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소녀의 기도!
유혹에 빠진 동화 123
소녀의 기도!
아이가
아이를 돌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 아영은 엄마 아빠 대신 어린 남동생을 돌봤다.
엄마 아빠가 맞벌이 부부라 동생을 돌봐야 했다.
오전에는
이웃집 아주머니가 동생을 돌봐주었다.
하지만
아영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에 데려와 돌봐야 했다
아홉 살 차이 나는 남동생을 돌보는 아영은 힘들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늦게 돌아오고 싶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아영은 친구들이 놀자는 유혹을 뿌리치고 언제나 집으로 향했다.
아영은 힘이 없었다.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놀고 가자고 했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영도 놀고 싶었다.
아니
놀아야할 소녀였다.
"아영아!
오늘만 놀고 가.
한 사람이 부족하단 말이야!"
친구 지영이 아영을 붙잡고 말했다.
"안 돼!
동생이 혼자 있단 말이야.
나도
너희들이랑 놀고 싶지만 어쩔 수 없어.
미안!"
하고 말한 아영은 친구들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치사해!
넌 앞으로 친구가 없을 거야.
남동생 하고만 놀다 보면 널 친구들이 모두 싫어할 거야!"
하고 아영이 뒤통수를 향해 선희가 말했다.
"미안해!
나도 놀고 싶어.
너희들은 집에 엄마가 있잖아!
우린 가난해서 엄마 아빠가 회사에 다닌단 말이야.
그래서
동생 돌봐야 해서 집에 가야 해!"
아영이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아영도 놀고 싶었다.
친구들과 고무줄놀이도 하고 공기놀이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매일 학교에서 돌아올 누나를 기다리는 동생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
오늘은 코스모스가 예쁘지 않다."
아영은 집으로 가는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보고도 아는 척하지 않았다.
"아영아!
오늘은 꽃향기 맡지 않을 거야?"
하고 가장 키가 크고 할짝 핀 코스모스 꽃이 아영에게 물었다.
"응!
오늘은 미안.
예쁜 꽃이 눈에 보이지 않아!
미안해."
아영은 가슴이 아려왔다.
"아영아!
코스모스 꽃 한 다발 꺾어 가.
동생 같다 줘!
하고 코스모스 꽃이 말했다.
"정말!
코스모스 꽃 한 다발 꺾어도 괜찮아?"
하고 아영이 물었다.
"그럼!
코스모스 꽃씨를 뿌린 게 바로 너잖아."
하고 코스모스가 말했다.
아영은 봄이 되면 길가에 코스모스 꽃씨를 뿌렸다.
그리고
비가 오면 코스모스 꽃이 잘 자라는지 지켜봤다.
학교 갈 때나 집에 돌아올 때 코스모스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꽃이 활짝 핀 가을에는
길가 코스모스 꽃밭에 들어가 수다를 떨다 집에 늦게 간 적도 있었다.
"요즘!
꿀벌이 보이지 않아."
아영이 코스모스 꽃을 꺾으며 말했다.
"맞아!
꿀벌과 나비가 날아오지 않아.
도시가 건설되고 환경이 파괴되는 이유겠지!
앞으로
도시에서 꽃 피는 걸 기대하기 어려울 거야.
그리고
꿀벌과 나비는 더 보기 힘들 거야!"
하고 코스모스 꽃도 꿀벌과 나비 친구가 오지 않자 외롭고 쓸쓸했다.
아영은
코스모스 꽃다발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아영은 집 앞 구멍가게에서 바나나 우유를 하나 샀다.
자기가 먹을 것도 아니고 동생 줄 바나나 우유였다.
아영은 바나나 우유(빙그레) 회사 것만 마셨다.
좋아하는 것을 먹지 않고 참는 것은 고통이었다.
하지만
아영은 잘 참았다.
"지훈아!"
아영이 현관문을 열고 동생 이름을 불렀다.
"누나!
누나! 나나(누나)! 누나!"
지훈은 누나를 보자 기쁜 나머지 누나를 가끔 나나라 불렀다.
"잘 있었어!
뭐하고 지냈어?"
하고 아영이 묻자
"게임!
딱지치기하고 놀았어."
"혼자서!"
"응!
나는 혼자서 잘 놀아.
내가 두 사람이 될 때도 있고 또 세 사람이 될 때도 있어.
그렇게 놀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가!
가끔
아주머니가 같이 놀아줄 때도 있어."
하고 지훈이 대답했다.
"와우!
아주 즐겁게 놀았구나.
배고프지?"
"응!
배고파."
"지훈아!
일단 바나나 우유 먹고 있어.
누나가 금방 밥 해 줄게!"
"응!
누나 고마워."
지훈은 바나나 우유를 들고 누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아영은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부엌에 가 쌀을 씻고 전기밥솥에 물을 부었다.
적당히
물을 채우고 전기밥솥 뚜껑을 닫고 스위치를눌렀다.
"지훈아!
밥 하는 동안 글자 공부할까?"
"응!
어제 배운 이름 쓸 줄 알아."
"정말!
잊어버리지 않았어?"
'응!
누나 이름도 아빠 이름도 엄마 이름도 다 쓸 수 있어."
"정말!
우리 지훈이 천재 같은데."
"응!
난 천재가 될 거야."
지훈이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방에 가서 공책 가지고 와!
색연필도 가지고 와!"
"알았어!"
지훈은 방으로 들어가 글자 공부하는 공책과 연필이랑 색연필을 들고 나왔다.
"지훈아!
오늘은 사람들이 인사하는 걸 배우는 공부할 거야."
"알았어!
누나 이름 써 볼까?"
하고 지훈이 물었다.
"응!
써봐.
얼마나 잘 쓰는가 볼까!"
아영은 동생 옆에 앉아 글 쓰는 동생 모습을 지켜봤다.
"와!
아주 잘 쓰는구나.
이제
이름 공부는 안 해도 되겠다."
아영은 동생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지훈은
글자를 가르쳐주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썼다.
아영이 보다 동생이 끈기가 더 있는 것 같았다.
가끔
아영은 동생에게 글자 공부시키며 속이 터졌다.
만두 속만 터지는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 다니는 아영도 속이 터졌다.
동생 글자 공부 때문에 속 터진다는 말을 친구들에게 했지만 돌아오는 건 더 속 터지는 말이었다.
아영은
동생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엄마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올 시간은 아직도 멀었다.
사실
아영은 착한 소녀는 아니었다.
그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할 수밖에 없는 나이인 소녀였을 뿐이다.
동생을 때리고 싶고
또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소녀였다.
아영과 지훈은 엄마 아빠가 오기 전에 잠들었다.
아영은 이불속에 있으면서도 밖에 소리를 듣고 있었다.
엄마 아빠를 기다리다 잠이 들곤 했다.
지훈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궁시렁거리며 이불을 차고 잤다.
보름달이
아영과 지훈이 자는 방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었다.
"잘 자라!
동생 돌보는 소녀야.
너무 힘들지!
하지만
어른이 되면 이 순간이 얼마나 고마운 지 알 거야."
보름달은 아영이 볼을 비추며 기도하듯 말했다.
아영은
겨울 바다를 좋아했다.
바다에 가면 간절한 기도를 하고 올 때가 있었다.
바다와 파도를 보며 이야기하고 돌아올 때도 있었다.
일요일이면
해운대 바닷가에 자주 갔다.
엄마 아빠랑도 아니고 소녀 혼자 갔다.
아영은 발레리나가 되는 게 꿈이었다.
가끔
꿈이 바뀌기도 했다.
성악가도 되고 싶었다.
피아니스트도 되고 싶었다.
아영은
바다를 바라보며 말하곤 했다.
"바다야!
나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파도야!
부탁이 있어.
내 꿈은 절대로 부수지 말아 줘!
제발!
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 줘!"
아영은 큰 소리로 외쳤다.
속이 후련했다.
기도는 조용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해야 하는데 아영은 크게 외쳤다.
친구들과 놀지 못한 아영은 가슴이 아팠다.
가끔
가슴이 아려오는 걸 느꼈다.
하지만
바다에 나오면 속이 시원했다.
기분도 좋아지고 힘이 생겼다.
그래서
더 크게 외쳤다.
"아영아!
꿈은 이뤄질 거야.
걱정하지 마!
넌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아주 착한 소녀라는 걸 다 알아!"
어디선가
아니 바다에 사는 유령이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난 꼭 꿈을 이룰 거야.
그리고
꿈은 영원히 미완성이라는 것도 알아.
내가 죽는 순간까지
꿈은 진행형이라는 것도 알아.
바다야! 파도야!
내가 중학생이 되고 또 대학생이 되면 이곳에 와서 말해줄게!
내 꿈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아니
내 꿈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꼭 말해줄게.
바다야! 파도야!
안녕!"
아영은 해운대 바닷가에 앉아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있다 집으로 돌아갔다.
아영은 학교 가는 게 즐거웠다.
집에서는 힘들지만 학교 가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아영아!
오늘도 같이 못 놀아?"
하고 지영이가 물었다.
"아니!
오늘은 놀 수 있어."
하고 아영이 대답하자
"정말!
오늘은 동생 돌보지 않아?"
하고 선희가 물었다.
"응!
어제 엄마랑 서울 갔어.
이모네 집에 가서 오늘은 집에 늦게 가도 괜찮아."
하고 아영이 대답하자
"좋아!
오늘은 밤새도록 놀자."
하고 지영이 말하자
"나도 콜!
나도 나도!"
선희도 밤새도록 놀고 싶었다.
오랜만에
아영은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았다.
"노는 게 이런 맛이군!"
아영도 친구들과 놀아서 즐거웠다.
"내일!
내일도 놀 수 있지?"
하고 지영이 헤어지며 물었다.
"당근!
엄마랑 동생 모레 오니까 놀 수 있어."
"그럼!
내일은 밤새도록 놀자."
"좋아!
밤새도록 놀자."
아영도 밤새 놀고 싶었다.
친구들과 헤어진 아영은 집으로 향했다.
멀리
보이는 코스모스가 아영을 보고 살랑살랑 춤추며 손을 흔들었다.
"아영아!
오늘은 무슨 일 있어.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는데?"
하고 길가 코스모스 꽃이 아영을 보고 물었다.
"응!
오늘은 동생 돌보지 않아서 친구들과 놀고 왔어.
하고 아영이 코스모스 꽃 앞에 앉으며 말했다.
"역시!
사람들은 노는 걸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
하고 코스모스가 말하자
"너랑 같이 놀아 줄 게!"
하고 아영이 말하자
"어떻게!
코스모스 꽃이랑 놀 건데?"
하고 코스모스 꽃이 물었다.
"히히히!
내가 치마로 바람을 일으키면 되잖아!
바람에 너희들은 살랑살랑 춤추면 되는 거야.
어때!
좋지?"
하고 아영이 말하자
"좋아!
살랑살랑!
탱고를 출까!
아니면
부르스를 출까!"
하고 코스모스 꽃이 웃으며 말했다.
"히히히!
난 탱고를 좋아해.
그러니까
아주!
아주 느끼하게 탱고를 추는 거야.
중요한 건 말이야!
느리게 리듬에 맞춰 탱고를!"
하고 아영이 또 말하자
"좋아!
박자에 맞춰 살랑살랑 탱고를!"
하고 말한 코스모스 꽃들이 탱고를 췄다.
아영과 코스모스 꽃들은
해가 서산에 기웃거리는 것도 모르고 놀았다.
"이제!
집에 가야 해."
어둠이 찾아온 걸 깨달은 아영은 코스모스 꽃에게 인사했다.
"고마워!
내일은 부르스 어때?"
"좋아!
난 그런데 탱고가 좋아!"
아영은 룰루랄라 춤추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아영은 행복했다.
마루에 가방을 던지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슈퍼에 가 바나나 우유를 하나 샀다.
마루에 앉아
빨대를 꽂고 바나나 우유를 먹었다.
"캬!
이 맛이야."
아영은 그동안 바나나 우유를 사면 동생만 줬다.
하지만
동생이 없는 날은 아영도 바나나 우유를 먹을 수 있었다.
바나나 우유를 다 먹고 현관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왜 이제 오는 거야!
동생 없다고 밥도 안 해놓고 뭐 하는 거야?"
하고 방문을 여는 딸을 보고 아빠가 부엌에서 밥하며 말했다.
"죄송해요!"
아영은 머릿속에 가득한 행복이 뚝 끊어지는 것 같았다.
순간
머릿속이 노랗게 변하는 것 같았다.
"밥 해놨어!
어서 와 밥 먹어."
하고 아빠가 웃으며 말하자
"아빠!
고마워요."
하고 아영이 말하며 아빠를 꼭 껴안았다.
아영은
아빠가 해준 밥을 먹었다.
신나게 놀고
아빠가 해준 밥을 먹은 아영은 너무 행복했다.
그날 밤
보름달은 유난히 밝았다.
아영은 일기장을 꺼냈다.
가슴에 가득한 행복을 하나하나 꺼내 일기장에 기록했다.
일기장도 오랜만에 아영이 행복해하는 걸 보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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