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내게 주어진 시간! **
유혹에 빠진 동화 089
내게 주어진 시간!
소년은
자신의 삶에 주어진 시간이 한 주먹이나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주먹은커녕 먼지만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소년은
자신이 의식하는 세상이 꽤 큰지 알았다.
그런데
무의식의 세상에 비하면 콩알만도 못한 존재란 걸 알았다.
소년은
생성을 통해 소멸되어 가는 세상이 신기했다.
삶이 내게 준 것들을 음미하고 다시 돌려주는 행위의 반복이 자연의 이치란 걸 알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
소년은
그 시간을 통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보낼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했다.
소년은 주어진 시간의 의미를 찾았다.
그 짧은 시간에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했다.
생성과 소멸!
진실과 거짓!
옳고 그름!
나와 너의 관계!
세상에 모든 것이 관계 속에서 움직이는 것도 알았다.
느림의 시간!
빠름의 시간!
느끼는 시간!
느끼지 못하는 시간!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소년에게는 시간의 가치가 자신의 삶보다 더 소중하다 생각했다.
소년에게 주어진 시간은 크지도 않고 많지도 않았다.
늘리고 줄일 수도 없고 더할 수도 없고 뺄 수도 없었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삶의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뿐이었다.
소년은 관계 속에 존재했다.
인위적인 관계보다는 자연적인 관계가 중요했다.
자연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물질과의 관계!
보이지 않는 것과의 관계!
소년을 둘러싼 모든 것과의 관계 속에 존재해야만 했다.
버리고 싶은 것!
만나고 싶지 않은 것!
거리를 두고 살고 싶은 것!
멀리하고 싶은 것과도 소년은 관계의 틀 속에 두고 살아야 했다.
산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또 살아있다는 것!
서로 다른 의미를 찾기 어렵지만 소년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들은 큰 차이가 있었다.
산다는 건 보편적인 것이다.
살아간다는 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건 주어진 시간 속에 만물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소년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통찰했다.
시간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소년의 삶도 멈추지 않고 꼼지락거리며 살아갔다.
내게 주어진 시간!
소년의 삶에 주어진 시간은 곧 내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시간의 의미를 찾는 것보다 시간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다.
소년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크고 작은 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크고 작음의 차이가 느껴졌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째깍째깍 잘도 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어 시간을 붙잡고 늘어졌다.
하지만
내가 붙잡고 늘어진다고 시간이 멈추진 않았다.
'째깍째깍! 째깍째깍!'
내게 주어진 시간이 소비되고 있었다.
나는 그 어떤 것보다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
"어떡해!
소중한 시간을 소비만 했어.
누가
시간을 좀 붙잡아주면 좋겠어요!"
내가 잡지 못한 시간을 누군가 붙잡아 주길 바랐다.
"제가 붙잡아 줄 게요!
저는 시간을 붙잡는 마법을 부릴 수 있어요."
하고 말한 소년이 시간을 붙잡았다.
"소년!
소년아!
시간을 붙잡는 소년아!"
나는 그 소년을 오래 지켜볼 수 있었다.
간절한 염원을 담아 소년의 마음을 훔쳐볼 수 있었다.
"소년아!
소년아!
시간을 붙잡은 소년아!
나는 꿈속에서도 시간을 붙잡은 소년을 만났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멈춰 있었다.
소년이 붙잡고 있어서 멈췄을까!
아니면
소년의 간절함이 시간을 멈추게 한 걸까!
시간이 멈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잘도 갔다.
아침이 오는 것 같더니 돌아서면 저녁이었다.
저녁이 되어 눈 감고 잠자리에 누웠더니 또 아침이었다.
'째깍째깍! 째깍째깍!'
시간은 잘도 갔다.
아침이 오고 저녁이 왔다.
눈 감으면 또 눈 떠야 하는 시간이었다.
"시간아!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못했어.
아직 오면 안 돼!
난
준비도 하지 못했어.
시간을 맞이할 준비라도 할 시간을 주면 좋겠다."
나는 시간에게 애원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좀 더 천천히 가길 애원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싶었다.
그 시간 만이라도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히히히!
넉넉하게 시간 줄 테니까 물 마시고 오세요."
시간이 내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 넉넉함이란 얼마나 될까요?"
나는 시간에게 물었다.
"히히히!
넉넉하게 시간 줄 테니까 걱정 말고 물 마시고 오세요."
시간은 웃으며 내게 천천히 말했다.
나는 시간을 붙잡아두고 물 마시러 갔다.
열심히 뛰었다.
넉넉하게 시간을 주었는데도 나는 뛰었다.
"으악!"
물을 따르는 데 그만 쏟아졌다.
시간을 쳐다보다 그만 컵에 따를 물을 바닥에 따르고 말았다.
나는 물도 마시지 못하고 걸레를 찾아 물을 닦았다.
시간을 쳐다봤다.
시간이 내 모습을 보고 웃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나도 웃었다.
걸레질을 하며 나는 웃었다.
"물!
물 한 모금!
물 한 모금 마실게요."
나는 시간을 보고 말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나는 그렇게 소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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