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춤 추는 달팽이! **

유혹에 빠진 동화 114

by 동화작가 김동석

춤 추는 달팽이!




알 수 없는 세계!

볼 수 없는 세계!


표상적 이미지를 찾아 떠난 춤추는 달팽이는 놀랐다.

들판에서 만난 들쥐 <또리>가 하는 이야기에 더 놀랐다.


춤추는 달팽이 <하하>는

오늘도 변함없이 매화나무를 오르고 있었다.


들판에 사는 들쥐 또리는

매일 햇살을 팔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다.


"이 편한 세상!

가장 소중한 것은 햇살이야.

모두

햇살을 듬뿍 먹고 살아가는 거야!

햇살!

햇살 한 스푼에 오천 원."

들판 한가운데서 또리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뭘 팔아야지!

느림을 팔면 누가 살까?"

하하는 느림의 미학을 팔고 싶었다.

매화나무에 올라 하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마귀 한 마리가 매화나무로 날아왔다.

하하는 깜짝 놀랐다.

가끔

사마귀는 날아와 하하 등 위에 앉아 똥 싸고 갈 때가 있었다.


"뭐야!

또 똥 싸려고?"

하하가 물었다.


"히히히!

넌 하슈(하수)! 난 고슈(고수)!"

하고 사마귀가 하하를 놀렸다.

사마귀보다 느린 하하를 놀리는 재미에 사는 놈이었다.


"그래!

난 하슈!

넌 고슈!

나보다 사마귀가 잘랐다."

하하는 사마귀 말에 대답했다.


"히히히!

이 편한 세상에 너처럼 느리게 살면 안 돼!

좀 더

빠르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거야."

사마귀는 하하에게 신나게 잔소리했다.


"이봐!

고슈!

너보다 더 빠른 들쥐나 두더지를 어떻게 생각해?"

하고 하하가 물었다.


"히히히!

나보다 빠른 녀석들은 하슈!

나보나 느려도 하슈!

그러니까

나보다 빠른 녀석들 하나도 안 부러워!"

하고 사마귀가 자신만만한 표정 지으며 말했다.


"이봐!

내가 느림을 팔까 생각하는데 어떨까?

고슈니까 잘 알겠지!"

하하가 물었다.


"히히히!

그런 거라면 이 고슈가 잘 알지.

느림!

아마도 안 팔릴 거야.

그러니까

팔지 마!

빠른 걸 판다면 또 모를까."

하고 사마귀는 자신만만한 표정 지으며 말했다.


하하는 고민했다.

또리처럼 햇살을 팔 수 없어 속상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하하는

느림의 미학을 팔기 위해 상품을 개발했다.


이 편한 세상!

하하는 느림의 미학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들판으로 향했다.


"찰나를 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팔아요!

난 하슈!

세상에서 가장 느린 하슈!

그런데

느림의 미학을 사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어요.

여러분!

이 편한 세상!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팝니다.

느림의 미학!

하나에 오천 원!

또리가 파는 햇살 한 스푼과 가격이 같아요.

여러분!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사세요!"

하하는 들판 한가운데서 크게 외쳤다.


"아니!

하슈가 뭘 판다고?

뭐!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것!

웃기는 녀석.

하슈 주제에 고슈들이나 생각하는 걸 팔다니!"

사마귀는 하하가 외치는 소리가 맘에 들지 않았다.


"히히히!

이봐 하슈.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뭘 판다는 거야?"

하고 사마귀가 다가와 물었다.


"이 편한 세상!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

나는

느림의 미학을 파는 거야!"

하고 하하가 대답하며 사마귀에게 다가갔다.


"히히히!

하슈 주제에 뭐 느림의 미학을 팔아.

누가

그런 걸 살까?

그리고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

그런 게

세상에 존재하는 건 맞아?

하고 사마귀가 물었다.


"이 편한 세상!

가장 필요한 것은 딱 두 가지야.

넌 고슈니까 알지?

하고 하하가 사마귀에게 물었다.


"이 편한 세상!

가장 필요한 것이 딱 두 가지라고?

뭐!

그렇다면 하나는 돈!

또 하나는

나처럼 고슈가 되는 거지.

히히히!"

하고 사마귀가 대답했다.


"넌!

고슈 맞지?"

하고 하하가 물었다.


"히히히!

넌 하슈!

난 고슈 맞지."

하고 사마귀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는 할 말을 잃었다.

사마귀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한 참 바라봤다.



들판 친구들은 하하를 지켜봤다.

바구니에 가득 담긴 느림의 미학 상품을 구경하며 망설였다.


"이 편한 세상!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딱 두 가지랍니다.

하나는

들쥐 <또리>가 파는 햇살!

또 하나는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

여러분!

찰나의 순간을 보고 싶지 않으세요?

여기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 팔아요."

하하는 더 크게 외쳤다.


"히히히!

뭐라고 하는 거야.

이 편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뭐라고 하는 거야!

뭐!

하나는 돈이 아니고 햇살이란 말이야.

또 하나는

뭐든 잘하는 고슈가 아니고 느림의 미학이라고!

웃기는 녀석!

그러니까

넌 하슈! 난 고슈!"

사마귀가 하하 이야기를 듣고 웃으며 말했다.


"이봐!

햇살은 몰라도 느림의 미학은 아닐 거야."

하고 사마귀가 말했다.


"그건!

사마귀 같은 고슈들이 생각하는 거야.

나는 하슈니까

이 편한 세상!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말하는 거야.

여러분!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다는 건 아주 행복한 일입니다.

그리고

느림의 미학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햇살 한 스푼에 오천 원!

느림의 미학 하나에 오천 원!

빨리 사세요.

몇 개 남지 않았어요.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 상품이 몇 개 남지 않았어요."

하하는 사마귀가 귀찮게 해도 상관없었다.


"이봐!

고슈가 말하는 걸 들어야지.

하슈가 말하는 걸 들으면 너희들은 하슈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해!"

하고 사마귀가 들판 친구들을 향해 외쳤다.


이 편한 세상!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었다.

또리가 파는 햇살도

하하가 파는 느림의 미학도 중요하지 않았다.


"히히히!

넌 하슈! 난 고슈!

햇살 없어도 살고 느림의 미학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마귀.

이 편한 세상!

사마귀처럼 고슈가 되어 살아가면 되는 거야."

사마귀가 매화나무에 올라 노래 불렀다.


"조심해!"

하하가 매화나무를 향해 외쳤다.

딱따구리 한 마리가 매화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뭘 조심하라는 거야!"

하고 사마귀가 말하는 찰나의 순간 딱따구리는 사마귀를 낚아챘다.


"히히히!

난 하슈! 넌 고슈!

그러니까

모두 나처럼 살아야 고슈가 되는 거야."

하하는 조금 전에 사마귀가 한 말이 생각났다.


이 편한 세상!

느린 달팽이를 흉보고 하슈라 놀리던 그 잘난 고슈!

사마귀는 딱따구리 밥이 되었다.


"이 편한 세상!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 팔아요."

하하는 들판을 향해 외쳤다.


"이봐!

느림의 미한 하나 줘."


"나도!

느림의 미학 하나 줘."


하하는

들판 친구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모두 팔았다.

들판 친구들은 찰나의 순간을 보고 싶었다.


이 편한 세상!

꼭 필요한 햇살과 느림의 미학만 있으면 되었다.


"난 하슈! 넌 고슈!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 팔아요."

하하는 다음 날도 들판을 돌며 느림의 미학을 팔았다.


그 잘난

사마귀가 말한 돈도 필요없었다.

고슈가 될 필요도 없었다.

하하는 하슈로 살아도 행복했다.



"난 하슈! 넌 고슈!

난 하슈! 넌 넌 고슈!"

하하는 들판에서 노래 부르며 춤췄다.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은 햇살만큼 잘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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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나오미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