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야 할 말이 있어! **

유혹에 빠진 동화 137

by 동화작가 김동석

황소야 할 말이 있어!





돼지가 꿀꿀 거리며 밖을 쳐다봤다.

외양간에서 나온 황소를 부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황소는 들은 채도 않았다.


"꿀꿀!

황소야 이리 와봐.

내가

할 말이 있어!"

돼지가 다시 꿀꿀거리며 황소를 불렀다.


"난 바빠!

밭에 가 쟁기질해야 해."

황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민수 아빠가 끄는 대로

따라갔다.


"고양아!

황소에게 일만 하지 말라고 말 좀 해줘.

너처럼 말이야.

사람들에게 애교도 부리고 조금씩 먹으라고 해!

그래야

고양이처럼 먹고 놀고 살지!"

하고 돼지는 장독대 항아리 위에 앉아 뒹구는 고양이 <피터>에게 말했다.


"황소는 일해야 해!

죽도록 일해야 살이 빠지지.

열심히 일하지 않으니까 살만 찌는 거야!

그러니까

주인이 데리고 가서 운동시키는 거야."

하고 <피터>가 말했다.


돼지 <한스>는

더 이상 <피터>를 부르지 않았다.




황소 <차차>는

쟁기를 끌며 밭을 갈았다.


"이랴!

밭을 갈고 달콤한 풀을 뜯어야지.

<차차>!

넌 세상에서 가장 멋진 황소야.

일도 잘하지.

쟁기질도 잘하지.

말도 잘 듣지.

<차차>!

넌 세상에서 가장 멋진 황소야."

민수 아빠는 황소를 잘 다루었다.


<차차>는 힘들었다.

가뭄이 지속되며 밭에 흙이 돌처럼 굳어 있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갔다.


"<차차>!

넌 세상에서 가장 멋진 황소야.

올림픽에 멋진 소 뽑기 대회가 있으면 넌 일등 하고도 남을 황소란다.

빨리 밭 갈고 싱싱한 풀을 뜯어먹자!"

민수 아빠는 더 크게 말했다.


"나는 멋진 황소!

세상에서 제일 멋진 황소.

음 메에에!"

<차차>는 열심히 밭을 갈았다.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흘렀다.

아직도

갈아엎을 땅이 반이나 남았다.


"<차차>!

너는 우리 가족이야.

돼지나 고양이 같은 것들은 가족이 아니야.

가족이란

서로 돕고 이해하고 살아가는 거야.

<차차>!

그러니까 일한다고 서운해하지 마.

나도 일하고 너도 일 하잖아!

너와 나는 가족이니까."

민수 아빠는 <차차> 덕분에 밭을 다 갈았다.




<한스>는

돼지우리 밖을 쳐다보며 <차차>를 기다렸다.


'딸랑! 딸랑!'

방울 소리가 들렸다.

<차차> 목에 매달린 방울 소리였다.


"<차차>!

이리 와 봐.

할 말이 있어!"

하고 <한스>가 <차차>를 불렀다.


"밥만 먹고 노는 녀석이 무슨 할 말이 많아!

띵까띵까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뒹굴며 살이나 포동포동 찌면 되잖아!"

하고 말한 <차차>는 외양간으로 향했다.


"이런!

바보 멍청이.

내 말을 들어보라니까.

그러면

일 하지 않고 살 수 있어!"

하고 <한스 >가 외양간을 향해 말했다.


"넌!

가족이란 걸 모르는 녀석이야.

난!

이 집 가족이란 말이야.

그래서

주인과 함께 일 해야 먹고 살지.

내 걱정은 하지 마!

너나 걱정해.

잘 먹고 살이 포동포동 쪄야 도살장에 끌려 가 죽지!"

하고 <차차>가 큰소리치는 <한스>에게 외쳤다.


"뭐라고!

내가 도살장에 끌려간다고!

누가 그래?"

<한스>는 기가 막혔다.

일만 하는 <차차>를 도와주려다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봤지!

너처럼 지껄이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를 몇 번이나 봤지.

그러니까

너도 조금 더 살고 싶으면 조용히 살아!"

하고 말한 <차차>는 자리에 누웠다.


힘들었다.

밭갈이할 때마다 느끼는 기분이었다.

밭 갈고 논 갈고 오는 날은 녹초가 되었다.

하지만

주인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았다.




며칠 째

<한스>는 밥을 먹지 않았다.

민수 엄마는 <한스>가 걱정되었다.


"민수 아빠!

돼지가 밥을 먹지 않아요.

벌써 삼일이나 되었어요."

하고 민수 엄마가 말하자


"먹고 놀기만 해서 그럴 거야!

코를 뚫고 밭을 갈게 해야겠구먼."

하고 민수 아빠는 밥 먹으며 말했다.


<한스>는 죽고 싶지 않았다.

<차차>처럼 <한스>도 민수 가족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살이 포동포동 찌면 도살장에 끌려간다는 걸 알았다.


"이대로 죽을 순 없지!

살이 포동포동 찌고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겠지,

난!

<차차>처럼 가족이 되고 싶어.

분명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한스>는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배고프지 않았다.


"먹어야 살지!

호박죽이야.

일어나 봐!"

민수 엄마는 호박죽을 먹이통에 부으며 말했다.

하지만

<한스>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빨리 일어나!

잘 먹어야 새끼도 낳고 가족이 될 수 있어.

안 먹으면 죽어!

넌 우리 가족이야.

빨리 어른이 되어 새끼를 낳아줘야 해.

가족이란

서로 돕고 사는 거야!"

하고 민수 엄마는 크게 외친 후 돌아갔다.


"가족!

새끼를 낳으면 가족이 되는구나.

설마!

거짓말이겠지."

<한스>는 기분이 이상했다.

주인이

가족이 되는 법을 말해줘서 더 이상했다.


"먹어야지!

주인과 좀 더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면 먹어야지.

내가 죽는다고 누가 울어주지도 않을 텐데!"

하고 말한 <한스>는 일어났다.

호박죽 향기가 돼지우리 안에 가득했다.

도저히

먹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푸억! 푸억!'

<한스>는 열심히 먹었다.


"이런!

바보 멍청이.

겨우 삼일이야.

그러니까

도살장에 끌려가지!"

돼지우리 모퉁이에 걸터앉은 <피터>였다.


'푸억! 푸억!'

<한스>는 먹고 또 먹었다.

<피터>가 지껄이는 잔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봐!

그만 먹어.

포동포동 살찌면 도살장에 더 빨리 끌려간다고!"

하고 <피터>가 외쳤다.




밤마다

돼지우리에 불이 켜졌다.

<한스>가 곧 새끼를 낳을 것 같았다.


"새끼를 많이 낳을 거야!

난!

가족이 될 거야.

절대로

도살장에 끌려가지 않을 거야.

두고 봐!

나도 <차차>처럼 가족이 될 거야!"

하고 말한 <한스>가 새끼를 낳기 시작했다.


"여보!

열두 마리나 낳았어.

우리 집 복덩이가 굴러들어 왔어!"

민수 아빠는 돼지새끼 낳는 것을 보고 방에 들어와 아내에게 말했다.


"잘 크면 좋겠어요!"

하고 민수 엄마가 말하자


"아빠!

새끼도 다 키울 거죠?"

하고 아들 민수가 물었다.


"다 키우면 좋지!

하지만

사료값이 너무 비싸!"

길게 한 숨 쉬며 아빠가 말했다.


<한스>는 새끼를 잘 키웠다.

한 마리도 죽지 않고 잘 컸다.


"너도 가족이 되었구나!

축하해."

외양간을 나온 <차자>가 <한스>와 눈이 마주치자 말했다.


"고마워!

앞으로 잘 부탁해."

<한스>는 열심히 일하는 <차차>가 좋았다.

가족이란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준 <차차>였다.


민수 아빠는

다 큰 돼지새끼를 장에 내다 팔았다.

돼지새끼 열 마리 판 돈은 꽤 많았다.


<한스>는

새끼들이 팔려가기 전에 교육시켰다.

어느 집에 가서 살던 최선을 다해 삶을 살게 교육시켰다.

그리고

그 집안의 가족이 되도록 노력해야 죽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줬다.


민수네 집

장독대 옆에 핀 해바라기 꽃이 활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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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나오미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