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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Nov 15. 2022

느림과 빠름의 여행!-02

유혹에 빠진 동화 148-02


02. 아프지만 달릴 수 있다!




<딕>은 용기를 내어 눈을 감고 한 발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밀었다.

몸의 가장 뒷부분에서 작은 통증이 느껴졌다.


<셀>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매화나무 가지에서 달팽이 <꼼지락>도 지켜보고 있었다.


 <꼼지락>이

매화나무를 내려왔다.

<셀>과 <딕>이 즐겁게 노는 게 궁금했다.


“거 봐!

걸을 수 있잖아.”

<딕>이 움직이는 걸 보며 <셀>이 외쳤다.


다시

<딕>은 왼쪽 발을 들고 서서히 앞으로 옮겼다.

걷는데 아무 이상 없었다.

다만

잘린 다리 부분에서 작은 통증이 있었다.


“다리를 한 쌍 잘랐는데도 난 걸을 수 있다.

와!

이 사실을 엄마가 알면

아마

좋아할 거야.”

<딕>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셀>도 덩달아 좋아했다.


“아까보다 더 빠른 것 같아.

다리가 한 쌍 없으니까 몸이 가벼워서 더 잘 달리는 것 같아.”

<딕>은 정말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정말 더 빠른 것 같아.”

다리가 한 쌍이 없는데도 걷기도 하고 달릴 수도 있다는 것이 <딕>은 너무 신기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셀>은


“그럼 이번에는

다리 두 쌍을 잘라 보면 어떨까?

그러면

지금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지 않을까!

몸이 가벼워지니까.”

하고 말하자


“두 쌍이나!

무서워!”

하고 <딕>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난 하나도 없잖아!”

하고 <셀>이 말하자


“그래도

너무 무서워.”

하고 대답한 <딕>은 <셀>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어쩌면

영원히 걷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셀>의 말도 맞는 것 같았다.


지렁이 <셀>은 다리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꿈틀거리며 잘도 다녔다.


“야!

멍청하게 바라보지 말고 해 봐.

걷지 못하면 다시 붙이면 되잖아!”

<셀>은 신나서 마구 떠들었다.

다리가 없는 게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괜찮을까!

그런데

만약에 내가 걷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하고 <딕>이 물었다.


“걱정 마!

내가 다리를 붙이면 되잖아.”

하고 <셀>이 말하자


“어떻게 붙이는 데!

넌 다리가 없는 데 그런 걸 어떻게 알아?”

하고 <딕>이 의심하며 물었다.


“아마!

내가 침을 발라서 붙이면 될 거야.

안 붙으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자.

어때?”

하고 <셀>이 말했다.


<딕>은 고개를 들고

파란 하늘을 보았다.

멀리

무리 지어 흘러 가는 구름이 솜사탕처럼 보였다.


“좋아!

다리 두 쌍을 자를 게.”

<딕>은 어디 다리를 자를 까 고민하다 꼬리 끝자락 다리를 자르기로 했다.


'뚝!'

하나를 자르자 또 피가 났다.

<셀>은 몸을 움직여 <딕>의 몸에서 흐르는 피를 온몸으로 빨아들였다.

어쩌면

<셀>은 <딕>의 피를 노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딕>은 용기를 냈다.

다리 한 쌍을 자른 곳에서 피가 났지만 무섭지 않았다.


'뚝!'


“아프다!”

<딕>은 다리 두 쌍을 부러뜨리자 아픔이 밀려왔다.


“당연히 아프지!

난 애들이

나뭇가지로 던지고, 발로 밟고 차고, 몸을 길게 늘어뜨릴 때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그 아픔도 이겨냈잖아!”

하고 <셀>이 지난 과거의 일을 이야기해줬다.


<딕>이 자른

두 쌍의 다리 부근에서 피가 났다.

<셀>은

<딕>의 몸에서 흐르는 피를 모두 빨아들였다.

<셀>은 손으로 입을 닦으며 아쉬워했다.

<딕>의 피가 더 먹고 싶었다.


“걸어 봐!”


“알았어!

정말 걸을 수 있겠지.”


“내가 생각할 때는

아마도

처음보다도 더 빠르게 걸을 수 있을 거야.”

하고 <셀>은 기대했다.


“정말!

걸어볼게.”

<딕>은 꼬리 부분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뒤로하고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잠깐!

내가 하나 둘 하면 걸어.”

하고 <셀>이 말했다.


“알았어!”

<딕>은 아픔을 참으며 <셀>의 명령을 기다렸다.


“하나 하면 왼쪽 다리!

둘 하면

오른쪽 다리를 걷는 거야.

알았지!”


“응.

그런데

좀 천천히 말해.

사실은 무섭거든!”

<딕>은 무서웠다.


“알았어!

그럼 시작한다.”

하고 <셀>이 말하자


“응!”

<딕>이 대답하고 걸을 준비를 했다.


<셀>은

입에 침을 발랐다.


“하나!”

하고 <셀>이 외쳤다.


<딕>은 두려웠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왼쪽 다리를 움직였다.


“와!

움직였다.

모두 똑같이 움직였어!”

<셀>은 손뼉 치며 신기해했다.


“정말!

걸을 수 있구나.”

다리를 옮기면서 눈을 감아버린 <딕>도 걸을 수 있어 신기했다.

<셀>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의 왼쪽 다리가 움직인 것을 알았다.


<딕>은 신났다.

다리가 움직이다니

벌써

세 쌍의 다리가 없는데도 <딕>은 걸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오른쪽 다리!”


“알았어!”

<딕>은 처음보다는 자신이 생겼다.


“둘!”

<셀>의 목소리를 들은 <딕>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다시 눈을 떴다.

혹시

움직이지 않는 다리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온몸에 힘을 다해 오른쪽 다릴 움직였다.


“와!”

이번에도 움직였다.

이제는 달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딕>!

한 번 달려 봐.”

<셀>이 말했다.


<딕>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난 누구도 하지 못한 모험을 지금 하는 거야.

이런 모습을 한 나를 친구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딕>은 생각했다.


“알았어!

달려 볼 게.”

<딕>은 달릴 준비를 했다.


다리

세 쌍이 없는 지네 <딕>이 달릴 수 있을지 <셀>은 궁금했다.


“<딕>!

그런데 아프지 않니?”


“아프지 않아!”


“그래!

그럼 한 번 달려봐.”


“알았어!”

하고 대답한 <딕>은 달렸다.


처음에는 천천히 달렸다.

나중에는 빠르게 달렸다.


<셀>의 눈에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딕>은 달리고 달렸다.

자신이

옛날처럼 달리지 못할까 봐 달리고 또 달렸다.


“<딕>!

어디 있는 거야.”

<셀>은 <딕>이 보이지 않자 크게 불렀다.

갑자기

<셀>의 머릿속에 공포가 밀려왔다.


“혹시

<딕>에게 무슨 일이 있는 생긴 걸까?”

<셀>은 고개를 높이 들고

멀리

내려다보았다.

 

<딕>은 어디로 갔을까!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딕>은

<셀>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때

멀리서 <딕>의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휘휘휘! 호호호!'

휘파람 불며 더 빠르게 <딕>은 달린다.

다리가

세 쌍이나 없는데도 빨리 달릴 수 있었다.

 

<셀>은

<딕>이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셀>이 <딕>을 부러워하고 있을 때 <딕>이 달려왔다.


“몸이 더 가벼워서 날고 있는 것 같아!”


“아프지는 않아?”


“통증이 좀 있어!

하지만

달리니까 아픈 것도 모르겠어.

너무 좋아!”

하고 <딕>은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다행이야!”

<셀>은 마음이 놓였다.


<딕>은

다리가 세 쌍이 없는 데도 달릴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두 쌍 더 잘라 볼까!”

하고 <셀>이 말하자


“맘대로!

더 많은 다리를 잘라도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아.”

<딕>은 무섭지 않았다.

아픈 것도 참을 수 있었다.


“좋아!”

하고 대답한 <딕>은 몸 중앙 부분의 다리 두 쌍을 정하고 자를 준비를 했다.


“열 번째 다리를 자를 게!

그런데

엄마에게 혼나지 않을까?”

하고 <딕>이 <셀>에게 물었다.


“아마도!

혼나겠지.

자신의 몸을 보호하지 않고 맘대로 다리를 부러뜨렸으니.”

하고 <셀>이 말했다.


<딕>도 걱정되었다.

엄마가 보면 혼낼 것 같았다.


<딕>은 다리가 20쌍 40개나 된다.

더 많은 다리를 가진 지네도 있다.

<딕>의 다리가 몇 개 없다고 달리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딕>은 다리가 없어도 달릴 수 있어 신났다.


'뚝! 뚝!'

<딕>은 오른쪽 두 개의 다리를 한꺼번에 잘랐다.

두려움도 겁도 없다.


“괜찮아?”

<셀>이 물었다.


“괜찮아!”

하고 대답한 <딕>은 왼쪽으로 손을 내밀더니


'뚝! 뚝!'


“으으윽!

아파.”

하고 말한 <딕>의 잘린 부분에서 피가 흘렀다.


<셀>은

다가가 몸으로 피를 빨아먹었다.


“아프지?”

셀은 걱정이 되었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한 것이 너무 큰일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다리가 없어도 잘 살아가는 <셀>은 <딕>의 많은 다리가 불편해 보였다.


“이번에도!

달릴 수 있을까?”

하고 <셀>이 묻자


“당연하지!”

<딕>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아까보다

더 빨리 달릴 것 같았다.


“몸이 가벼워졌으니 더 빨리 달릴 거야!”

<딕>은 달릴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저기 감나무 아래까지 갔다 올게.”

감나무까지 약 100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딕>은 자신감이 있는 모양이다.


“간다!”


“조심해!”


“응.”

<딕>은 달렸다.

아까보다 정말 더 빠르게 달렸다.


“다리가 몇 개 없어도 잘 달리는 데 지네는 왜 많은 다리가 왜 필요할까?”

<셀>은 <딕>의 다리가 부럽기도 하고 또 불편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셀은 대문 앞 그늘에 앉아 <딕>을 기다렸다.


"이봐!

너희들 뭐 하는 거야?"

달팽이 <꼼지락>이 <셀>을 보고 물었다.


"안녕!

히히히!

이야기 들으면 놀랄 거야."

하고 <셀>이 웃으며 옆에 앉는 <꼼지락>에게 말했다.


<딕>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를 달리고 있을 텐데 <셀>이 고개를 들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봐!

빨리 말해 봐.

둘이서 무슨 놀이를 하고 있었어?"

하고 <꼼지락>이 물었다.


"기다려!

<딕>이 오면 말해줄게."

하고 대답한 <셀>은 고개를 들고 <딕>을 찾았다.

하지만

<딕>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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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나오미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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