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서 살아남은 사냥꾼!
유혹에 빠진 동화 128
정글에서 살아남은 사냥꾼!
<샤크>는 지혜로운 고양이었다.
가족 중에서 서열 막내였던 샤크는 나를 밀쳐내는 데 성공했다.
가끔
혼자 식탁에 밥상을 차리면 식탁 위에 올라가 반찬을 음미했다.
계란찜이나 생선은 내가 뒤돌아 서는 순간 이미 한 입 먹은 상태였다.
"샤크!
식탁 위에는 올라오면 안 돼.
고양이와 사람과의 관계에서 고유의 영역이란 말이야.
한 번만 더
식탁에 올라올 경우 간식은 없다.
알았지!"
나는 샤크가 알아들을 만큼 눈을 마주 보며 강조하며 말했다.
"이봐!
내가 훨씬 서열이 높은 걸 몰라.
난
이 집에서 서열 2위야!
앞으로 식탁에 밥상을 차리기 전에 내가 먹어야 할 음식부터 준비해 줘야 맞지!"
샤크는 나를 무시했다.
아니
샤크가 나를 무시하기에는 너무 서열이 낮았다.
나는
아내, 샤크, 딸 다음 차례였다.
샤크는 자신의 위치가 얼마나 높은 지 아는 것 같았다.
"샤크!
라면은 안 먹지?
또
매운 참치 캔도 안 먹지?
이건 말이야!
불족발이야.
한 번 먹어 볼 거야?
아주 매운 족발인데 고기니까 먹어 봐!"
배달 온 불족발을 열며 샤크에게 물었다.
"이봐!
다음부터 순한 족발을 시켜.
불족발은 시키지 마!
한 번만 더
불족발을 시킬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봐!"
샤크는 불족발 냄새를 맡더니 뒤로 물러나며 한 마디 했다.
"히히히!
나는 불족발을 좋아해.
또
앞으로도 영원히 불족발과 불닭발을 먹을 거야.
그러니까
내게 순한 닭발이나 순한 족발을 시키라고 말하지 마."
나는 단호히 말했다.
다음날도
샤크가 보란 듯이 불닭발을 시켜 맥주를 마셨다.
샤크는 매운 걸 싫어했다.
불닭발 냄새에 눈물 흘리며 소파 밑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샤크는 소파에서 나와 베란다로 향했다.
창문이 열린 곳에 앉아 먼 산을 쳐다봤다.
"불맛이 제대로야!
불닭발이나 불족발은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
나는 나는 불족발을 좋아해.
나는 나는 불닭발을 좋아해."
닭발에 마시는 맥주는 달콤했다.
샤크가 기웃거리지 않아서 더 달콤한 시간이었다.
"역시!
불닭발이 최고야.
아니
불족발이 최고야."
아주 맛있게 닭발을 들고 뜯었다.
샤크가 베란다에서 걸어왔다.
천천히 걸어온 샤크는 식탁 위로 올라왔다.
"왜!
불닭발이 먹고 싶어.
도저히
참을 수 없지!
닭발 하나 줄까?"
샤크에게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샤크와 눈이 마주쳤지만 닭발 먹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닭발을 하나 먹고 또 하나 고르는 순간 샤크는 앞에 둔 맥주잔을 살짝 밀쳤다.
"오 마이 갓!
이 녀석이 맥주잔을 밀치다니.
맥주잔이 깨졌잖아!"
나는 샤크에게 한 방 얻어맞았다.
제대로
심장을 파고드는 펀치였다.
샤크의 복수였다.
서열 꼴찌가 받아야 할 수모였다.
"샤크!"
눈을 크게 뜨고 노려봤지만 샤크는 식탁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
"샤크!
넌 일주일 동안 간식 없어.
절대로
안 줄 거야."
나는 소파 밑을 향해 큰소리쳤다.
"웃기는 녀석!
아니
무서운 녀석!
맥주잔을 밀치다니 치사하게!"
깨진 맥주잔을 치웠다.
그 맛있는 불닭발 맛은 사라졌다.
나는 짜증이 났다.
가족 중에 서열 꼴찌의 서러움!
그 이유가 나를 짜증 나게 했다.
언제부턴가
집에서 샤크는 대단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내가 밥을 먹을 때면 옆에 앉아 먹는 것마다 고개를 밀치고 달라고 한다.
아내는 밥 먹기 전에 그 맛있는 육회를 접시에 담아 샤크에게 줬다.
그 뒤로
샤크는 사료를 잘 먹지 않았다.
소고기나 생선을 발라주는 맛에 길들여지고 있었다.
"샤크!
넌 오늘부터 간식 먹을 생각 마."
나는 깨진 맥주잔을 치우고 다시 식탁 위에 남은 불닭발을 하나 들었다.
시간이 지나 선지 눅눅해진 것 같았다.
샤크는 제왕이 되었다.
가장 높은 서열의 아내마저 밀쳐내고 서열 일 위 자리를 차지했다.
아내는 슈퍼에 가면 육회부터 샀다.
가족이 먹을 것이 아니라 샤크에게 줄 고기였다.
싱싱한 육회는 샤크 몫이었다.
남편도 딸도 아니었다.
아내가 먹을 것도 아니었다.
우리 집
제일 높은 서열에 오른 샤크를 위한 고기였다.
"당신!
육회 사 왔으면 오늘 육회 비빔밥 해 먹을까?"
하고 묻자
"육회!
그건 샤크 먹을 거예요.
당신은
그냥 된장찌개에 밥 먹으세요."
아내의 대답에 가슴이 먹먹했다.
"그렇지!
육회 비빔밥을 할 것이 아니었지.
샤크가 먹을 고기였지!"
나는 서운했다.
아주 많이 서운했다.
"나도 육회가 먹고 싶었다.
싱싱한 육회 비빔밥을 해 먹고 싶었다.
밖에 나가면
꼬막 비빔밥을 제일 많이 사 먹는 나는
가끔
육회 비빔밥을 사 먹기도 했다.
아내의 대답을 들은 후
저녁 먹을 생각이 사라졌다.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켰다.
"싱싱한 육회!
그 달콤한 초장을 넣어 비비는 육회 비빔밥!
그걸 먹지 못하다니."
나는 먹먹한 가슴을 안고 헤매고 있었다.
참기름 향기가 심장 깊숙이 들어와 오감을 자극했다.
샤크는
책상 밑에 와 꼬리를 비비며 저녁 먹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나는 샤크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봐!
오늘 저녁은 꽃게 매운탕이야.
제일
좋아하잖아.
빨리 가서 먹어!"
샤크는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게 알렸다.
하지만
육회 비빔밥을 먹지 못한 나는 샤크보다 더 옹졸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말 못 하는 샤크를 이기려고 하다니 어리석은 인간이었다.
"샤크!
오늘 저녁은 패스.
가서
엄마에게 말해!"
하고 샤크에게 말했다.
샤크는 방을 나갔다.
아내는 옆 의자에 샤크를 앉혀놓고 꽃게 매운탕을 맛있게 먹었다.
꽃게 다리를 쪽쪽 빠는 소리가 안방까지 들렸다.
"더!
더 주세요.
꽃게 살이 육회보다 더 달콤하고 맛있어요."
샤크는 처음 먹는 꽃게 살이 달콤하고 맛있었다.
"샤크!
육회보다 더 맛있어?"
아내가 묻는 소리가 들렸다.
"네!
꽃게 살이 더 달콤해요.
다음에는
바닷가재도 사 오고 킹크랩도 사 오세요."
하고 샤크가 말했다.
"샤크!
바닷가재랑 킹크랩은 너무 비싸.
그러니까
앞으로 사료만 먹었으면 좋겠어!"
하고 아내가 말했다.
"그건 아니죠!
세상에서 제일 달콤하고 맛있는 것은 다 사와 내게 받쳐야죠.
내가 이 집의 제왕이잖아요."
하고 샤크가 크게 말했다.
"호호호!
누가 이 집의 제왕이라고 했어.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하고 아내가 샤크에게 말하자
"접니다!
제가 제왕 자리를 차지하기로 했어요.
모두 바쁘니까
제가 이 집의 제왕이 되는 게 맞아요.
그러니까
육회와 바닷가재 사 오는 것 잊지 마세요."
하고 샤크는 아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샤크!
무섭다.
넌
그냥 고양이야.
우리 집에서 제왕이 될 자격이 없어.
넌
고양이로 그냥 살아.
그게 훨씬 편하고 좋을 거야!
알았지."
아내는 샤크에게 충고하듯 말했다.
하지만
샤크는 제왕다운 표정을 지으며 아내에게 덤비려고 했다.
"샤크!
당장 의자에서 내려 가."
하고 아내가 말했다.
그런데
샤크는 의자에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샤크는 일어나 식탁 위로 올라갔다.
"이 녀석이!
샤크!
당장 내려오지 못해!"
아내 목소리가 안방까지 크게 들렸다.
"호호호!
샤크가 아내에게 혼나다니
웬일이야!"
나는 멍한 정신을 붙잡고 웃고 있었다.
"내려와!
당장 내려와!"
아내 목소리는 단호했다.
샤크는
화내는 아내 얼굴을 처음 봤다.
식탁에서 뛰어내린 샤크는 소파 밑으로 들어갔다.
"이 녀석이!
버르장머리 없이 어디서 식탁 위에 올라 와.
다시는
육회 사다 주나 봐라!"
아내는 화가 잔뜩 났다.
책상 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저녁상을 다 치운 아내가 방으로 들어와도 샤크는 보이지 않았다.
"샤크!
당신이 혼내니까 삐졌나 봐."
하고 묻자
"저 녀석!
이상해졌어요.
밥 먹는데 식탁 위에 올라가잖아요.
버르장머리 없이!"
아내는 아직도 화난 기분이었다.
"내가 먹을 때
식탁 위 올라오는 것은 기본이야.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그릇에 코를 박고 먹는다니까!"
하고 말하자
"당신이 혼내야지!
그걸
그냥 두었어요."
아내는 갑자기 내게 한 방 날렸다.
"샤크!
그 녀석은 내 말을 듣지 않아.
당신과 같이 앉아
밥 먹은 후부터 날 우습게 생각한다니까!"
하고 나는 그동안 샤크에게 당한 서러움을 아내에게 말했다.
"아이고!
잘했어요.
고양이에게 지고 사는 양반!
동화 속에서는
고양이를 죽이고 살리고 하더니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한테는 한없이 너그럽군요!"
아내는 나를 비웃듯 말했다.
"그래!
그 녀석도 날 비웃더라고!"
하고 나는 가슴에 묻어둔 서러움을 조금씩 아내에게 보여줬다.
"내일은
육회 사 와서 육회 비빔밥 해줄게요."
하고 아내가 말했다.
"샤크는!"
하고 내가 말하자
"저 녀석!
앞으로 사료만 먹게 할 거예요."
하고 아내가 말했다.
"와!
얼마 만에 먹을 육회 비빔밥인가."
나는 내일이 기다려졌다.
다음 날
아내는 육회를 듬뿍 사 왔다.
오랜만에
달콤한 육회 비빔밥을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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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나오미 G / 영광군 송이도 소사나무군락지 왕소사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