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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Nov 18. 2022

느림과 빠름의 여행!-03

유혹에 빠진 동화 148-03  <딕>은 달렸다!

03. <딕>은 달렸다!





햇살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하지만

<셀>은 햇살을 가장 싫어했다.

언제나

그늘지고 습한 곳만 찾아다녔다.


지렁이들이 다 햇살을 싫어한다.

몸에 수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수분이 없는 지렁이들은 말라죽었다.


달팽이도 햇살을 싫어했다.

하지만

지렁이만큼 햇살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햇살이!

너무 아름답다.”

<셀>은 출발도 못하고 있는 여행을 잠시 잊어버렸다.

<딕>을 기다리다 지친 <셀>과 <꼼지락>은 풀숲으로 들어가 낮잠 잘 곳을 찾았다.


“<딕>이 오면 부르겠지!

우린 풀숲에 가서 낮잠이나 자자."

하고 <셀>이 <꼼지락>에게 말했다.


"좋아! 좋아!"

<지락>이 대답하고 <셀> 뒤를 따랐다.


'크르륵! 크르륵!'

코를 골며 <셀>과 <꼼지락>은 잠이 들었다.


<딕>은

고추밭을 지나고 논두렁을 지나 민수네 집 앞 감나무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어디 가?”

논두렁을 지나는 데 허수아비 <만만디>가 물었다.

너무 똑똑해서 동물들은 들판 허수아비를 <만만디>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저기!

감나무까지 달리는 중입니다.”


“왜?”


“다리를  쌍이나 잘랐는데

더 빨리 달릴 수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뭐!

다리 여섯 개나 잘랐어?”


“네.”


“미쳤냐!”


“미치긴요!

이렇게 잘 달리는 데.”


“누가 잘랐는데?”


“제가.”


“정말?”


“네!

<셀>이 한 쌍만 잘라 보라고 했는데 자르고 나니까  달릴 수 있어서  더 자른 겁니다.”


“정말!

미쳤군.”

<만만디>는 움직일 수가 없다.

다리가 진흙 속에 푹 박혀 있기 때문이었다.


“다리는 누구 줄 건데?”


“버려야죠!


“<셀>에게 이식시켜.”


“그게!

가능할까요?”


“그럼.”


“알겠어요!

<셀>에게 이식시켜 주면 빨리 달릴 수 있습니까?”

하고 <딕>이 물었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가능하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생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딕>은 <만만디> 선생님에게 인사하고 집을 향해 달렸다.


척척박사 허수아비는

모든 동물들이 <만만디>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기 때문이었다.


“다리를 <셀>에게 이식시킨다.”

<딕>은 멋진 생각을 했다.


<셀>도

그럼 빨리 달릴 수 있겠다.


<딕>은

더 빨리 달렸다.

<셀>을 만나야 한다.


감나무를 돌아 서는 데

주인집 강아지 <초설>이가 <딕>을 보고 달려왔다.


“<딕>!

뭐 하는 거야?”


“응.

달리기 하는 거야.”


“누구랑?”


“혼자!”


“이 더운 날씨에 미친 거 아냐!”


“아니!”

<초설>이는 낮에는 감나무 아래 그늘에서 뒹굴며 놀았다.

감나무 밑으로 흐르는 냇물에 오리나 병아리들이 오면 쫓아가며 장난을 치고 놀았다.


<초설>이는 머리가 영리하다.

노래도 잘 부른다.

주인집 아줌마가 노래를 부르면 따라 부른다.

오른 발도 왼 발도 잘 준다.

고기를 주면 점프해서 받아먹기도 한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라 오너라.”


“워워우 워워우 워워 워우 우우우.”

<초설>이가 노래 부르기 시작하면 근처에 있는 동물들이 귀를 막았다.

너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었다.


“<초설>아!

다음에 봐.”


“그래.”

<초설>이는 <딕>이 가는 것을 보고 눈을 감고 낮잠을 청했다.


“바보 멍청이!

이렇게 더운 데 달리기는 왜 하는 거야.”

<초설>이는 <딕>이 바보 같았다.


<딕>은

논두렁을 건너고 밭고랑을 타고 달렸다.

밭에서

파리를 잡아먹던 개구리 <당코>가 <딕>을 봤다.


“<딕>!

어디 가는 거야?”


“응.

집에.”


“그런데

왜 달리는 거야?”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 가 시험하는 거야.”


“그래!

나랑 같이 달려볼까?”


“아니!

이제 힘들어.”


“알았어!”


“안녕!

다음에 봐.”

<딕>은 <당코>와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

또 이마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몸도 지쳤다.

다리 다섯 쌍이 없다는 것이 <딕>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딕>이

출발했던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셀>이 없다.


“헉헉!

헉헉! <셀>!”

<딕>은 <셀>을 불렀다.

하지만

<셀>이 보이지 않았다.


“힘들어 죽겠는 데 어디 간 거야!

<셀>!"

<딕>이 몇 번을 불러도 <셀>은 대답이 없다.


“또 집에 가서 자는 걸까!”

<셀>! <셀>!”

<딕>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 <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여기!

<딕>! 여기 풀숲이야.”

풀숲에서 기지개를 켜며 <셀>은 <딕>에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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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나오미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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