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혼날 짓을 했으니까 혼나야지!

유혹에 빠진 동화 062

by 동화작가 김동석

혼날 짓을 했으니까 혼나야지!






개구리울음소리가 요란했다.

짝짓기가 한참 시작될 시기인지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는 소음에 가깝다.


“워워!”

영길이는 가던 길을 멈추고 논을 향해 소리쳤다.

개구리들은 잠시 노래를 멈췄다.


“개굴개굴!”

조금 후 개구리들은 다시 노래 불렀다.


밤길을 걷는데 그림자가 동무가 되어주었다.

그림자는 앞서 가다 가로등을 지나치면 뒤따라왔다.

그림자가 앞서갈 때는 든든한 친구와 함께 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뒤로 처지면 누군가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무서웠다.


산길은 가로등도 없다.

다행히 오늘은 달빛이 있다.

달빛을 받으며 영길이는 산으로 접어들었다.

산속에는 무서운 맹수도 있고 도깨비불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큰맘 먹고 산을 넘지 않으면 영길이는 집으로 갈 수 없다.


“무섭다!

어떻게 이 산을 넘어가지.”

영길이는 모든 촉각을 세우고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두 눈은 오직 앞만 쳐다보고 걸었다.

소나무가 달빛에 멋지게 동양화를 그려 놨다.

가는 길목마다

그림자가 그려내는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영길이는

달빛이 유난히 밝게 비추는 곳에 멈추고 서서 그림자를 바라봤다.


“정말 멋지군!

내가 그림을 그린다면 이런 모습을 그릴 거야.”

달빛이 자연스럽게 물감이 되어 어둠을 채색했다.

그려내는 작품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명작이었다.


영길이는 산모퉁이를 돌아 오르막 길을 향했다.

집도 없는 산길을 넘으려니 걱정이 앞섰다.

공동묘지도 지나야 하고 또 도깨비불이 출현한다는 곳도 돌아가야 한다.


“무섭지 않아!

산에는 아무것도 없어.

세상에 도깨비가 어디 있어!”

스스로 용기를 주며 손에 든 책가방을 가슴에 안았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몇 미터 앞을 바라보며 걸었다.


두 번째

산 모퉁이를 돌아가는 길이 제일 무서웠다.

그곳에는 공동묘지가 있다.

그곳은

마을 사람들이 도깨비가 나온다는 곳이었다.

도깨비가 공동묘지 주변에서 사는 건 틀림없었다.


“노래를 부를까!

아니면

친구들 이름을 부르며 갈까.”

영길이는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낼까 생각하며 걸었다.


'에취!'

나오지 않는 기침을 일부러 했다.

주변에 누군가 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무서운 공포가 가득 밀려왔다.


산속으로 들어 갈수록 개구리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곤충들의 울음소리가 더 요란했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영길이는 무서움을 잊기 위해 노래 불렀다.

하지만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았다.

어딘가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영길이는 더 크게 노래를 불렀다.


'쿵쾅쿵쾅!'

노래를 멈출 때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렸다.

늦게 집에 갈 때 산을 넘으면서 꼭 후회한 곳이었다.

낮에는 무섭지 않은 산길이 밤이 되면 무서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도깨비가 어디 있어!

도깨비 나오면 씨름 한 판 하면 되겠지.”

영길이는 어깨에 힘주며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보지도 않고 이곳에 도깨비가 산다고 했다.

밤마다

멀리서 보면 도깨비불이 보여 밤늦게 다니지 않는다고 늘 이야기했다.

하지만

영길이는 학교가 끝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바람에 밤늦게 산길을 가야만 했다.

책가방을 힘주어 안았다.

손도 목도 뻣뻣한 자세로 오직 두 다리만 움직였다.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달빛에 비치는 나무 그림자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누구야?”

그림자를 보고 놀란 영길이가 소리쳤다.

그림자의 움직임이 꼭 검은 옷을 입고 동화 속에 나오는 산적 떼 같았다.

아니!

저승사자가 더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아이코!”

돌부리에 신발이 걸려 미끄러졌다.

등에 땀이 주르륵 흘렀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 더 빠른 속도로 걸었다.


산을 넘고 내리막길에 접어들자

멀리 저수지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였다.

물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길게 숨을 들이쉬고 더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갔다.


“집에 다와 간다!

저수지를 지나 산으로 들어가면 우리 집!

나는 산골짜기 사는 소년!

달과 별 친구를 둔 소년!

낮에는 나무와 새들과 노는 소년!

밤에는 들쥐와 보물 찾으며 노는 소년!”

큰 소리로 노래 불렀다.


저수지 둑

아래로 몇 가구가 살고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

저수지 둑 아래 집마다 불이 켜져 있으면 영길이는 마음이 놓였다.


아직 집까지는 멀었다.

산길을 걷는 것보다 저수지를 돌아 논과 밭 사이로 걸어갈 때는 무섭지 않았다.

또 집이 가까워지는 이유도 있었다.

몇 분을 더 걸어 집에 도착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안방과 작은 방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마당에서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어서 와라!”

엄마가 안방 문을 열고 반겼다.

작은 방에서 동생들이 문을 열고 영길이를 반겼다.

영길이는 안방으로 들어가 늦은 저녁을 먹었다.


“오늘도 힘들었지?”


“아니요.”

밥 먹으며 영길이는 엄마가 묻는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했다.


"오빠!

축구하고 왔지?"

하고 바로 밑 여동생이 물었다.


"응!

그런데 우리 팀이 졌어."

영길이는 오늘 학교에서 내기 축구 경기를 했다.

한 사람당 오백 원을 내고 축구 경기를 했다.

이기면 돈도 되찾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에 지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오빠!

내기 축구할 돈은 어디서 났어?"

여동생이 형사처럼 물었다.

경찰서에 온 기분이었다.


"알아서 뭐하려고?"

영길이는 귀찮다며 물었다.


"오빠!

오늘도 보리쌀 팔았어?"

하고 여동생이 물었다.


"아니!

엄마가 머리 깎으라고 준 돈이었어."

하고 영길이가 말하자


"오빠!

머리 자르지 않고 내기 축구했구나.

엄마도 알아?"

하고 여동생은 끈질기게 물었다.


"아니!

엄마가 묻지 않았어."

하고 말한 영길이는 책상에 앉아 일기를 꺼냈다.


"오빠!

내일 아침에 혼나겠다."

하고 여동생은 오빠를 걱정했다.


"혼나야지!

혼날 짓을 했으니까 혼나야지."

영길이도 후회하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꼭 이길 생각만 했다.

이기는 자가 있으면 지는 자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영길이와 친구들은 모두 이길 생각만 했다.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게 잘못이었다.

이기겠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영길이는 속상했다.


"다시는 내기 축구하지 말아야지!"

영길이는 몇 번을 다짐했지만 또 내기 축구를 했다.

이번에는

이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길 것 같은 유혹은 물거품이 되었다.


영길이는 불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

산속에서 봤던 그림자들이 영길이를 따라왔다.

이불을 끓어 당겼다.

하지만

동생들이 붙잡고 자는지 당겨지지 않았다.


영길이는

다음날 아침을 먹으며 엄마에게 혼났다.

아버지는

다음부터 가위로 머리를 잘라 준다 하셨다.







#그림자 #가위 #축구시합 #내기 #도깨비 #산길 #유혹 #동화




이전 08화창작동화) 책임을 다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