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길가에 보석 있었다!

유혹에 빠진 동화 024

by 동화작가 김동석


길가에 보석 있었다!








무더운 여름

오후에 잠깐 소나기가 내렸다.

소녀는 엄마 손 잡고 집을 나왔다.

뒷산으로 오르는 길을 걷는 데 지열이 심했다.


"너무 뜨거워!

밖으로 나가야겠다."

땅속에서 낮잠 자던 지렁이는 일어났다.

지열이 심해지자 도저히 잘 수 없었다.

흙을 파헤치고 얼굴을 내밀었다.


"이봐!

어딜 가려고 고개를 내민 거야?"

나무에서 내려온 지네가 물었다.


"땅 속이 너무 뜨거워!

죽을 것 같아.

밖으로 나가야겠어!"

하고 지렁이가 말했다.


"히히히!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건 알지?

찰나의 순간!

말라 비틀어 죽는다는 걸 알 텐데."

지네는 수염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이봐!

꿈을 응원해 주지는 못할 망정

그런 소리 말아.

난!

죽어도 최소한 꿈틀거리다 죽을 거야."
하고 지렁이가 말했다.


"뭐!

죽는 게 두렵지 않아?"

지네는 지렁이가 바보 같았다.

"너처럼

쓸데없는 다리를 많이 가진 녀석이 뭘 알겠어.

바보 같은 녀석!"

하고 지렁이가 말하자


"뭐라고!

쓸데없는 다리.

뭐!

바보라고 내가?"

하고 지네가 입안에 독을 품으며 말했다.

"그래!

다리 한 쌍도 없다고 생각해 봐.

나처럼

다리 없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어?"

하고 지렁이가 묻자

지네는 대답할 수 없었다.


소녀는

엄마 손 잡고 걸었다.

지열을 피해 나온 지렁이가 보였다.


"엄마!

징그러워 죽겠어요."

지렁이를 보고 소녀가 말했다.


"징그럽지!

땅에서 나오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나오는 것 봐라.

비록!

길에서 죽지만 지렁이는 수많은 동물을 살리고 죽는단다.

딸!

지렁이를 징그럽게 보지 마."
하고 엄마가 말했다.

소녀는 엄마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

지렁이가 많은 생명을 살린다는 게 사실이에요?"

하고 엄마에게 물었다.


"그럼!

소나기 온 뒤 지열이 심해 밖으로 나왔지만 대단한 녀석들이야.

땅속에서 지열에 죽나

밖으로 나와 꼼지락 거리다 죽나 별 차이는 없단다.

하지만

밖으로 나와 죽으면 새의 먹이가 되고 곤충의 먹이가 되어 좋지!

그 지렁이를 먹은

동물들이 배설하는 것들은 거름이 되고 땅을 비옥하게 만들지.

얼마나 희생적인 죽음이야!"

하고 엄마는 딸에게 설명해줬다.


"엄마!

죄송해요.

앞으로 지렁이를 징그럽게 생각하지 않을 게요."

소녀는 엄마 말을 듣고 지렁이가 불쌍했다.


지렁이는

지열을 피해 밖으로 나왔다.


"넌!

죽을 거야.

몇 미터 못 가서 죽을 거라고!"
지네는 많은 다리를 자랑이라도 하듯 지렁이 주변을 돌며 말했다.


"비켜!

난 죽어도 꼼지락 거리다 죽을 거야.

너처럼

많은 다리를 가지고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삶은 살지 않아!"
지렁이는 앞을 막는 지네를 향해 말했다.


"그래!

죽든지 말든지!"
지네는 내려왔던 나무 위로 올라갔다.

지렁이는 꿈틀거리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지네는 나무 위에 앉아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지켜봤다.

그런데

맞은편 나무 가지에서 큰 새가 날개를 폈다.


"으아악!

으아아악!"
그 잘난 지네는 큰 새의 먹이가 되었다.

지렁이보다 먼저 죽었다.

지렁이보다 먼저 죽을 줄 몰랐다.

찰나의 순간

일어난 일이라 지렁이는 몰랐다.


"분명!

무슨 소리가 났는데?"

지렁이는 열심히 꿈틀거렸다.

길가

건너편 잔디밭까지는 멀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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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7. 오후 4시 길을 걷다 지렁이 보고 핸드폰에 메모한 것이 한 편의 동화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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