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에 빠진 동화 077
잡초야 어쩌란 말이냐!-2
저녁 늦게
고향집서 어머님 모시고 사는 형님이 전화했다.
"김 작가!
오늘 마당에 자갈 깔았다.
이제
잡초 뽑을 걱정 없다."
하고 형님이 말했다.
나는
말 문이 막혔다.
아니
몹쓸 인간이 한 짓에 두 손이 떨렸다.
"형님!
잡초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랬어요?
그냥
잡초랑 함께 살지.
어머니가 심심할 때 잡초 뽑고 놀면 좋잖아요!"
하고 나는 말했다.
"김 작가!
잡초란 말이야.
몹쓸 인간보다 더 무서운 생명력을 가졌어.
매일 아침마다 뽑아도
다음날 아침이면 또 자라서 주인을 놀리고 있잖아!
그래서
이번에 비닐 깔고 자갈을 깔았다."
형님은 잘한 일이라며 웃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는
가슴이 아팠다.
신경세포가 꿈틀거리며 찢어졌다.
베토벤 <운명> 교향곡이 휘몰아쳤다.
"네!
그러셨군요.
비닐까지 깔고 자갈을 깔았으면 잡초는 마당에서 자랄 수 없겠군요."
하고 나는 말했다.
"김 작가!
세상에 몹쓸 것들이 많아.
몹쓸 것들은 잡초처럼 생명력이 강해서 걱정이야!"
형님은 긴 이야기를 이어갔다.
잡초 같은 인생이 되고자 했던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며칠 전에
잡초 앞에 앉아 반성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아무리 힘들어도
잡초처럼 춤추며 살고 싶었다.
강한 바람이 불면 고개 숙이고 살려고 했다.
약한 바람이 불면 룰루랄라 잡초처럼 춤추며 살려고 했다.
그런데
잡초야 어쩌란 말이냐!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시골집 마당에 무성한 잔디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많은 잔디가 사라진 것보다 며칠 전 봤던 잡초가 생각났다.
"잡초야!
어쩌란 말이냐.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좀 더 오래 살 줄 알았어.
지금
달려가 자갈 밀치고 비닐을 치워주고 싶다!"
나는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지켜봤다.
글이 써지지 않았다.
'멍멍!'
이웃집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구르릉'
바람에 아파트 창문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빵빵'
아파트 단지를 지나는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전화가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며칠 만에
시골집 마당 잔디가 사라진 것을 듣지 않았으면 했다.
"잡초야!
숨도 못 쉬고 죽었을 잡초야.
이 몹쓸 인간들을 어쩌란 말이냐!"
나를 토닥거릴 힘도 없었다.
그 몹쓸 인간의 동생이었다.
몹쓸 인간들은
무엇이든 가만두지 않았다.
세상이
내 맘대로 돌아가야 했다.
마당에
잡초 하나라도 나면 용서할 수 없었다.
"몹쓸 인간!
세상에 몹쓸 인간이 너무 많아.
강한 태풍이 몰아쳐야 해!
몹쓸 인간들을 골라 데려갈 아주 강항 태풍이 필요해!
이번처럼
약한 태풍으로 안 되겠어.
인간이 버린 쓰레기만 날려버릴 정도로 안 돼!
더 강한 태풍이 불어야 해.
나부터!
제발 나부터 쓸어갔으면 좋겠어."
나도 몹쓸 인간이 되어 있었다.
"잡초야!
너를 잃었다.
잡초 덕분에 내 글이 춤추는 것 같았는데!
너를 잃었다."
나는 부끄러웠다.
잡초 인생보다 못한 내 삶이 부끄러웠다.
"글이 춤 추지 않아!
글은 흰 백지 위에서 춤추지 않아.
잡초와 함께 죽었어!"
나는 잡초가 보고 싶었다.
글이 춤추지 않는다면 의미 없었다.
내 영혼에
주리를 튼 잡초를 꺼내고 싶었다.
하지만
주리를 튼 잡초는 꺼낼 수 없었다.
만지면
사르르 부서져 가루가 될 것 같았다.
잡초를 붙잡고 싶던 두 손을 멈췄다.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았다.
"그냥!
주리를 튼 상태라도 좋아.
잡초야!
내 영혼에 오래 주리를 틀고 자리했으면 한다."
나는 아직 살고 싶었다.
몹쓸 인간이 아닌 쓸 만한 인간이 되고 싶었다.
그래야
나를 살게 하고 글 쓰게 할 것 같았다.
몹쓸 인간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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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 고향집 마당에 자갈을 깔자 초록 잔디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