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괴물이 아니었다!
그들은
나를 불렀다.
아니
그들의 울부짖음을 들었다.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강렬했다.
"어때!
이래도 담쟁이넝쿨을 나쁘다고 말할 거야?"
담쟁이넝쿨이 내게 물었다.
"세상에!
아름다운 자연의 힘이다.
내게 보여주고 싶었구나!
그래서
울부짖었구나."
나는
어리석은 인간이었다.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알았던 담쟁이넝쿨이 나의 무능을 치유하고 있었다.
"히히히!
어리석은 인간아.
너희들은 이렇게 만들 수 없어!
죽었다 깨어나도 못 만들어.
자연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야!
자연은
말없이 어리석은 인간들의 흔적을 지우고 있을 뿐이야."
담쟁이넝쿨이 말했다.
"고맙고 미안하다!"
나는
사진 찍는 것도 미안했다.
"이봐!
널 선택한 이유가 있어.
때 묻지 않은 동심을 가진 어른이라 선택한 거야!
자연이 외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을 줄 알기 때문에 널 부른 거야.
어때 보기 좋지?"
담쟁이넝쿨이 내게 물었다.
"좋아!
좋아도 너무 좋아.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포토존 찾기 힘들지!
인간이 만들려고 해도 불가능하지.
자연과 하나 된 포토존!
너무 멋지다.
하루 종일 지켜보고 싶다"
나는 치유되고 있었다.
나의 무능과 어리석음!
인간의 욕망과 유혹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마음이 치유되고 있었다.
멀리
십자가가 보였다.
누군가
포기한 집터를 자연은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다.
동물들의 놀이터고 박물관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집이었어요?"
텃밭에서 상추에 물 주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니!
내가 살던 곳이 아니야."
하고 말했다.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텃밭 주변에서 머물지 말라는 말투였다.
그렇지!
담쟁이넝쿨에 접근하려면 아저씨 텃밭을 통과해야 했다.
차가 들어올 수도 없었다.
다시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렸다.
내 것과 네 것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여긴!
내 땅이야.
밟지 말라고!"
나는 들었다.
남은 것도 쉽게 치울 수 없었다.
농부는
그늘막까지 세워놓고 지키고 있었다.
개미 한 마리도 텃밭에 들어갈 수 없었다.
"여긴!
우리 것이야.
자연의 것이란 말이야!"
담쟁이넝쿨이 외쳤다.
"인간들이란!
자기 먹을 것만 물 주는 거 봐.
우리도 목 말라죽겠는데 물 한 방울도 안 줘.
나도 물 좀 줘!"
나는 들었다.
담쟁이넝쿨이 간절히 애원하는 걸 들었다.
멀리
아니 높은 곳에 위치한 십자가를 봤다.
나는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누굴 위한 기도였을까?
그 기도는 짧았다.
아니
길게 할 필요도 없었다.
아름다웠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파괴된 모습으로 있었다면 인간을 탓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연의 보이지 않는 힘에 감탄하고 있었다.
무능한 나보다
어리석은 인간보다
훨씬 담쟁이넝쿨은 위대했다.
욕심부리는 농부보다
내 땅이라 주장하는 인간보다 담쟁이넝쿨은 아름답고 위대했다.
담쟁이넝쿨은
무능한 농부와 어리석은 인간과는 타협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숲은
흐르는 물과 같았다.
느리지만
조금씩 자연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꿀벌과 나비가 날았다.
무당벌레와 개미가 기어 다녔다.
풀숲에 숨은 고양이 방귀소리가 들렸다
꽃향기가 진동했다.
자연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렸다.
"야!
똥 먹고 똥 싸냐?"
똥 싸는 파리 보고 꿀벌이 물었다.
"그럼!
똥 먹고 똥 싸지.
뭘 싸길 바라는 거야?"
파리는 엉덩이에 힘주며 말했다.
물 주던 텃밭 주인이 돌아갔다.
나는 한 참 지켜봤다.
"고맙다!
인간의 욕망을 치유해줘 고맙다.
더 갖고 싶다는 유혹을 치유해줘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세상에서 제일 핫한 포토존이 될 것이라 생각해 미안하다.
담쟁이넝쿨아!
더 아름답고 깨끗하게 자연으로 돌려주기 바란다."
나는 돌아설 수 없었다.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않았어도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다시
또 찾고 싶은 곳이 되었다.
몇 달 후
아니 몇 년 후 이곳은 어떻게 변할까 보고 싶었다.
자연의 위대함이
나를 치유해주는 유혹에 빠져나올 수 없었다.
만물이 깨어나는 시간!
담쟁이넝쿨이 치유해준 덕분에 어둠 속에서 반짝 빛나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더 멀리!
더 높게 가지를 뻗어야지."
담쟁이넝쿨의 아우성이 들렸다.
그곳은 42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그런데
잠자는 나를 깨웠다.
담쟁이넝쿨은 꿈틀거리며 내 몸을 감쌌다.
나는 숨이 막혔다.
이대로 죽는구나 하는 순간이었다.
"이제야!
마음이 평화롭다.
내게 할 말이 많았구나!"
나는
얽히고설킨 머릿속 알고리즘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담쟁이넝쿨이 물이 흐르듯 물러갔다.
자연은 신성한 존재였다.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라는 말이 실감났다.
인간의 능력과 상상을 가볍게 압도하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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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플롯이 된 거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