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를 품은 숲!
가끔
숲을 찾을 때마다 그곳에서 새로운 동화를 만났다.
숲에 들어갈 때는
건강한 몸을 위한 핑계를 댔다.
하지만
숲은 건강보다 더 큰 동화의 세계를 보여줬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
할아버지는 옆에 앉아있는 손자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나무가 숲이잖아요?"
영수는 할아버지가 하는 말에 꼬치꼬치 물었다.
"나무는 하나를 가리키고 숲은 모두를 가리키는 거야!"
"나무가 많으니까 숲이 된 거잖아요?"
"그건 맞아!
그런데 어른이 되면 나무와 숲의 차이를 알 거야.
나무는 부분이고
숲은 전체라고 말할 수도 있으니까!"
할아버지는 아직 나무와 숲의 차이를 모르는 손자에게 더 이상 설명해주지 않았다.
"할아버지!
부분과 전체는 어떻게 다른 거예요?"
하고 영수는 궁금한 것을 또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예를 들어!
부분은 여자와 남자, 할아버지와 할머니, 엄마와 아빠, 형과 동생, 이런 것들이야!
그리고
전체는 여자와 남자를 모두 사람 또는 인간이라고 부르는 데 그것을 전체라고 한단다!"
"할아버지!
그럼 사람은 모두를 가리키는 말이고 전체라는 말이죠?"
"그렇지!"
"그러니까!
숲은 전체이고 모두라는 뜻이죠?"
"그래! 그래!"
할아버지는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이제 일곱 살인 손자와 하는 이야기가 좀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아주 작은 희망이 보였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
영수는 할아버지가 한 이야기를 평상에 앉아 다시 생각했다.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를 이야기 같았지만 생각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무가 한 그루도 없어도 숲일까!"
영수는 나무가 한 그루도 없는 숲을 생각했다.
"아빠!
숲에 나무가 없어도 숲이라고 할까요?"
영수는 과수원에서 사과나무를 손질하는 아빠를 찾아가 물었다.
"글쎄!
사과나무에 사과가 열리지 않으면 사과나무가 아닐까?"
아빠는 곰곰이 생각하다 아들에게 물었다.
"사과밭에 있으니까 사과나무지!"
영수는 당연한 걸 묻는 아빠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숲에 나무가 없어도 숲은 숲이지!
나무가 어떤 나무인가에 따라 숲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벌거숭이 산이라고 하는 말도 있잖아!"
아빠는 아들에게 최선을 다해 나무와 숲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아빠!
사과가 열리지 않으면 베어버리는 게 좋아요?
아니면 그냥 두고 언젠가는 사과가 열리겠지 하며 기다리는 게 좋아요?"
"사과가 열리지 않으면 과수원 주인은 아마도 베어버리지 않을까!
아빠는 사과가 열리지 않으면 그 나무를 베어버리고 어린 사과나무를 다시 심을 거야."
"아빠는
어린 사과나무를 심어서 사과를 열리게 하고 싶구나!"
"그렇지!
사과밭에 사과가 열려야 하니까."
아빠는 사과나무 한 그루 한 그루 정성을 다해 가꾸었다.
해마다 더 크고 달콤한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서 사과나무에 주는 거름도 연구했다.
"할아버지!
나무만 보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오늘도 영수는 감나무 밑 평상에 앉아 누워있는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면 넓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
숲에는 다양한 나무가 살고 또 보이지 않는 곳에는 동물들도 숨어서 지내는 곳이잖아.
그러니까 나무만 보면 숲에 무엇이 있고 또 어떤 변화를 꿈꾸는지 알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나무만 보고 숲을 말하면 안 되지!
숲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다 품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할아버지 말을 들을수록 영수는 더 궁금한 게 생겼다.
"할아버지!
나무는 보이지만 숲에 보이지 않는 것은 또 뭐가 있어요?"
"숲의 요정! 또 숲을 지키는 유령!
또 마녀나 악마가 숨어 살기 좋은 곳도 숲이지.
독을 품고 있는 독버섯이나 독사, 독거미, 왕벌, 곰, 호랑이 등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들이 많지.
물론!
고사리, 먹는 버섯, 밤, 감, 무화과, 모과, 대추, 산짐승 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식량으로 쓸 수 있는 것들도 많지.
또 골짜기를 흐르는 물은 더위를 식혀주고 농사짓는 농부들에게는 소중한 것들이지!"
할아버지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할아버지!
나무를 보는 것도 중요하죠?"
"당연하지!
나무를 볼 수 있어야 숲도 볼 수 있는 거야."
할아버지는 손주가 끈질기게 묻는 질문에 피곤했지만 기분 좋았다.
"할아버지!'
앞으로는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사람이 될 게요.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도 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보는 연습도 할게요!"
"그래야지!
사람은 머리를 써서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
그냥!
적당히 살면 동물이나 마찬가지야."
"네!"
영수는 대답하고 평상을 내려왔다.
그리고
뒷마당으로 통해 뒷산으로 올라갔다.
그림 나오미 G
"나무야!
넌 이 숲이 좋아?"
영수는 어린 도토리나무에게 물었다.
"좋아요!
이 숲은 아직 오염되지 않아서 좋아요."
"그렇구나!
또 이 숲이 좋은 게 뭐야?"
"이 숲은
큰 나무들이 햇살을 욕심부리지 않아서 좋아요!
어린 나무들도
하루 종일 햇살을 받고 잘 자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나무는 햇살이 없으면 살 수 없어?"
"당연하죠!
햇살이 나무에게는 아주 소중한 에너지죠.
햇살을 먹고 자라야 큰 나무가 되고 또 숲을 이룰 수 있어요!"
"그렇구나!
그런데 넌 언제쯤 큰 나무가 될 수 있어?"
"저는 아직 멀었어요!
해마다 나이테가 하나씩 늘어나지만 어른 나무가 되어 도토리를 많이 열리려면 아직 멀었어요."
어린 도토리나무는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다.
"이 숲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영수는 숨겨진 숲의 비밀을 알고 싶었다.
"이 숲의 비밀!
저기 바위 뒤에 가면 반달곰이 살아요.
새끼를 세 마리 낳았어요!"
"정말!
새끼를 세 마리 낳았다고?"
"네!
그런데 지금 그곳에 가면 엄마곰에게 물려 죽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
새끼를 지켜야 하니까 엄마곰이 무섭겠다."
"저기 왕소나무 뒤에는
산토끼 세 마리가 살고 있어요!
엄마 토끼는
사냥꾼이 총으로 쏴 죽였지만
새끼 토끼들은 지금 잘 자라고 있어요."
"어린 토끼라고?"
"네!"
"엄마 토끼가 죽었다고?"
"네!
한 달 전에 사냥꾼 총에 맞아 죽었어요.
사냥꾼이
죽은 엄마 토끼를 가져갔어요."
"그랬구나!"
영수는 갑자기 슬퍼졌다.
"숲에는
많은 비밀이 있지만 다 알려줄 수 없어요!"
도토리나무는 할 이야기가 많았다.
"그만! 그만!
알려주지 않아도 좋아!"
영수는 더 많은 숲의 비밀을 알게 되면 가슴이 아플 것 같았다.
"이제 가야겠다!
고마워!"
영수는 어린 도토리나무에게 인사하고 뒷산을 내려왔다.
영수는
장독대 앞에 서있는 엄마를 봤다.
"엄마!
뒷산에 새끼 토끼 세 마리가 살고 있는 데 엄마 토끼가 죽었데!"
"누가 그래?"
"어린 도토리나무가!"
하고 영수가 말하자
"나무가 말을 한다고?"
엄마가 물었다
"네!"
하고 대답하자
"영수야!
이게 몇 개지?"
엄마는 손가락 세 개를 펼치고 아들에게 물었다.
"세 개!"
"이거는 뭐지?"
엄마는 감자를 자르던 칼을 보이며 물었다.
"칼!
아니 식칼."
영수는 정신이 멀쩡했다.
"나무가 말을 한다고?"
다시 엄마가 묻자
"네!
어린 도토리나무가 말을 했어요.
그리고
뒷산에 숨겨진 비밀 몇 가지를 말해주었어요."
하고 영수가 말했다
"그걸!
엄마가 믿을 것 같아?"
"엄마!
제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요?"
"그럼!
그게 거짓말이지!
세상에 나무가 말을 한다는 걸 믿으라고?"
엄마는 아들이 하는 말을 하나도 믿지 않았다.
영수는
더 이상 엄마에게 숲의 비밀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
뒷산 큰 바위 뒤에 반달곰이 새끼 세 마리를 낳았어요."
"그래!
어떻게 알았어?"
하고 할아버지가 묻자
"뒷산에 있는
어린 도토리나무가 알려주었어요."
"그랬구나!
나무가 말을 한다는 게 참말이었구나."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나무가 말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할아버지 어떻게 알았어요?"
"증조할머니가 나무들과 이야기를 했어!
그런데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어!"
"증조할머니가!
그럼
그 할머니도 어린 도토리나무와 이야기했을까요?"
"아니지!
아마도 엄마 도토리나무와 이야기했을 거야."
영수가 본 어린 도토리나무 엄마는 아주 먼 곳에 우뚝 서 있었다.
"할아버지!
어린 도토리나무 근처에는 엄마 도토리나무가 없었어요."
"당연하지!
엄마 도토리나무에서 아주 멀리 날아온 어린 도토리나무일 거야."
"왜!
도토리나무가 멀리 날아가야 해요?"
영수는 엄마 도토리나무를 떠나 멀리 온 어린 도토리나무가 불쌍했다.
"엄마 도토리나무 밑으로 떨어지면 싹이 나기도 전에 멧돼지와 다람쥐들이 와서 다 먹어버린단다.
또 사람들이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기 위해서 모두 주워가니까 엄마 도토리나무는 어린 도토리열매에게 아주 멀리 날아가라고 했을 거야!"
"그렇군요!
새싹이 나려면 동물들에게 먹히면 안 되니까."
"그렇지!"
할아버지는 손주가 이해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할아버지!
새끼 곰들은 잘 자랄까요?"
영수는 산토끼들이 잘 자라듯 새끼곰들도 잘 자랐으면 했다.
"엄마 곰이 잘 키울 거야!
하지만
사냥꾼들이 곰을 찾아낼지도 모르지."
할아버지는 요즘 숲에 가끔 나타나는 사냥꾼이 걱정되었다.
"할아버지!
사냥꾼들을 숲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되잖아요?"
"그건!
농부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힘들게 농사지은 걸 훔쳐먹으니까 안 될 거야."
할아버지도 밭에 심은 감자를 멧돼지들에게 모두 빼앗겼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총이 없어 감자를 훔쳐먹는 멧돼지를 총으로 쏴 죽이지 못했다.
영광 송이도 왕소사나무 군락지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
부분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고
또
전체에서 일어나는 부분을 볼 수 있어야 해!"
영수는 할아버지가 해준 이야기를 가슴에 새겼다.
"나무와 숲!
부분과 전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숲에 숨은 비밀과 전설!
하나씩 찾아야지."
영수는 마루에 앉아 앞산을 보거나
감나무 밑에 있는 평상에 앉아 뒷산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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