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기 전에 올까!
세상에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누나가
동생들에게 말해주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말이었다.
"누나!
들판에 꽃들은 누가 심었을까?"
바로 밑 남동생이 물었다.
집에 있는 꽃들은 모두 누나가 심은 걸 본 동생은 들판에 핀 꽃을 누가 심었는지 궁금했다.
"누군가 심었지!
바람 따라다니는 나그네!
또
구름 따라다니는 나그네!
또
들판에 사는 빛과 그림자!
그들이
밤낮으로 들판에 꽃을 심었지."
누나는 동생들 옆에 앉아 노래하듯 말했다.
"누나!
나그네랑 그림자는 모두 사람이지?"
막내 동생이 또 물었다.
"그렇지!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지.
우리 눈에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것들이지!
그들은
사람들에게 할 말이 많을 거야.
그래서
들판에 꽃을 피우고 기다리는 거지!"
누나는 동생들과 들판에 누워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다.
동생들도
누나가 해주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누나가 떠나던 날
강풍이 불며 눈보라가 쳤다.
"누나!
가지 마."
바로 밑 남동생은 누나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아니
동생들은 모두가 누나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엄마 말 잘 듣고 있어!
누나가 돈 많이 벌어서 보내줄 게.
그러면
학교도 가고 과자도 사 먹을 수 있을 거야."
누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동생들에게 말했다.
"누나!
돈 많이 벌어서 빨리 와!"
막내 동생은 누나 손을 잡고 말했다.
누나는 떠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누나는 도시로 떠났다.
공장에 취직해서 돈을 벌겠다는 이유였다.
동생들은 누나가 떠나는 게 싫었다.
하지만
누나는 외삼촌과 함께 서울로 가야 했다.
누나가 떠난 집은 조용했다.
들판에 나가 뒹굴어도 말이 없었다.
예쁜 꽃을 봐도 동생들은 말이 없었다.
"누나가 보고 싶다!
형!
누나는 돈 많이 벌었을까?"
막내가 물었다.
"아직!
누나가 서울 간 지 이제 두 달인데 어떻게 돈을 벌어.
돈 많이 벌려면 아직 멀었어!"
하고 말하는 데 나는 가슴이 울컥했다.
"형!
누나는 꽃이 피고 진 다음에나 올까!
아니면
꽃이 지기 전에 올까?"
막내는 누나가 보고 싶었다.
겨울이 되자
군고구마 껍질을 까주는 누나가 보고 싶었다.
봄이면
등에 업고 들판으로 가는 누나가 보고 싶었다.
여름이면
샘터에서 목욕시켜 주는 누나가 보고 싶었다.
가을이면
밤을 구워 까주며 이야기 해주는 누나가 보고 싶었다.
"형!
저기 하얀 구름 봐봐!
양 떼들이 달려가는 것 같아.
서울 사는 누나도 구름을 볼 수 있을까?"
하고 막내가 또 물었다.
"모르겠어!
낮에 일하면 볼 수 없을 거야.
누나는
지금 일 할 거야!
그러니까
낮에 보이는 구름을 볼 수 없을 거야."
하고 말한 나는 또 가슴이 울컥했다.
"누나!
돈 벌지 말고 그냥 오면 좋겠다."
나는 높은 하늘을 보고 말했다.
"형도 누나가 보고 싶구나!"
하고 막내가 말하자
"그럼!
누나가 보고 싶다.
누나는 잘 지낼까?"
나는 눈물이 났다.
외삼촌이 편지로
누나는 공장에 다닌다는 소식을 전했다.
<누나에게>
누나!
보고 싶어.
누나가 떠난 뒤 재미가 없어.
학교 가는 것도
들판에 나가 꽃을 보는 것도 재미가 없어.
누나!
동생들과 함께 노는 것도
고구마를 구워 먹는 것도 즐겁지 않아.
누나!
누나가 보고 싶어.
누나!
오늘은 막내가 양 떼 구름을 보고 물었어.
누나도
서울에서 저 구름을 볼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누나!
바람 소리는 듣고 사는 거지.
또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은 보며 사는 거지.
누나!
겨울이 지나면 올 거지!
돈 많이 벌지 않아도 오면 좋겠어.
누나!
보고 싶어.
누나가 올 때까지 동생들과 잘 지낼게.
누나!
내일부터는 들판에 나가 꽃씨를 뿌릴 거야.
동생들과 함께 나가서 꽃씨를 많이 뿌릴 게.
누나가
봄에 오면 좋겠어.
들판에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오면 좋겠어.
누나!
건강하게 잘 있어.
매일매일
보고 싶은 누나.
사랑해 누나!
누나가 보고 싶은 동생 모두가!
누나는 오지 않았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외삼촌이 봄이 끝나갈 무렵 오셨다.
그리고
누나가 번 돈이라며 엄마에게 주었다.
"세상에!
그 어린것이."
엄마는 울었다.
돈이 고마워서 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초등학교 졸업하고 도시로 떠난 딸이 보고 싶어 엄마는 울었다.
외삼촌이 간 뒤
엄마는 누나가 보낸 돈이라며 편지 봉투에 담긴 돈을 보여 줬다.
"엄마!
누나가 그렇게 많이 벌었어요
그런데
왜 안 오는 거예요!
돈 많이 벌어서 온다고 했잖아요.
외삼촌을 왔잖아요.
그런데
누나는 왜 안 오는 거예요?"
막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울었다.
나도 울었다.
그냥
눈물이 났다.
"누나는 공장에서 일해야 한단다.
그래서
올 수 없단다."
엄마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장날
엄마는 일찍 읍내에 나갔다.
"돼지고기 세 근 주세요!
두툼하게 쓸어주세요."
엄마는 자식들을 위해 돼지고기를 샀다.
그날 밤
누나가 없는 가족들은 고기밥을 먹을 수 있었다.
"누나가 산 고기야!
그러니까
맛있게 먹어.
동석이는
텃밭에 가서 상추 더 뜯어 와!"
"네!"
나는 대답하고 텃밭으로 향했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누나!
보고 싶어."
상추를 뜯으며 누나가 사는 서울 하늘을 쳐다봤다.
누나도
서울에서 동생들이 살고 있는 남쪽 하늘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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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나오미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