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유혹에 빠진 동화
도시가 물들다!
유혹에 빠진 동화 150
by
동화작가 김동석
Nov 14. 2022
아래로
도시가 물들다!
가을은
도시 거리를 채색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차마
채색한 거리를 걸을 수 없었다.
이곳을 지나야
내가 가야 할 목적지가 있는데 어찌할까!
"가세요!
또 칠하면 되니까 빨리 가세요."
하고 도시를 채색하는 은행잎이 말했다.
"정말!
밟고 가도 괜찮겠지."
하고 말한 나는 머뭇거렸다.
"히히히!
넘어지지나 마세요.
가끔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분들이 있어요."
하고 노란 은행잎이 말했다.
"고마워!
가을이 좀 더 머물다 가면 좋겠다.
앙상한 가지만 남으면 도시가 슬퍼할 것 같아!"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은행잎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때 바람이 불어와 수북이 쌓여있던 은행잎을 실어 갔다.
"어떡해!
바람이 다 가져가다니."
아쉬운 한숨을 쉬는 데 바람은 남은 은행잎까지 몽땅 가져갔다.
"바람은 욕심이 많군!
그렇지?"
나는 은행잎에게 물었다.
"욕심!
부질없는 욕심은 사람이나 바람이나 똑같이 많아요."
하고 은행잎이 말했다.
"그렇지!
바람이야 실어 나르기만 할 뿐 더 이상 욕심은 부리지 않잖아.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만 생각하고 집에 가져다 차곡차곡 쌓아두지!
한심하지?"
나는 은행잎에게 물었다.
"한심하긴요!
각자 욕망의 그릇을 채워야 하니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하고 은행잎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인간의 욕망이란 신기하지.
그걸 꼭 채우려고만 하니 말이야.
그 그릇을 비우고 살면 좋을 텐데!"
나는 은행잎과 대화하며 가슴 깊이 꿈틀거리는 욕망을 한 움큼 쥐었다.
"바람아!
이것도 함께 가져 가.
미안하다."
나는 은행잎을 싣고 달아나는 바람을 붙잡았다.
그리고
가슴에서 꺼낸 욕망 덩어리를 던져주었다.
"감사합니다!
조금
무겁지만 잘 가져갈게요."
나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오늘은 무얼 드실 건가요?"
몇 발자국 걷는데 뒤에서 은행잎이 물었다.
"된장국!
아니면 청국장."
하고 웃으며 대답한 나는 식당을 향해 걸었다.
다시
바람이 불었다.
이번 바람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눈앞에서 은행잎 한 가마니를 짊어지고 달아났다.
"도시가 물들고 있다.
회색빛 도시가 모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열심히 채색하는 도시 한 가운데 서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은행잎 #도시 #바람 #식당 #여의도 #사람들 #욕망 #욕심 #채색
서울 여의도 거리(2022년 11월 13일)
keyword
동화
유혹
창작동화
71
댓글
4
댓글
4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동화작가 김동석
직업
출간작가
엄마의 잔소리 약일까? 독일까?
저자
마음은 소년! 어린이와 어른을 위해 아름다운 동화를 쓰겠습니다. eeavision@hanmail.net
구독자
866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유혹하는 웃음소리!
동화를 품은 숲! **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