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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먹는 달팽이!

상상에 빠진 동화!

by 동화작가 김동석

달빛 먹는 달팽이!

글 김동석

그림 나오미 G






달빛이 유난히 빛나는 밤이었다.

매화나무에서 달팽이 한 마리가 꼼지락 거리며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얼마나 느리던지 아직도 지상까지 내려가려면 새벽이 되어야 도착할 것 같았다.


"어딜 가는 거야?"

매화나무 가지에 매달려 잠을 자던 사슴벌레가 달팽이에게 물었다.


"달빛을 먹어야겠어!"

하고 달팽이가 대답했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먹으면 되잖아!"


"아니!

이곳은 바람에 나뭇가지와 잎 그림자가 생겨!

그러니까

더 밝은 곳에서 달빛을 먹으려면 지상으로 내려가는 게 좋겠어!"



"넓은 들판까지 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무슨 소리야!

날 달빛이 기다려줄 텐데."

달팽이는 자신이 느리다는 것을 알면서도 달빛이 환화게 비추는 곳으로 향했다.


"알았어!

새벽이 오기 전에 도착하면 좋겠다!"

하고 말한 사슴벌레는 다시 잠을 청했다.


"세상에서 달팽이가 제일 느릴 수 있어!

하지만 느리다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안 돼!"

달팽이는 제법 빠른 속도를 내며 매화나무를 내려갔다.




밝게 비추던 달빛이 벌써 기울고 있었다.

달팽이는 몇 시간을 달려 매화나무를 내려올 수 있었다.


"달려볼까!"

들판을 향해 달팽이는 달리기 시작했다.

매화나무에서 내려오던 속도보다 조금 빨랐다.


'스스슥! 스사삭!'

달팽이가 풀 숲을 달리자 풀잎이 흔들리며 조금 고인 이슬이 뚝 떨어졌다.


'쭉쭉! 쭈우욱!'

달팽이는 가끔 쉬면서 이슬을 받아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다콤한(달콤한) 이슬!"

달팽이는 달빛을 먹고 자라지만 이슬을 먹기도 했다.

달빛이 기우는 것을 알면서도 달팽이는 달빛이 좋았다.



"벌써!

기울다니!

내일 밤에 또 와야겠다!"

어둑해지는 들판에서 달팽이는 달이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봐!

여기서 뭐해?"

물끄러미 밤하늘을 쳐다보는 달팽이를 보고 무당벌레가 물었다.


"달빛을 먹었지!"


"달빛을 먹으면 배가 불러?"


"배는 부르지 않아!

하지만 내 영혼은 배가 부르지!"


"영혼이 뭔데?"

무당벌레는 달팽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고하는 힘이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 하는 거야!

잠자는 시간도 부족한 데!"

무당벌레는 달빛을 먹는 달팽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달빛만큼 아름다운 빛을 본 적이 없어!

그래서 난 달빛을 보고 또 달빛을 먹고살지!"


"그러니까 느린 거야!

남들이 느리다고 달팽이를 무시하는 건 알아!"

무당벌레는 들판의 많은 곤충들이 느린 달팽이 흉보는 것을 말해주었다.


"날 흉봐도 난 내가 좋아!

이렇게 느린 삶이 내겐 참 좋아!

너희들은 빨리 세상을 보고 살겠지만 나는 느리게 세상을 보는 게 좋아!"


"멍청이!

모두가 빠른 세상을 사는 데 넌 느려도 너무 느리다고!"

무당벌레도 달팽이에게 한 마디 했다.


"너희들처럼 빨리 살아도 한 세상!

달팽이처럼 느리게 살아도 한 세상!

죽고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내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게 중요하지!"

달팽이는 느림이 싫지 않았다.


"넌!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몰라!

들판에 사는 많은 동물들이 달팽이를 얼마나 바보라고 생각하는지 알아!"

무당벌레는 더 많은 잔소리를 달팽이에게 했다.


"이 넓은 세상을 너희들이 알면 얼마나 알겠어!

그냥 한 부분만 조금 보고 안다며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면 안 돼!"

달팽이는 들판의 동물들이 자신을 흉보는 건 싫었지만 미워하지는 않았다.




"달빛을 먹는 기분이 어떤지 모를 거야!"

달팽이는 밤하늘에서 달이 보이지 않자 다시 매화나무를 향해 걸었다.


'스스슥! 스사삭!'

풀잎이 흔들리면서 아침이슬이 뚝뚝 떨어졌다.

이슬을 맞은 달팽이 몸은 촉촉해져 갔다.


"이봐!

새벽부터 어딜 다녀오는 거야?"

아침 일찍 일어난 개미 한 마리가 달팽이에게 물었다.



"달빛을 먹고 왔지!"

하고 달팽이가 말하자


"달빛!

달빛도 먹을 수 있는 거야?"


"그럼!"


"어떻게 먹는 데!

달을 보고 입을 벌리고 있으면 되는 거야?"


"아니!

달빛을 먹는 방법은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며 먹는 거야!"


"그렇게 먹는 게 세상에 어디 있어!"

개미는 달팽이 말을 들으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뻥치지 말고 들어가 잠이 나 자!"


"알았어!"

달팽이는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들과 말하고 싶지 않았다.


"달빛이 얼마나 아름다운 데!

그것도 모르고 잠만 자다니!"

하고 혼잣말을 한 달팽이는 내려왔던 매화나무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하나 둘 떨어지다니!"

달팽이는 매화나무에서 매실이 하나 둘 떨어지는 걸 아침이 올 때까지 지켜봤다.


'두둑! 뚜두둑!'

매실은 떨어지면서 나뭇가지에 부딪쳤다.


"아침이 오는구나!"

희미한 빛이 어둠을 밀쳐내며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달빛을 먹고사는 달팽이!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달팽이!

모두가 빠름의 문화를 좋아하지만 달팽이는 느린 게 좋아!

아름다운 달빛을 먹기 위해 밤마다 넓은 들판으로 달려가는 달팽이!

들판의 동물들이 느리다고 흉보고 괴롭혀도 신경 쓰지 않는 달팽이!

너희들이 아무리 빨라도 시간보다 더 빠를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 해!"


달팽이는

밤하늘을 쳐다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




"순이야!

너도 달팽이처럼 달빛을 먹는 거야?"

학교에서 느리게 사는 순이를 보고 영자가 물었다.


"무슨 소리야!

달팽이는 뭐고 또 달빛을 먹는 건 뭐야?"

영자가 하는 말을 이해 못 한 순이가 물었다.


"달팽이는 달빛을 먹고 살기 때문에 느리잖아!

그러니까 너도 달빛을 먹어서 달팽이처럼 느린 거 아냐?"


"맞아!

나도 밤마다 달빛을 먹으러 들판으로 나가!"


"와!

그럼! 달빛을 먹고 있는 달팽이 본 적 있어?"


"아니!"

순이는 농담을 했지만 달빛을 먹은 달팽이를 본 적은 없었다.


"그럼!

내일 밤에 달빛을 먹으며 주변을 둘러봐!

혹시 풀숲 어딘가에서 달빛을 먹는 달팽이가 있을지 모르잖아!"


"알았어!"

순이는 아주 쉽게 대답을 했다.


"달빛을 먹으면 배가 부른 지 물어봐!"


"알았다니까!

달팽이를 데려다줄게!"

하고 말하더니 순이는 집으로 향했다.


"달팽이가 달빛을 먹는다고!

그래서 달팽이가 느리게 사는 걸까!"

순이는 영자의 말이 사실일까 고민했다.




"보름달이야!"

저녁에 되자 창문으로 보름달이 보였다.

순이는 집을 나와 들판을 향해 달렸다.

혹시 달빛을 먹으러 나온 달팽이를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달팽아!

달빛을 먹는 달팽아!"

하고 순이가 달팽이를 불렀다.


'스사사! 스스슥!'

달빛을 먹으러 나오던 달팽이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랐다.



"누굴까!

내가 아는 사람이 없는 데!"

달팽이는 한 참 풀숲에 숨어 지켜봤다.


"달팽아!

달빛을 먹고사는 달팽아!

나는 순이라고 해!

나도 너처럼 느리게 사는 삶을 사는 사람이야!

달팡아!

널 만나고 싶어!"

순이는 더 크게 달빛을 먹고사는 달팽이를 불렀다.


"안녕하세요!

달빛을 먹고사는 달팽이는 여기 있어요!"

풀숲에 숨어 있던 달팽이가 순이에게 대답했다.


"정말!

달빛을 먹고사는 달팽이 맞아!"

하고 순이가 묻자


"맞아요!

저 달팽이가 밤마다 달빛을 먹으러 들판에 오는 달팽이 맞아요!"

순이 옆에서 조용히 있던 무당벌레가 말했다.


"그렇구나!

정말 달빛을 먹는 달팽이가 있구나!"

하고 말한 순이는 달팽이가 있는 풀숲으로 걸어갔다.




"안녕!"

하고 인사한 순이가 달팽이를 들어 손바닥에 얹었다.


"안녕하세요!"

달팽이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 같았다.


"적정하지 마!

나는 달팽이를 제일 좋아하는 순이야!"


"네!

안녕하세요!"


"달팽아!

달빛을 어떻게 먹는 거야?"

하고 순이가 물었다.


"달빛을 먹는 방법을 알고 싶으세요?"


"응!"


"달빛은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면 자연스럽게 먹게 돼요!"


"딱히!

달빛을 먹는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네!"


"달빛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라고!"


"네!"

달팽이는 자신을 헤치지 않을 것 같은 순이에게 자연스럽게 말했다.


"그렇구나!

그럼!

나도 지금부터 달빛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껴봐야지!"


"네!"

순이와 달팽이는 밝게 비추는 달빛을 보고 한 참 동안 말이 없었다.


"정말!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니까 달빛을 먹을 수 있구나!"

순이는 달빛을 통해 몸에 무엇인가 변화가 생기는 느낌을 받았다.


"달팽아!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여기 와도 될까?"

순이는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달팽이를 만나고 싶었다.


"오세요!

제가 좀 느리기는 하지만 보름달이 뜬 날은 이곳에 항상 있을 거예요!"


"좋아! 좋아!"

순이는 달팽이에게 대답하고 행복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뭐야!

달팽이를 사람들이 좋아하다니!"

순이와 달팽이를 지켜보던 무당벌레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느린 게 뭐가 좋다고!"

무당벌레는 풀잎에 가득한 이슬을 한 모금 마셨다.



"달팽아!

그 꼬맹이가 뭐라고 했어?"

무당벌레가 달팽이에게 다가와 물었다.


"응!

보름달이 뜨면 달빛을 먹으러 온다고 했어!"


"정말!"


"응!"


"미쳤군!

단단히 미쳤군!

달빛을 어떻게 먹어!"

무당벌레는 순이와 달팽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거야!

달팽이는 느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당벌레에게 한 마디 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도 힘든 세상인데!

뭐!

달빛을 먹고 산다고!

웃기고 있어!"

하고 말한 무당벌레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달팽이가 싫지는 않았다.


"나는 느린 달팽이!

누가 뭐래도 나는 느린 달팽이!

세상에는 빠른 게 많지만 느린 것도 있다는 걸 증명해 주는 달팽이!"

달이 밤하늘에서 사라지는 것을 확인 한 뒤에야 달팽이는 집으로 향했다.





-끝-




<참고>

일러스트가 흑백인 이유는

책이 출간되면 읽는 어린이들이

직접 색칠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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