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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Nov 13. 2022

느림과 빠름의 여행!-01

유혹에 빠진 동화 148-01 호기심 발동

01. 호기심 발동!




봄비가 내리는 날!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지렁이 <셀>은 계획했던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다.

창문을 열고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마셨다.

상큼한 향기가 창문을 통해 들어와 봄이 왔다는 소식을 알렸다.


영수네 집 대문 옆에서 사는 <셀>은

여행하며 필요한 물건 몇 가지 살 게 있어 가게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셀>을 기다렸다는 듯 대문 기둥을 타고 내려온 지네 <딕>이 길을 막았다.


“어디 가?”

하고 <딕>이 <셀>에게 물었다.


“가게!

여행을 떠나기 위해 필요한 물품을 사러 가야 해.”

하고 <셀>이 말했다.


“뭐!

가게에서 뭘 산다고?

아니

지렁이 주제에 여행을 간다고!

웃기는 녀석.”

하고 <딕>이 <셀>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에겐 웃기는 일이지!

그런데 난 아니야.

여행 가는 데 필요한 걸 사야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어.”

<셀>은 대답하고 가게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느린 게!

 어딜 간다고!

가게 도착하기 전에 말라죽겠다."

하고 <딕>이 말했다.


“히히히!

언젠가는 죽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

오늘은 죽지 않을 테니.

너도 같이 갈래?”

<셀>은 주변을 빙빙 돌던 <딕>에게 웃으며 말했다.


“야!

넌 다리도 없으며 어디를 여행한다는 거야.

난 다리가 40개가 넘는 데 어떻게 너랑 여행할 수 있겠니.

이 멍청이야!”

하고 <딕>이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외쳤다.


“멍청이!

지렁이는 멍청이지.

하지만

지렁이 없는 세상은 꿈도 꾸지 마!”

하고 <셀>은 크게 말하고 가게를 향했다.


“그래!

멍청아.

난 빠르고 넌 느린데 어떻게 같이 여행을 떠날 수 있겠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야.”

하고 말한 <딕>은 기둥을 타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


“다리가 40개나!

세상에 그 많은 다리를 어디다 쓸 수 있을까.

다리가 하나도 없는데!

정말 신기하네.

그래도

난 여행을 갈 수 있는 데.

봐!

이렇게 갈 수 있잖아.”

<셀>은 <딕>의 다리가 40개가 넘는다는 말에 놀랐다.

하지만

부럽지 않았다.

다리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았다.


“하하하!  

너처럼

느린 게 어디까지 여행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저 감나무 밑에 가면 끝날 거야.

아니지

감나무 밑에 도착하기도 전에 암탉의 먹이가 될지도 몰라!”


“히히히!

걱정하지 마.

여행을 갈 거야.

그런데

<딕>

그 많은 다리가 무겁지 않니?”


“아니!

안 무거워.

무거우면 어쩔 건데?”

하고 <딕>이 <셀>에게 물었다.


<셀>은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야!

넌 다리가 너무 많으니까

오른쪽과 왼쪽 다리를 하나씩만 잘라 봐.

그래도

잘 걸을 수 있을까?”

하고 <셀>이 <딕>에게 물었다.


“글쎄!

아마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 데.

그런데

엄마한테 물어봐야 해.

내가 맘대로 다리를 잘라버리면 엄마에게 혼날 것 같아.”

하고 <딕>이 말했다.


"엄마가 모를 것 같은데!

많은 다리 중에 한 쌍이 없어졌다고 엄마가 알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왜냐하면

엄마들은 너무 바쁘니까!"

하고 <셀>이 말했다.


"그래!

우리 엄마는 바쁘지 않은데.

하지만

다리가 너무 많아서 한 쌍이 없어도 모를 것 같아."

하고 말한 <딕>은 <셀>의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딕>은

<셀>이 다리 없이 사는 것을 보고 지네는 다리가 많다고 생각했다.

<딕>은 용기 내어 다리 한 쌍을 잘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머뭇거리다 포기했다.


"<딕>!

지렁이도 다리가 너처럼 많으면 빠르겠지.

그러니까

내가 느린 게 아니야.

다리가 없어도 난 이렇게 움직이고 있잖아."

하고 <셀>이 <딕>에게 말했다.


“좋아!

내가 다리를 하나씩 잘라 볼게.

그래도

아마 잘 달릴 걸.

하하하!”

하고 말한 <딕>은 너무 신났다.

다리 한 쌍이 없어도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빨리 잘라 봐!”

하고 <셀>이 말했다.


<딕>은

이를 악물고 제일 뒤 오른쪽 다리를 먼저 잘랐다.


'뚝!'

소리가 났다.


“아!

좀 아픈데.”

하고 <딕>이 말하자


“당연하지!

나도 낚시하는 사람들이 내 몸을 조금씩 자르면 너무 아파.

몸부림치며 도망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어.

그래도

아픔을 참고 나머지 몸을 잘 보살피며 살고 있잖아.”

하고 <셀>이 낚시꾼에게 잡혀 몸이 잘려나가는 아픔을 <딕>에게 이야기했다.


“피도 나잖아!

어떡하지.”

<딕>은  몸에서 피가 나는 걸 보고 당황했다.


“내가 닦아줄게!

걱정하지 마.”

<셀>은 <딕>에게 다가 가 자신의 피부로 피를 빨아드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딕>의 몸에서 피가 멈췄다.


“이제 됐다!

다른 쪽 다리도 잘라 봐.”

하고 <셀>에 <딕>에게 말하자


"괜찮겠지!"

<딕>은 자신의 몸에서 나는 피를 보고 두려웠다.

하지만

반대쪽 다리도 하나 잘라야 할 것 같았다.


<셀>은

다리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꿈틀거리며 잘 돌아다녔다.

매일

지렁이를 보며 살아온 <딕>은

다리 한 쌍 없어도 충분히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알았어.”

그리고 왼쪽의 다리를 뚝 잘랐다.

아까처럼 여기서도 피가 나왔다.

<셀>은 <딕>에게 다가가 자신의 몸으로 피를 빨아드렸다.


“딕!

이제 걸어 봐.”

하고 <셀>이 <딕>에게 말하자


“걸을 수 있을까!

문제없겠지.”

하고 말한 <딕>은 두려웠다.


셀은 눈을 크게 뜨고

용기를 냈다.


“걸어 봐!

아마도 충분히 걸을 수 있을 거야.”

하고 <셀>이 <딕>에게 용기를 주었다.


다리 한 쌍을 잘라낸 <딕>은 눈을 감았다.

다리를 자른 곳에서 핏방울이 떨어졌다.

하지만

따끔할 뿐 아프지는 않았다.


"<셀>은

여행 갈 때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간다고 했지만

<딕>과 영수네 대문 앞에서 <셀>과 놀고 있었다.


<셀>이

여행 갈 때 필요한 물품은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셀>은

다리가 많은 <딕>에게 다리를 한 쌍 꺾고 달리게 했다.

<딕>은

아프지만 자신의 다리 한 쌍이 없어도 잘 달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셀>도

다리 한 쌍을 절단한 <딕>이 잘 달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영수네 집

모퉁이 매화나무 가지가 흔들렸다.

매화나무 가지에서

낮잠 자던 달팽이 <꼼지락>이

살며시 눈을 뜨고 <셀>과 <딕>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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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나오미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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