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영이네 돼지 하모!-9
달콤시리즈 386-09 준영이를 만난 하모
09. 준영이를 만난 하모
룰루와 하모는 새끼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다니며 살았다.
새끼들은 먹성이 좋아
감자밭에 들어가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낮에는 주로
숲 속에서 낮잠을 자고 밤에만 돌아다녔다.
“아빠! 배고파.
지금 밭에 가면 안 돼요?”
하고 새끼들이 물었다.
“안 돼!
낮에는 밭에 가면 안 돼.”
하고 룰루가 말했다.
“왜!
배고파 죽겠어.”
루루가 크게 외쳤다.
“낮에는 사람들이 밭에 있어서 위험해!
총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
총에 맞으면 죽으니까 안 돼!”
하고 룰루가 새끼들을 향해 말했다.
“그럼!
큰 송곳니로 콱 받으면 되잖아.”
새끼 하모니카가 말하자
“그래도 안 돼!
절대로 낮에는 밭에 가지 마.”
룰루는 새끼들이 안전하길 바랐다.
“아빠는 겁쟁이야!
사람들을 송곳니로 위협하면 되잖아.”
루루는 아빠에게 덤볐다.
“이 녀석이!”
룰루는 루루를 혼내주고 싶었다.
“여보!”
하모가 룰루를 불렀다.
루루를 용서해 달라고 하모는 눈짓으로 룰루에게 말했다.
룰루도 안다.
하모가 새끼들을 사랑하는 걸 안다.
룰루도 하모처럼 새끼들을 너무 사랑한다.
그래서
위험한 곳이나 위험한 짓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루루는 늘 말썽을 피웠다.
낮잠 잘 시간에도 멀리까지 갔다 왔다.
잠자는 동생들을 물어뜯기도 하고 나뭇가지로 때리기도 했다.
루루는 아빠에게도 씨름하자고 덤볐다.
“아빠! 씨름하자.
내가 이기면 이제 내가 대장이야.”
“허허 녀석!”
룰루는 가끔 루루와 씨름을 했다.
지는 척하다 이기기도 하고 어느 날은 져주기도 했다.
그런데
루루는 자기가 힘이 세서 이긴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아빠!
오늘 오빠 좀 혼내 줘.”
루루 동생들은 잘난 체하고 괴롭히는 오빠를 혼내줬으면 했다.
하지만
아빠는 루루를 더 강하게 키우려고 한다.
아빠가 죽으면 동생들을 책임져야 할 루루였다.
루루는 먹이를 찾아야 하고 위험에 빠진 동생들을 구해줘야 한다.
“그래!
오빠 혼내 줄게.”
깊은 숲 속에서 룰루와 루루가 씨름을 한다.
“아빠!
꼭 이겨.”
새끼들은 모두 아빠 편이었다.
동생 중에 루루 편은 아무도 없다.
엄마뿐이었다.
“아들!
아빠 이겨라.
꼭! 이겨야 한다.”
루루에게 엄마의 한 마디는 큰 용기를 줬다.
그렇게
시작된 씨름은 한 참이 지나도 승자가 결정 나지 않았다.
룰루는 루루를 이길 수 있어도 지는 척하고 있었다.
적당히 힘을 조절해 가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루루가 지쳐 쓰러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읏싸!”
“아이고 힘들어!”
아빠는 힘든 척했다.
하지만
루루는 더 강하게 아빠를 밀쳤다.
“앗싸! 읏싸!”
“우리 아들!
이기겠다.
호호호!”
엄마는 루루를 응원했다.
“아니야!
아빠가 이길 거야.”
루루 동생들이 아빠가 이길 거라고 외쳤다.
한 참이 지났다.
룰루와 루루는 서로 붙잡고 힘쓰지 못했다.
너무 지쳤다.
“루루!
오늘 무승부 어때?”
하고 룰루가 아들에게 묻자
“싫어!
끝까지 할 거야.”
루루는 아빠를 이기고 대장이 되고 싶었다.
“아이고!
루루! 힘들어.”
룰루는 힘들었다.
“아빠 힘내!”
새끼들이 아빠를 응원했다.
“우리 아들!
힘내라.”
룰루는 씨름을 그만하고 싶었다.
그래야
해가 지기 전에 감자밭에 도착해 망을 봐야 한다.
안전하게 감자밭에 들어가 새끼들이 저녁을 먹어야 한다.
“루루!
아빠가 기권할게?”
하고 룰루가 말하자
“싫어!
기권은 없어.”
루루는 침을 질질 흘리며 버텼다.
“뭐!
기권이 없다고?
그런 법은 없어.
상대가 기권하면 받아줘야 하는 거야."
하고 룰루가 말하자
“아니야!
시름은 끝까지 힘으로 해서 승자를 결정해야 해.”
고집쟁이 루루는 끝까지 아빠를 괴롭혔다.
말도 듣지 않았다.
아빠가 힘을 주어 이겨버리면 되는 데 이것도 걱정이었다.
루루가 아빠에게 지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동생들에게 돌아갔다.
그걸 아빠는 안다.
“루루!
져도 동생들 괴롭히지 않을 거지?”
“읏싸!
나도 몰라.”
루루는 화가 나 있었다.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아빠를 꼭 이기고 싶었다.
“또 지면
동생들 괴롭히겠구나?”
하고 룰루가 묻자
“말 시키지 마!
내 힘 빼려고 하는 거지?”
루루는 어 세게 아빠 어깨를 붙잡았다.
“히히히!
어떻게 알았어?”
룰루가 웃으며 말하자
“루루!
머리 좋은 데.
앗싸! 앗싸!
루루 한 번에 아빠를 밀쳐야 해."
하고 하모가 루루를 응원했다.
“루루!
좀 쉬고 하면 안 될까?”
라고 룰루가 물었다.
루루도 힘들었다.
하지만
절대로 먼저 포기하지 않았다.
아빠가 이렇게 포기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루루는 버텼다.
“그럼!
아빠가 진 거야?”
하고 루루가 침을 질질 흘리며 물었다.
“무슨 소리!
아빠가 좀 쉬자고 한 건데?”
“히히히!
쉬는 건 진 거야.
먼저
쉬자고 하면 진 거야!”
하고 루루가 웃으며 말했다.
“루루!
그런 룰은 없어.
아빠가 바빠서 쉬자고 한 거야!”
하고 룰루가 말하자
“있어!
아무튼 먼저 쉬자고 했으니까 내가 이긴 거야.”
하고 루루가 말했다.
루루는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만세를 불렀다.
하모는
새끼들을 챙겼다.
“모두!
옷 입고 외출할 준비해.”
“네!
엄마.”
새끼들이 대답했다.
룰루는 루루에게 기권했다.
대신 아빠가 도전을 하면 언제든지 받아주는 조건을 달았다.
“아!
아빠를 이겼다.
이제 내가 대장이야!”
하고 루루가 외쳤다.
“루루!
아들이 이겼어?
잘했다!"
하모는 루루가 믿음직스러웠다.
“응! 엄마.
내가 아빠 이겼어!”
하모는 루루가 다가오자 볼에 뽀뽀를 해줬다.
“아들!
사랑해.”
“응!”
루루는 어깨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동생들은
벌써 루루 눈치를 살폈다.
모두
감자 밭으로 달렸다.
감자 밭에는 사람이 있었다.
하모의 눈에 비친 그 사람은 바로 준영이 엄마였다.
“세상에!
준영이네 밭이는구나.
여보!
우리 다른 밭으로 가면 안 될까?”
하고 하모가 룰루에게 말했다.
“왜?”
영문도 모르고 룰루가 물었다.
“여기가 좋아!
숲으로 아이들이 도망가기도 좋은 곳이야.”
하고 룰루가 말했다.
룰루는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 없었다.
그때
밭으로 준영이가 걸어오고 있다.
“준영이다!”
하모는 몇 달 만에 준영이를 봤다.
키가 많이 컸다.
얼굴도 새까맣게 그을리고 어깨도 넓어 보였다.
“엄마!
물 가져왔어요.”
“알았다.
밥은 먹었어?”
"네!
비빔밥 만들어 먹었어요."
하고 준영이가 대답했다.
하모는
지난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준영이랑 같이 놀 던 모습들이 순간 생각났다.
“여보!
사실은 이 집에서 나온 거야.
저 사람들은 준영이와 준영이 엄마야.”
하고 하모가 말하자
“그래?
당신이 살았던 그 집주인이구나."
하고 룰루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맞아요!
그러니까
여보! 우리 다른 밭으로 가자.”
하고 하모가 룰루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그랬구나!”
룰루는 하모 말을 잘 들었다.
준영이랑 놀던 이야기도 숲 속에서 많이 들었다.
이렇게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준영이가 돼지우리에서 꺼내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았다.
“여보.”
“얘들아!
오늘은 다른 밭을 찾아야겠다.”
하고 룰루가 새끼들에게 말했다.
“왜?
난 여기가 좋아.”
하고 루루가 짜증을 부렸다.
“이곳은
덫이 많이 있어 어두워지면 너희들이 위험해.”
하고 룰루는 새끼들을 설득했다.
“난!
배고픈데.
여기 감자 많잖아!”
하고 루루가 말했다.
“얘들아!
아빠가 잘 아는 곳이 있어.
조금만 가면 돼!”
하고 룰루가 말하며 앞장섰다.
루루는
아빠에게 처음으로 덫이라는 말을 들었다.
혼자 살아가겠다고 했을 때 엄마가 물어보던 덫이었다.
“아빠!
덫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세요?”
루루는 덫을 보고 싶었다.
“아직은 안 돼!”
하고 룰루가 말하자
“항상!
아빠는 안 된다고만 해.”
하고 루루가 짜증을 부렸다.
“루루!
아빠 말 들어.”
하모는 아빠 편을 들었다.
얘들과 함께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루루!
다음에 꼭 보여줄 게.”
하고 루루가 말하자
“네!
아빠.”
새끼들이 대답했다.
하지만
루루는 대답하지 않았다.
루루는
쏜살같이 달려 준영이네 감자 밭으로 들어갔다.
“꿀꿀!
내가 감자 다 먹을 거야."
하고 소리치며 감자밭을 달려 건너편으로 달아났다.
“엄마!
멧돼지다.
새끼 멧돼지야.
잡을까?”
하고 준영이가 루루가 간 방향을 쳐다보며 물었다.
“준영아!
멧돼지는 위험해.
새끼를 잡으면 안 돼.”
하고 엄마가 말했다.
“엄마!
새끼라니까.”
하고 준영이는 잡으러 갈 준비를 했다.
“안 돼!
새끼 곁에는 어미가 있어.
절대로
잡으면 안 돼!”
하고 엄마가 더 크게 말했다.
“지금은 없잖아?”
“꿀꿀! 하고 달려갔으니
곧 멧돼지 어미가 올 거야.
어서 집으로 가자!”
엄마는 호미를 들고 준영이에게 말했다.
어미 멧돼지는 공격을 잘해 위험했다.
“엄마!
새끼 잡아서 돼지우리에서 키우자.”
하고 준영이가 애원했다.
“안 된다고 했지!”
“네!”
루루는 준영이 밭을 지나 숲으로 달아났다.
하모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너무 놀랐다.
룰루와 새끼들도 모두 루루의 행동을 지켜봤다.
루루는 계속 달렸다.
앞만 보고 달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루루는 보이지 않았다.
루루는 처음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엄마 아빠 말도 듣지 않고 행동했기 때문에 아빠에게 혼날 것을 알았다.
“이제!
나 혼자 살 거야.”
루루는 달리고 달렸다.
하모가 준영이 집을 나와 달리던 것처럼 달렸다.
준영이가 밭에서 내려가자
하모는 루루가 달린 곳으로 달렸다.
“루루!
루루야 어디 있어?”
하모가 불렀다.
하지만 루루는 대답이 없다.
룰루도 다른 새끼들을 데리고 하모 뒤를 따랐다.
“루루!
그곳은 위험해.”
달리던 루루는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루루는 달리고 달렸다.
앞만 보고 달렸다.
하모도 루루가 간 방향으로 달렸다.
“어쩜!
나를 닮은 거야.”
하모는 자신이 집을 나오던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루루에게 자유를 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친 하모는
그만 달리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루루!”
하모의 눈가에 눈물이 흘렸다.
“루루!”
룰루가 새끼들을 데리고 하모에게 왔다.
“여보!”
룰루는 하모의 마음을 안다.
하모는 루루에게 많이 의지했다.
룰루도 루루를 건강하고 용감하게 키우려고 했다.
“여보!
다시 돌아올 거야.
루루가 달려간 곳으로 우리도 이동해 가면 만날 거야!”
룰루가 하모에게 말했다.
하모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늘 루루 편을 들어주며 남편이 없을 때는 루루에게 의지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여보!
일어나.”
새끼들이 배고파."
하고 룰루가 하모에게 말했다.
“루루!”
하모는 일어섰다.
다른 새끼들이 걱정되었다.
저녁을 먹여야 한다.
“여보!
어디로 갈 거예요?”
하모가 물었다.
루루가 도망간 방향으로 가고 싶었다.
“밤나무 골!
그곳 감자밭으로 가자.”
밤나무 골 감자밭은 랄라가 덫에 결려 죽은 곳이다.
랄라가 죽은 뒤로 한 번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밤이 깊어지고 감자밭을 새로 찾는 것은 무리였다.
“난! 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길을 잘 안내하면 걱정 없어요.
난 당신 말을 믿고 따를 테니까요.”
하모는 룰루가 두려워하는 걸 알았다.
“고마워!"
룰루는 앞장서서 걸었다.
그리고
밤나무 골 감자밭에 도착했다.
“얘들아!
여기는 위험한 덫이 많은 곳이다.
아빠 엄마 뒤만 따라와야 해.
알았지?”
“네!”
룰루는 랄라가 덫에 걸려 발버둥 치던 옆길로 걸었다.
지난날이 생각났다.
몸이 오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새끼들과 하모를 걱정해야 할 때다.
모두
밭으로 안전하게 내려갔다.
그리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룰루와 하모는 먹지 않고 새끼들만 지켜봤다.
“여보!
고마워요.
항상
나를 배려해주고 이해해 줘서.”
하모는 룰루가 좋았다.
룰루는
항상 하모를 챙겨주고 배려했다.
그래서 하모는 행복했다.
돼지우리에서 자유를 찾아 나온 것이 하나도 후회스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