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주름은 엄마의 삶!

유혹에 빠진 동화 054

by 동화작가 김동석

주름은 엄마의 삶!





엄마의 주름을 눈여겨봤다.

주름 너머에는 생성과 소멸이 존재했다.


"엄마!

얼굴에 주름이 많아졌어요.

소녀가 엄마 얼굴을 보며 말하자


"그래!

엄마 삶의 모습이 주름이다."

삶의 애환이 담긴 주름이었다.


"엄마!

삶의 작품이 멋져요.

선이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간결한 이미지잖아요."

소녀는 주름진 엄마 얼굴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싶었다.


"주름은 그냥 생기는 게 아냐!

작은 세포 하나하나 사연이 모여 선이 되고 주름이 되는 거야."

엄마는 주름진 얼굴이 밉지 않았다.


"엄마!

천둥이 얼굴 주름도 그럴까?"

소녀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이름을 말하며 물었다.

잉글리시 불독이었다.


천둥이 짖었다.

자신의 이름을 엄마에게 비교하는 게 맘에 들었을까!

아니면

감히 엄마의 주름에 비교하는 게 맘에 들지 않았을까!


엄마는 말이 없었다.

군자는 미를 닦는다고 했다.

엄마가

꼭 군자처럼 미를 닦고 있는 모습이었다.


가끔

엄마 주름을 세봤다.

언젠가

주름이 하나 늘어 있었다.


"천둥!

엄마 주름이 하나 늘었어.

무슨 일일까?"

소녀는 침대에 누워 천둥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멍멍! 멍멍멍!'

천둥이 짖었다.


"뭐!

주름이 늘어난 이유를 안다고?"

소녀가 물었다.


'멍멍! 멍멍멍!'

천둥이 다시 짖었다.


"알게 말해야지!

멍멍! 멍멍멍!

하고 짖기만 하면 어떻게 알아."

소녀는 짜증을 부렸다.


"이봐!

바늘아.

너는 알아!

엄마 주름이 늘어난 이유?"

창가에 앉아 있는 고양이 바늘을 불렀다.

하지만

바늘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상하지!

강아지에게 말을 걸면 짖거나 좋아하는 데 고양이는 그렇지 않아.

이봐!

바늘아.

엄마 주름이 왜 늘어나는 거야?"

소녀가 다시 크게 물었다.

하지만

바늘은 대답하지 않았다.


"역시!

급이 다르군.

강아지와 고양이는 달라도 너무 달라!

강아지는

꼬리 치며 좋아하는 데 말이야.

고양이는 말이 없어!"

소녀는 짖는 강아지나 침묵하는 고양이나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소녀는

엄마 주름살을 펴주고 싶었다.


"바늘!

엄마 주름살을 어떻게 하면 펼 수 있을까?"

소녀는 조용히 물었다.


"이봐!

적당히 예쁜 소녀야.

그 아름다운 주름을 펴주겠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아름다운 주름을 펴줄 생각을 한 거야?"

하고 바늘이 물었다.

고양이 답지 않은 질문이었다.


"야!

주름을 펴야 더 예쁘지.

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하고 천둥이 바늘에게 잔소리하듯 말했다.


"도대체!

말 많은 것들은 입만 살았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도 모르는 녀석!"

하고 바늘이 천둥을 보고 한 마디 했다.


"야!

너처럼 말없는 고양이랑 사는 것도 힘들어.

나처럼!

말을 하라고 제발!"

천둥은 말없는 바늘이 싫었다.


"말 같은 소리 좀 해라!

신성한 주름 앞에서 제발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 해라."

바늘은 천둥 엉덩이를 바늘로 쿡 찌르고 싶었다.


바늘은 집에서 급이 달랐다.

엄마보다 더 위에 자리한 군자 같았다.


"군자는 미를 닦는다!

군자는 주름을 생성하며 살아간다."

바늘은 혼자 말하며 그럴듯한 기분이 들었다.


선이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단순하게 보이는 수평선처럼 선은 존재한다.

따뜻함을 품은 수직선의 조합은 삶의 노래였다.


"엄마!

보톡스 맞을까?"

소녀는 끈질기게 엄마 이마에 가득한 주름을 펴줄 생각이었다.


"보톡스!

그게 뭔데?"

엄마는 몰랐다.

보톡스가 먹는 것인지 아니면 얼굴에 바르는 것인지 몰랐다.


"엄마!

주름 펴주는 약물이야.

보톡스 맞으면 얼굴이 탱탱해지고 예뻐!

그러니까

주름살도 펴고 얼굴도 예뻐지는 보톡스 맞자!"

하고 소녀가 말했다.


"그것도

돈 주고 맞는 거야?"

하고 엄마가 물었다.


"당연하지!

돈 주고 맞으면 일 년 후에 또 맞아야 해.

그래야

주름이 생기지 않아.

만약

한 번 맞고 다시 맞지 않으면 주름살이 더 쭈굴쭈굴 해져 보기 싫어!"

하고 소녀가 말했다.


"미쳤군!

한 번 맞고 주름이 없어져도 맞을까 말까 한데

뭐!

일 년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고!

그것도

죽을 때까지 맞아야 하는 거라고?"

하고 엄마는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소녀에게 물었다.


"네!"

하고 소녀가 대답했다.


'멍멍! 멍멍!'

강아지 천둥도 엄마가 보톡스 맞았으면 했다.


"바늘!

너도 엄마가 보톡스 맞기를 바라는 거지?"

하고 소녀가 물었다.


바늘은

대답하지 않았다.

방을 나가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베란다 창문으로 갔다.


"엄마!

나도 보톡스 맞고 싶어요."

하고 천둥이 두 손을 들고 말했다.


"난!

보톡스 맞고 싶어요.

얼굴에 있는 주름을 다 펴고 싶어요!"

천둥은 소녀에게 졸랐다.


"그 보톡스!

엄마는 안 맞을 테니까

천둥이 데리고 가서 보톡스 맞춰 얼굴 주름 펴 줘라!"

하고 엄마가 말했다.


"좋아! 좋아!

바늘 들었지?"

천둥은 너무 좋았다.

얼굴에 주름 없애는 보톡스 맞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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