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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Nov 11. 2022

느림과 빠름의 여행!-프롤로그

유혹에 빠진 동화 148-프롤로그

프롤로그




어릴 적

밤나무에 올라 밤을 따다 가지에서 떨어져 기절한 적이 있었다.

밤 하나 더 갖기 위해 욕심을 부린 탓이었다.

오후 2시쯤 밤나무에 올라 가지를 흔든 기억이 생생하다.

집에 돌아온 시간은

어둠이 내린 밤 10시쯤이었다.

밤 나무 가지에서 떨어진 뒤

어떤 일이 일어난지는 나는 알 수 없다.


그때

죽지 않은 것만으로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 이후

내 삶은 덤 같은 것이었다.


분명히

낮에 밤나무에 올라가 밤을 땄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자 어둠이 깔린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반바지 차림에 웃옷은 입지도 않았다.

온몸에

밤 가시가 제법 많이 박혀 있었다.

밤나무 밑에 사는 곤충들은

내 몸을 기어 다니며 군침을 흘렸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었을 것이다.


밤나무 밑에서 지네를 봤다.

지네는 다리도 많고 무척 빨랐다.

많은 다리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무섭기도 하고 신기했다.

지네는 독까지 있어 사람이 물리면 위험할 수도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네 다리를 하나하나 잘라 보고 싶었다.

그래도

지네는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

항상

그런 의문을 가지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여름이 되면

지렁이가 지열 때문에 길가로 나왔다.

비 온 뒤 지렁이들이 나와 이동했다.

지열 탓도 있지만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나는 여정 같았다.


몸집이 큰 지렁이는 두렵기까지 했다.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할 때 지렁이나 달팽이 예를 많이 든다.

지렁이 볼 때마다 더 빠르게 살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지네 다리를 잘라 지렁이에게 이식시켜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잠 못 이룬 날이 많았다.


달팽이는 또 어떤가!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위를 달팽이는 유유히 걸어간다.

걸어간다는 것보다 뒹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금방이라도

달리는 차에 치여 죽을 것만 같은 달팽이는 차를 잘도 피해 도로를 건넜다.


세상은

찰나의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일이 일어난다.

가슴을 갈기갈기 찢은 아픔이 뼛속까지 전달되는 세상이다.


"다리가 너무 많은 지네!

다리가 하나도 없는 지렁이!

더듬이로 세상을 살아가는 달팽이!

그들은

같이 여행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동화의 플롯이 되어 상상의 문을 열었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다.

누구는 빠르게 누구는 느리게 산다.

일찍 일어나는 친구가 있고 늦게 일어나는 친구가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다양한 개성을 가졌다.

자신의 개성에 맞게 살고 싶은 게 인간의 욕망이다.


이 동화를 읽는 독자들이

각자의 삶을 존중해주는 넓은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이 동화는 10 화로 구성된 동화다.

주인공

지렁이 딕! 지네 셀! 달팽이 꼼지락!

그리고 가끔

청개구리! 들쥐! 참새! 보름달이 나온다.

그들의 이야기를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


동화작가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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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나오미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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