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몰라!
엄마 품이 그리웠다.
나이 먹을수록 세경은 엄마 품이 그리웠다.
도시에 나가 살아온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엄마 품은 항상 그리웠다.
“인간을 속박하는 현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세경은 자연의 이치를 부르짖었다.
하지만
인간을 속박하는 절규에 시달리며 자유스러움을 속박받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모른 체 세경은 자신의 길만 가려고 했다.
세경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떤 길인지도 몰랐다.
또
길이 있어도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몰랐다.
인간화된 사회!
도시화된 사회!
어느 것도 모두가 바라는 유토피아가 아니었다.
그냥
인간이 숨 쉬고 사는 사회였다.
세경이 도시에서 느끼는 것은
정이 넘치고 정의와 진리가 살아 숨 쉬는 사회가 아니었다.
"사회는 망가졌어!
누구도 알 수 없는 순간 심한 충격의 소용돌이에 빠졌어.
이 사회를 올바르게 세울 수 없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세경이 노력한 것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진리가 진리가 아닌 것이 되었다.
믿음이 분노와 억울함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산다는 것!
이웃과 함께 행복한 삶!”
이런 말은 잊은 지 오래되었다.
누군가의 살려는 의지도 꺾어버린 사회가 되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길을 재촉하는 누군가가 많아졌다.
"몰라!
엄마는 몰라!"
엄마에게 물으면 듣는 대답이었다.
세경은 엄마 품이 그리울 때마다 엄마 목소리를 기억했다.
그리고
엄마 말을 따라 하며 엄마 품 속에 안겼던 순간을 기억했다.
또
엄마 품에서 놀던 기억마저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엄마!
엄마는 아는 게 뭐야?"
하고 세경이 묻자
"몰라!
엄마는 몰라!"
엄마는 어떤 질문도 대답은 같았다.
엄마 대답이 편한 것 같았다.
무조건 모른다고 하면 더 이상 묻지 못할 때가 있다.
"나도 몰라!
엄마가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엄마에게 대답하는 몰라의 유혹에 빠졌다.
"몰라!
엄마가 모르면 아들도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더 이상 묻지 마."
세경은 엄마의 대답을 듣고 싶어 고집부릴 때가 있었다.
엄마가 망가졌다.
세경은 엄마 대답을 들을 때마다 망가진 엄마의 표정을 봤다.
"세월이 망가지게 한 것일까!
아니면
욕망과 탐욕일까!
분명!
엄마는 망가진 게 틀림없어!"
세경의 생각처럼 엄마는 세월이 흐를수록 망가져 갔다.
"엄마!
항아리에 된장이 떨어졌어요.
어떡해요?"
세경은 된장 항아리에서 마지막 된장을 퍼온 뒤 물었다.
"몰라!
된장 담을 줄 몰라!"
엄마 대답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된장을 항아리에 담았던가!
그런데
된장 담는 법을 모른다고 한다.
자식들에게 된장을 퍼주던 순간이 생각났다.
"아껴먹어!
엄마 죽으면 된장도 없을 테니."
하며 엄마는 자식들에게 된장을 담아주었다.
"엄마!
된장이 떨어졌다니까.
이제
어떻게 해요?"
하고 세경은 또 물었다.
"몰라!
된장 없으면 안 돼.
다른 항아리도 열어 봐!"
하고 엄마가 관심을 보였다.
"엄마!
장독대 항아리 다 열어봤어요.
그런데
된장은커녕 고추장 간장도 없어요.
항아리들이 텅텅 비었어요!
그동안
된장이랑 고추장 안 담고 뭐했어요?"
하고 묻자
"몰라!
나는 몰라."
엄마는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것 같은 대답을 했다.
세경은 앞이 캄캄했다.
된장 없는 순간을 생각해 본 적 없다.
여름이면
텃밭에서 고추 따와 된장 찍어 먹던 순간이 떠올랐다.
된장만 있으면
보리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었다.
그런데
집에 된장이 떨어졌다.
"엄마!
메주 사다 된장 담을까요?"
하고 세경이 물었다.
"몰라!
나는 담을 줄 몰라."
엄마의 대답은 변함없었다.
"집 잘 보고 계세요!
시장에 갔다 올 테니까."
하고 말하며 세경은 집을 나섰다.
"몰라!
나는 집 볼 줄 몰라."
엄마가 같이 시장에 가고 싶은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엄마!
시장에 같이 갈래요?"
하고 물었다.
"응!"
하고 엄마가 대답했다.
"하하하!
엄마도 시장 가고 싶구나."
나는 웃으며 엄마를 보고 말했다.
엄마가 몰라 하고 대답할 줄 알았던 내 생각이 빗나갔다.
엄마와 함께
시장을 향해 걸었다.
속도는 느렸지만 엄마는 말없이 걸었다.
"엄마!
메주 사다 된장 담을까?"
하고 물었다.
"몰라!
나는 된장 담을 줄 몰라."
하고 길가에 서서 엄마가 말했다.
"알았어!
된장 담을 줄 몰라도 괜찮아.
가게에 가면
맛있는 된장 많이 팔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하고 나는 가게에서 된장을 사 올 생각이었다.
"맛없어!
시장에서 사는 된장은 맛이 없어."
엄마는 또 말했다.
"그러니까!
메주 사와 된장 담아야지."
하고 말하자
"몰라!
나는 된장 담을 줄 몰라."
하고 엄마가 말했다.
이십 분이면 갈 시장을 한 시간이 넘어 도착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 품에 안긴 기분이었다.
조금 느려도
엄마와 같이 걸어서 행복했다.
아직
엄마가 살아있어 고마웠다.
나는
된장 한 봉지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엄마는 말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외출한 탓인지
시장과 사람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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