


"그럴 것 같아요!

빛만 소중한 줄 알았는데 어둠도 소중하고 그림자도 소중한 것을 알았어요."

민서도 동화를 듣고 난 뒤 그동안 몰랐던 빛과 어둠에 대해서 좀 알 것 같았다.


"귀신은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면서 사람들을 바라보잖아!

그런데 난!

이렇게 빛을 발하지 못하고

주변에 존재하는 빛이나 내가 빛을 비추며 자신을 보여줄 수 있어!"

하고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 말하자


"맞아요!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니 진짜 귀신이 아니죠!"


"그렇지!"


"네!

그래도 소녀귀신이라고 말하면 무서워요!"


"귀신이라는 낱말이 무서운 현상으로 우리 영혼에 각인되어 있으니 그럴 거야!"

하고 엄마가 말했다.


"재밌었지?"


"네!

너무 재미있었어요!"

영주와 민서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어둠 속의 여왕!>을 다 읽어준 뒤 초록이 집을 향해 출발했다.






"초록이!

이름이 초록이라니!"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초록이를 만나면 이름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


'띵동! 띵동!'

초록이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렸다.


"초록아!

소녀귀신 왔나 보다!"

하고 말한 초록이 누나가 말하며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안녕하세요!

초록이 누나예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초록이 누나에게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

초록아!"


"안녕하세요!"

하고 초록이가 인사했다.


"오늘은 어디서 책을 읽어줄까?"


"제 방에서 읽어주세요!"


"누구랑 들을 거지?"


"누나! 할머니! 할아버지랑 들을 거예요."


"좋아! 좋아!

방으로 들어가자!"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초록이 방으로 들어갔다.


"초록아!

누가 이름 지어준 거야?"


"할아버지가 지었어요."


"그랬구나!"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초록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책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초록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어오며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질문 있어요."


"뭐를?"


"손자 이름을 초록이라고 지은 이유가 있어요?"


"그거!

내가 산에서 양을 키우는 데 산이 초록색이라 그리 지었지!

초록이가 양 떼랑 노는 것을 좋아했어."


"그렇군요!"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초록이 이름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히히히!

<할아버지가 똥 쌌어요!> 책 선택한 이유가 뭘까요?"

하고 초록이를 보고 묻자


"네!

우리 할아버지도 산에서 똥 쌌어요.

그래서 읽어보고 싶었어요."

하고 초록이가 말하자


"맞아!

우리 할아버지도 산에서 똥 쌌다고 했어!"

하고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 말했다.







"<할아버지가 똥 쌌어요!>"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산에서 휴지가 없으면 어떻게 할까!

나뭇잎이나 손가락으로 닦고 물에 씻어야 하지!"


"아니야!

나는 더러워서 나뭇잎이나 손가락으로 닦지 못하겠어!"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의 잔잔한 목소리가 초록이 방을 가득 채웠다.


"할아버지가 산에서 똥 싸면 바로 나무들의 비료가 되니까 좋지!"


"할아버지 냄새나요!"


"그러니까!

따라오지 말라고 했지!"

책 속의 주인공 다연이는 할아버지가 똥 누러 간다고 말해도 계속 따라갔다.

할아버지 똥 냄새를 맡으면서도 다연이는 할아버지 뒤를 계속 따라다녔다.


"히히히!

<할아버지가 똥 쌌어요!>

아주 재미있다!"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도 읽으며 재미있었다.


"아휴!

똥 냄새난다!"

하고 말한 할머니가 갑자기 코를 잡고 방을 나갔다.


"으악!

정말 똥 냄새나는 것 같았다."

초록이 누나도 방을 나갔다.


"하하하!

내가 방귀 뀌었지!"

하고 할아버지가 말하자


"할아버지!

건강한 몸의 신호니까 걱정 마세요."

하고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 말했다.


"미안! 미안!"

하고 말한 할아버지가 웃으며 방을 나갔다.


"히히히!

귀신은 방귀 냄새를 맡지 못하니까 좋아!"

하고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 말하자


"나도!

코가 막혀서 냄새를 맡지 못해요!"

하고 초록이가 말했다.


"그런데!

정말 똥냄새났어."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 말하자


"하하하!

정말 지독한 냄새였어요."

초록이도 웃으며 말했다.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은 책을 다 읽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픈 척하지 마!

슬픈 척하지 마!

잘난 척하지 마!

싫은 척하지 마!

좋은 척 해도 괜찮아!

기쁜 척 해도 괜찮아!

아는 척 해도 괜찮아!

행복한 척 해도 괜찮아!

즐거운 척 해도 괜찮아!"


멀리서!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 노래가 들렸다.






"영감!

좀 참던지!

아니면 밖에 나가 방귀를 뀌지 그게 뭐예요."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나도!

참으려고 했는데 나와 버렸어!"


"나오려고 할 때

방을 나갔어야죠!"


"동화가

재미있는 데 어떻게 나가!"

할아버지는 방귀를 참으며 동화를 듣고 싶었다.


"정말!

창피해 죽겠어요."


"방귀 덕분에 모두 웃었잖아!"


"하긴!

냄새가 독하긴 했지만 웃긴 했죠."

할머니는 매일 듣는 방귀소리였지만 오늘 방귀는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엔 조심할 게!"

하고 할아버지가 말하자


"조심하긴!

뿡! 뿡! 뿡! 방귀 뀌는 주제에!"

할머니는 자다가도 할아버지 방귀소리에 잠을 깨곤 했다.


"누나

<할아버지가 방귀!> 책 제목 어때?"


"벌써!

냄새나는 것 같아!

첵 제목으로는 괜찮다!"


초록이 집에서는

책 읽어주는 소녀귀신이 돌아간 뒤 할아버지 방귀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그런데!

저승사자나 귀신도 방귀 뀔까요?"

하고 할머니가 물었다.


"그건!

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이지.

저승사자나 귀신이 자신들의 비밀을 알게 된 사람은 가만두지 않을 거야!

특히

나 같은 사람은 그들의 비밀을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닐 테니 말이야."

할아버지 말이 맞았다.

누군가의 비밀을 말하고 싶은 이승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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