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길가에 서있는 아이!
달콤시리즈 370
길가에 서 있는 아이!
어머니에게
아이가 또 있었다.
자녀들이
모르는 아이!
그 아이는
과거의 아이일까?
현재의 아이일까?
아니면
미래의 아이일까?
분명한 것은
현재의 아이는 아니었다.
“어서 가자!”
어머니는 아들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어서 가서 밥 줘야 한다니까!”
어머니는 끈질기게 아들을 재촉하며 나갈 준비를 했다.
“어머니!
그 아이들은 모두 커서 이렇게 어른이 되었어요!”
하고 아들이 말하지만 어머니는 소용없었다.
약 일분 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다시 어머니의 애원은 시작되었다.
“어서 가자!”
어머니는 또 어딘가에 있을 아이를 걱정하며 집을 나서려고 했다.
“어머니!
집도 없고 아이도 없었잖아요.”
어머니와 함께 오랜만에 태어난 곳을 찾은 서울에서 온 둘째 아들이 말했다.
“어머니!
여기서 섣달 보름날 날 낳았잖아요?”
하고 둘째 아들이 물었지만
“난 몰라!”
하고 어머니가 대답했다.
“어머니!
몇 살에 이곳으로 시집왔어요?”
“아주 어릴 때 왔지!”
하고 어머니는 대답했다.
“어머니!
이곳에서 아이들은 몇 낳았어요?”
“아들 넷! 딸 넷!”
하고 어머니는 대답했다.
“기억을 잃은 것은 무엇일까?”
둘째 아들은
가끔 보는 어머니로부터 상실한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본다는 것은 어려웠다.
“어머니!
여기 샘터 기억나죠?”
“몰라!"
어머니는 집에서 백 미터나 떨어진 샘터에서 물을 길렀고 또 빨래를 하며 살았다.
수십 년을 살아온 삶터를 이제는 기억하지 못했다.
“어머니!
여기서 살 때는 힘들었죠?”
하고 아들이 묻자
“다 힘들었지!”
어머니는 혼자가 아닌 그 시대 모두가 힘들었다는 것도 알았다.
“어서 가자!”
어머니는 아들을 재촉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있다 가요!”
하고 말했지만
“아무도 없는데!
어서 가자니까!”
하고 어머니는 재촉했다.
소녀이던 시절 시집와서
몇십 년을 살며 아들 넷 딸 넷을 낳은 어머니 기억 속에 이곳은 지워진 지 오래였다.
“어머니!
어디로 갈까요?”
하고 아들이 묻자
“집에 가야지!”
“아이는 데리러 안 가고?”
“데리러 가야지!”
“어머니!
그 아이는 어디에 있어요?”
“길가 집에 있지!”
어머니 머릿속에 아직도 데려와야 할 아이가 어딘가에 있었다.
“어머니!
그 집 찾을 수 있어요?”
“찾을 수 있어!”
“차도 들어갈 수 있어요?”
“차도 들어가고 걸어서도 갈 수 있어!”
어머니 머릿속에는 분명히 길가 집이 존재하는 듯했다.
“미래의 아이일까!”
아들은 어머니가 데려 오고 싶어 하는 아이가
과거의 아이인지 또는 미래의 아이인지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머니 머릿속에 데려와야 할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파리 자연사박물관 2017
“어디 가는 거냐?”
어머니가 읍내로 달리는 차 안에서 물었다.
“어머니!
큰 아들이 태우러 오라고 하는데요.”
“어디서?”
“읍내에서!”
“왜 거기 있는데!”
“모르겠어요!”
어머니는
집에 있어야 할 형님이 읍내에 있다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어머니!
그냥 갈까요?”
“형이 데리러 오라고 했다며!”
“네!”
“그럼!
데리러 가야지.”
하고 말한 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런데!
또 어디 가냐?”
어머니 침묵은 약 일분 정도 후 다시 묻곤 했다.
“읍내에 간다니까!”
“읍내에 뭐 하러 가는 데?”
“형님!
모시러 간다고 했잖아요.”
“형이 읍내에 뭐 하러 갔는데?”
“모르겠어요!”
어머니는 묻고 또 물었다.
아들은
묻는 질문에 또 대답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어머니!
제가 누구죠?”
형님이 차에 탄 뒤 조수석에 앉은 어머니에게 물었다.
“아들이지!”
“몇 째 아들?”
형님이 다시 물었다.
“큰 아들!”
“어머니!
큰 아들 잊지 않았네.”
“썩을 놈!
아들 잊은 어미가 어디 있더냐!"
하고 어머니는 크게 말했다.
“맞아요!
아들은 어머니 잊어도 어머니는 아들 못 잊지!”
둘째 아들이 운전하며 말하자 어머니는 기분이 좋은 듯했다.
어머니는
가끔 쓴 소리 했지만 그 말은 곧 진리였다.
“방문을 모두 잠그다니!”
형님은 잠시 외출을 하고 싶으면 어머니를 방 안에 가두고 밖에서 방문을 잠갔다.
“형님!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어머니가 방 안에 갇히는 신세를 본 동생은 걱정이 앞섰다.
“방문을 잠그지 않으면
이 추운 날씨에 어머니는 잠바도 안 입고 밖에 나가 거리를 돌아다닌다.”
형님은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생 눈에는 최선이 아니었다.
“치매 환자를 하루 종일 지키고 있어야 할 요양사가 필요하군!”
형님이 하는 방법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동생은 지금 상황에서 누구를 탓할 수 없었다.
“문 열어야!
문 좀 열어줘요!”
방에 갇힌 어머니는 밖을 향해 외쳤다.
그런데 아무도 와서 열어주지 않았다.
“답답해 죽겠어요!
문 좀 열어줘요.”
하고 외치는 어머니 목소리가 둘째 아들 가슴에서 뼛속까지 전달되었다.
“어머니!
어딜 갈까요?”
방문을 열고 어머니를 보는 순간 눈물이 났다.
“내가 있는 동안이라도!”
둘째 아들은 어머니가 가고 싶은 곳에 모시고 갈 생각이었다.
“집에 가자!
아빠 밥 해줘야 해.”
3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밥 걱정하는 어머니는 또 무슨 생각을 할까?
“네!
따뜻하게 옷 입으세요.”
어머니가 양말을 신고 옷을 입는 모습을 둘째 아들은 지켜봤다.
“어디로 가고 싶을까?
어머니가 가고 싶은 집은 또 어디일까?
또 데려오고 싶은 아이는 과거의 아이일까 아니면 현재의 아이일까 또는 미래의 아이일까?”
둘째 아들은 어머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오래 살면 행복이라 했는데!”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보호자들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의 연속이겠다 싶었다.
“죽고 사는 문제가 어디 내 맘대로 될까!”
아들은 어머니가 잠든 것을 보고 집을 나와 뒷산에 올랐다.
"나무야! 나무야!
너는 내 맘 모르지?
나무야! 나무야!
우리 어머니 맘 아니?"
나무는 대답이 없었다.
알아도 대답할 수 없었다.
나무는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끝-
치매환자와 함께 하는 보호자!
그리고
요양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