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기침 소리에 도망간 귀신!

유혹에 빠진 동화 015

by 동화작가 김동석

기침 소리에 도망간 귀신!





옛날 어른들의 삶에

기침 소리는 하나의 행동양식이었다.

특히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문 앞에서 기침 소리를 내며 주인에게 누가 왔음을 알렸다.


"할아버지!

남의 집 앞에서 기침 소리를 내는 이유가 뭐예요?"

열(10) 살 소년이 물었다.

할아버지 손 잡고 이웃 마을 할아버지 친구 집에 갔을 때였다.


"남의 집 앞에서는

누가 왔다는 것을 기침 소리로 알려야 한다.

그래야

집안에서 무슨 일을 하다가도 손님을 맞이할 수 있어.

그 집에 사람이 없으면 귀신들이 노는 집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기침 소리를 내는 것은 귀신들에게 물러가라는 뜻이 담긴 거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남의 집 앞에서 하는 기침 소리는 아주 중요한 것이란다."

나는 할아버지의 긴 설명을 들었다.

그 뒤로

누구 집을 방문하면 나는 기침 소리를 냈다.

물론

도시 생활을 하며 기침 소리도 줄어들었다.


"킁킁! 헛취! 헛취!"

어릴 때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다.

나도 할아버지처럼 남의 집 방문 때마다 기침 소리를 냈다.


"물렀거라!

사또 행차이시다.

물렀거라!"
사또가 행차하며 앞에 가는 이방이 하는 말이었다.

이방이 하는 말은 위험을 물리치는 것이었다.

무서운 사또가 아니라

길거리에 존재하는 위험을 물리치기 위함이었다.


밤늦게

만수네 집을 방문한 적 있었다.

"킁킁! 헛취! 헛취!"

하고 만수네 집 앞에서 나는 기침을 했다.

하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분명

방안에 불이 켜져 있었다.

"킁킁! 헛취! 헛취이!"

나는 기침 소리를 냈다.


"히히히!

몇 번이나 하는지 지켜봐야지."

만수는 내가 온 걸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누구 집 방문할 때마다 기침 소리 내는 나를 만수는 놀릴 생각이었다.

나는 돌아섰다!

만수네 집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데 방에 불이 켜져 있어 등골이 오싹했다.

소름이 돋았다.


"분명히!

귀신이 있었다면 내 기침 소리를 들었을 텐데."
집으로 돌아가는 데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 것 같았다.


"으악!

무섭다.

할아버지 저는 기침 소리를 냈어요.

그런데

귀신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문득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했다.

목이 자꾸만 줄어 들었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야!

어디 가는 거야?"

하고 등 뒤에서 누군가 크게 외쳤다.

만수였다.

만수는 내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살금살금 따라왔다.

정말 집으로 가는 것 같아 나를 불렀다.


"깜짝이야!

개.. 끼! 놀랐잖아!"

나는 소리쳤다.

얼마나 크게 소리쳤는지 만수가 더 놀랐다.

"히히히!

너도 놀랐지?"

만수는 날 놀리는 재미에 살았다.


"나는

세상에 무서운 건 하나도 없어.

귀신도 악마도 무섭지 않아!

마귀나 마녀도 무섭지 않아!"
하고 나는 자랑하고 다녔다.

그런

나를 만수는 실험하고 있었다.


"히히히!

우리 집에 귀신이 산다.

그러니까

우리 집 올 때는 조심해!

우리 집 귀신이

널 노리고 있으니까!"
만수는 귀신이 날 잡아가기 바랐다.


하지만

나는 귀신과 손 잡고 춤추는 소년이었다.

악마와 장기 두고 개울가에서 물장구치고 노는 소년이었다.

나는 신들의 정원을 기웃거리는 소년이었다.

옥황상제 옆에 앉아있는 제자라는 별명을 가진 소년이었다.

만수는 나처럼 행동하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는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였다.

만수는

세상에서 나를 제일 부러워했다.


나는

할아버지 버릇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지금도

누구 집에 가면 집 앞에서 기침 소리를 냈다.

그것이 곧

이웃을 대하는 태도라 생각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통찰하는 자세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언제부턴가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에 빠졌다.

자연의 이치란

나이고 또 너임을 나는 잊고 살았다!

나를 알고 너를 알아야

진정으로 만물의 영장을 이해할 수 있음을 잊고 살았다.


나는 이웃을 통찰하는 마음을 다시 찾았다.

그래서

다시 기침 소리 내는 유혹에 빠졌다.

그 유혹은 달콤했다.

어른들이

기침 소리로 이웃과 소통하고 통찰하는 맛을 알았다.

지금

기침 소리로 살아있음을 이웃에 알려보자!










#기침 #이웃 #통찰 #유혹 #동화

사진 파리 앵발리드 앞 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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