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자기 분수를 몰라! **
유혹에 빠진 동화 088
자기 분수를 몰라!
보름달이 뜬 날이었다.
제각 정원에는 나무 그림자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미세한 바람이 불었다.
나뭇가지도 살랑살랑 움직였다.
단풍나무와 소나무 가지가 제법 꿈틀거렸다.
무화과나무와 모과나무도 움직였다.
샘물이 흐르는 도랑에 가재들도 작은 돌멩이 위에 올라 달빛을 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제각 마루에 앉아 있었다.
제각 정원에 무엇인가 꿈틀거렸다.
한 마리일까!
아니면 두 마리일까!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달빛에 하얗게 보였다.
"뱀이다!
백사(흰 뱀)다."
나는 놀랐다.
혼자 있던 나는 제각에서 백사를 보고 무서웠다.
"히히히!
내가 앞서 갈 거야."
"이봐!
내가 앞서가야 집을 찾아갈 수 있어."
백사 머리와 꼬리는 서로 이야기를 했다.
두 마리 백사 같았다.
"아니!
한 마리잖아."
백사는 머리와 꼬리가 서로 앞서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뱀은 꼬리가 앞서가도 되는구나!
와!
신기하다."
달빛에 백사는 무섭기도 했지만 멋지게 보였다.
"이봐!
난 머리보다 더 잘 갈 수 있어."
하고 말한 꼬리는 앞으로 쭉 나갔다.
"멍청이!
눈도 없고 코도 없는 주제를 모르는 군.
넌
아무 데도 못 가는 꼬리야.
이 멍청이야!"
하고 백사 머리가 말했다.
제각 마당을
백사는 가로질러 갔다.
머리가 앞서거니 꼬리가 앞서거니 했다.
"이봐!
동굴은 저쪽이야.
그곳으로 가면 위험해!"
하고 백사 머리 부분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이쪽이든 저쪽이든 앞으로 가면 되는 거잖아.
내가 들어가면 그곳이 내 집이지!"
하고 백사 꼬리가 말했다.
"넌!
꼬리야.
내 몸의 일부분이라고.
머리가 이 몸의 주인이야.
넌!
내가 가는 방향으로 따라만 오면 되는 거야."
하고 백사 머리가 말했다.
"아니!
이제부터 내가 가는 방향으로 따라오면 좋겠어."
고집 센 꼬리를 머리는 이길 수 없었다.
백사는
꼬리가 가는 방향으로 끌려갔다.
눈도 없고 귀도 없는 꼬리는 방향을 잃었다.
온몸에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앞으로 쭉 갔다.
"이봐!
널 따라가면 죽어.
이쪽으로 가면 위험하단 말이야!"
하고 백사 머리는 꼬리를 당기며 말했다.
"이런!
죽는 게 두려워.
제발!
날 따라와."
꼬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쭉 나갔다.
에스(S) 자를 제법 잘 그렸다.
꼬리는 몸을 길게 늘어뜨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히히히!
저게 뭘까?"
소나무 가지에서 사냥감을 찾던 부엉이가 달빛에 하얗게 비추는 것을 발견했다.
"저게 뭘까?
달빛이 춤추는 걸까!
세상에!
하얗게 춤추는 게 뭘까?"
부엉이는 소나무 가지에서 좀 더 가까운 무화과나무로 날아갔다.
"이봐!
부엉이가 나타났어.
빨리
동굴로 들어가야 해!"
하고 백사 머리가 꼬리에게 외쳤다.
"거짓말!
내가 그 거짓말에 속을 줄 알아.
천만에!
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향해 나아갈 거야."
하고 말한 백사 꼬리는 앞으로 쭉 기지개를 켰다.
"히히히!
하얀 뱀이다.
사람들이 보약이 된다는 뱀이다.
히히히!
내가 저 뱀을 먹을 수 있다니.
히히히!
너무 좋아."
부엉이는 날았다.
제각 마당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백사를 향해 날았다.
백사 머리는 꼬리를 이길 수 없었다.
어찌나 힘이 센지 당겨도 꼬리는 따라오지 않았다.
"히히히!
꼬리도 좋지.
사람들이 장어 꼬리를 좋아하잖아!"
부엉이는 날카로운 발톱을 세웠다.
"히히히!
머리를 비틀어야지.
꼬리는 그것도 모르고 앞으로 쭉 나아가겠지!"
하고 말한 부엉이는 백사를 향해 돌진했다.
"이봐!
부엉이가 오고 있어.
빨리
나를 따라오라고!"
하고 백사 머리가 꼬리에게 말했다.
하지만
꼬리는 머리가 하는 말을 듣지 않았다.
"히히히!
으악! 크아악!"
부엉이는 백사 목을 발톱으로 움켜쥐고 흔들었다.
"뭐야!
그렇게 세게 흔들면 어떡해?"
하고 꼬리가 말했다.
꼬리는 눈도 귀도 없어서 부엉이가 백사 목을 움켜쥐고 흔드는 걸 볼 수 없었다.
"히히히!
이런 보약을 내가 먹다니.
오늘
들쥐 한 마리 사냥하는 게 목표였는데!
좋아! 좋아!"
부엉이는 백사를 잡아 너무 좋았다.
"뭐야!
이게 뭐야.
이 날카로운 게 뭐야!"
백사 꼬리는 머리에서 전달되는 에너지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제각에 사는 백사는 죽었다.
머리가 아닌 꼬리로 세상을 살고 싶었던 백사는 부엉이 밥이 되었다.
"머리!
눈귀코가 소중한 걸 모르면 백사처럼 죽는 거야.
내가 가진 걸 소중하게 생각해야 해!"
소나무 밑에 숨어 있던 고양이가 말했다.
달빛에 춤추던 백사(하얀 뱀)는 이제 볼 수 없다.
그날 밤
머리와 꼬리의 치열한 전투는 죽음을 불렀다.
머리와 꼬리도 구분 못하는 백사는 죽어 마땅했다.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백사처럼 나도 죽을 수 있어!"
소년은
지금도 그날 밤만 생각하면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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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조 씨 제각
열두 살 소년은 이곳에서 보름달이 뜬 깊은 밤에 백사(흰 뱀)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