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에 고립된 봄!

달콤시리즈 314

by 동화작가 김동석

하얀 눈에 고립된 봄!




“행복한 우연이지!”

소녀가 산을 오르고 먹을 것을 채취하며 배운 것은 우연의 일치라는 가치였다.

이른 봄날 앞산에 올라 골짜기에 고립된 눈이 녹는 소리를 들었다.


“봄이야! 봄!”

숲 속의 나무들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봄맞이를 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숲에는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했다.


“나도 떠나고 싶은데 햇살이 여긴 비추지 않아!”

깊은 골짜기에 남은 하얀 눈은 나무들에게 미안했다.


“천천히 녹으면 더 좋아!”

골짜기를 향해 길게 뿌리내린 소나무가 말했다.


‘쪼르르륵!’

하얀 눈 아래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너 때문에 봄이 아직 안 왔구나!”

소녀는 골짜기에서 하얀 눈을 보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하얀 눈은 봄이 오는 것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


“미안하긴!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이 벌써 그리운데!”

소녀는 하얀 눈을 손으로 비비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얀 눈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소녀가 좋았다.


“칼날 같은 바람이라니!”

소녀는 숲을 거닐면서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바람을 만났다.


‘스아아아아! 솨아아아!’

바람은 나무 사이를 오가면서 무섭게 불었다.


“이제 좀 떠나 주면 좋겠어!”

소녀는 큰 소나무에 기대고 서서 바람에게 말했다.


“무슨 소리!

여긴 내가 머물러야 할 곳인데!”

바람은 꽃망울을 가득 품은 나무들 사이를 배회하며 말했다.


“웃겨!

아직 뜨거운 햇살 맛을 못 봤군!”

소녀는 숲을 가득 채워줄 따뜻한 햇살을 기다렸다.


“햇살도 이길 수 있어!”

겨울바람은 소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떠나야 할 때를 잘 알아야 해!”

소녀는 억지로 밀어내고 싶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면

자연의 이치대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었다.





“쑥과 냉이를 캐야지!”

소녀는 봄이 되면 엄마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을 생각했다.


“사람들은 왜 쑥떡을 먹었을까?”

들판에서 쑥을 뜯으며 소녀는 생각했다.

쓰디쓴 쑥으로 떡을 해먹을 생각을 하다니 신기했다.


“몸에 좋다는 것이겠지!”

소녀는 한 바구니 쑥을 캐서 집으로 향했다.


“엄마!

쑥 캐왔어요.”

소녀는 마루에 쑥을 내려놓고 엄마에게 말했다.


“딸!

어떻게 된 거야?”

엄마는 말도 안 했는데 딸이 봄맞이를 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쳐다봤다.


“한 살 더 먹었으니

엄마 마음을 조금이라도 통찰하는 딸이 되어야죠!”

소녀는 엄마가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고!

이제 나이 값을 하려고.

좋다! 좋아!”

엄마는 웃으며 딸에게 말했다.



그림 나오미 G





“어디 보자!

연한 쑥으로 잘 캐왔구나.”

엄마는 딸이 캐논 쑥 바구니를 들쳐보고 말했다.


“한 바구니 더 캐와!”

바구니에 가득한 쑥을 마루에 부으며 말했다.


“부족해요?”

딸은 바구니를 들고 물었다.


“그래!

저녁밥 할 때 쑥을 조금 넣어야겠다.”

엄마는 오랜만에 쑥을 넣어 밥을 지을 생각이었다.


“알았어요!”

하고 말한 딸은 다시 들판으로 향했다.


“쑥떡! 쑥밥!

어떤 게 더 맛있을까?”

소녀는 논두렁에서 쑥을 캐며 생각했다.


“쑥밥만 해 먹지 힘들게 떡을 만들다니!”

먹을 게 없어서 쑥떡을 해 먹었다고 들은 이야기가 이상하다 생각되었다.


“쑥떡에 콩고물을 뿌려 먹으면 정말 맛있지!”

하고 말하면서도 자꾸만 머릿속에서 쑥밥의 정체가 궁금했다.


“쑥밥에 콩고물을 뿌려 먹으면 어떨까!”

소녀는 쑥을 캐면서 오늘 밤에는 쑥밥에 콩고물을 뿌려먹을 생각이었다.


“하하하!

정말 맛있겠는데!”

소녀는 바구니에 가득 담긴 쑥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엄마!

콩고물 어디 있어요?”

집에 온 딸은 엄마에게 물었다.


“뭐하려고?”

엄마는 갑자기 콩고물을 찾는 딸이 이상했다.


“저녁밥에 뿌려 먹게!”

딸이 말하자


“얘는!

꼭 아빠 같은 생각을 하는군.”

엄마는 호기심 많은 남편을 닮은 딸을 말릴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엄마!

쑥밥에 콩고물을 뿌리면 쑥떡 같은 맛있지 않을까요?”

하고 딸이 웃으며 물었다.


“엄마는 그렇게 먹은 적 없어!”

쑥떡을 해 먹고 쑥국을 끓여먹었지만 쑥밥에 콩고물을 뿌려 먹은 적은 없었다.


“엄마!

오늘 저녁에 신 메뉴 탄생!”

딸은 벌써 신난 표정이었다.





“밥상에 봄이 왔구나!”

아빠는 차려진 밥상에서 쑥밥과 쑥국을 보고 말했다.


“그런데!

이 콩고물은 뭐하려고?”

아빠가 밥상에 놓인 콩고물을 보고 물었다.


“아빠!

쑥밥에 콩고물 뿌려먹어 보세요.

기가 막힐 거예요!”

하고 딸이 말하자


“쑥밥을 쑥떡처럼 만들어 먹자고!”

하고 아빠가 다시 물었다.


“네!”

딸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하하!

누가 이런 생각을 했지?

완전 대박이군!”

아빠는 딸이 한 말을 듣고 기분 좋은 듯 웃었다.


“당신 딸이!”

엄마가 말하자


“딸!

이건 기가 막힌 아이디어야.

누구한테도

알려주면 안 되겠다!”

아빠는 그동안 쑥밥에 콩고물을 뿌려 먹을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정말!

맛있겠죠?”

딸이 묻자


“이건!

두 말하면 잔소리.”

하고 대답한 아빠는 쑥밥에 콩고물을 뿌려 동그란 쑥떡처럼 만들었다.


“먹어볼까!”

아빠는 콩고물 쑥밥을 한 숟가락 떠 입에 넣었다.


“마시타(맛있다)!

이커(이거) 완전콴턴(완전) 태팍키캬(대박이야).”

하고 말하는 아빠 콧구멍에서 콩가루가 밀가루처럼 품어져 나왔다.



"으악!

으악! 이게 뭐야?"

뿌연 연기처럼 콩고물은 밥상 위를 비행한 뒤 천천히 내려왔다.


"아빠!

반찬 어떻게 먹어요?"

하고 딸이 말하자


"크크!

칸탄(반찬)도 콩코풀(콩고물) 터어(넣어) 컴는거지(먹는거지)."

하고 말했다.


“하하하! 아빠!”

딸과 엄마는 웃으며 아빠를 쳐다봤다.


“대박이야!”

아빠는 정말 쑥밥에 콩고물을 뿌린 게 맛있었다.

한 참을 웃은 뒤 엄마와 딸도 아빠처럼 쑥밥에 콩고물을 뿌려 먹었다.


“마시타(맛있다)!”

으악!

태코에서도(내 코에서도) 통카풀이(콩고물이) 타폰다(나온다)."

딸과 엄마 콧구멍에서도 콩코물이 분사되었다.


처음 먹어보는 쑥밥이 맛있었다.

쑥밥 덕분에 가족은 한바탕 신나게 웃을 수 있었다.

지금도 콧구멍 어딘가에 콩가루가 남아있는 듯 간질간질 하다고 아빠는 말씀하셨다.


그 다음은

말 안해도 알 것 같았다.

집안 구석구석 콩고물이 비행하고 있었다.


이른 봄 날!

산골마을 소녀는 바구니를 들고 들판으로 나갔다.

아직 녹지 않은 하얀 눈을 뚫고 나온 쑥을 캐는 재미에 푹 빠져 해가 지는 것도 몰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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