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데가 있어야 해!

유혹에 빠진 동화 144-12 의지할 데가 있어야 해!

by 동화작가 김동석

12. 의지할 데가 있어야 해!





<샘>은 행복했다.

장화를 훔친 고양이가 아니었다.


<샘>은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갯벌에 들어가 칠게들과 노는 게 즐거웠다.

물고기와 친구가 되어 파도를 타고 놀았다.


먼바다에서

가오리 친구도 만났다.

섬에서는 사냥하지 않아도 되었다.

어부들이 주는 고기만 먹어도 배불렀다.

고양이들과 싸우지도 않았다.


<샘>은

더 먼바다로 여행하고 싶었다.

높은 파도를 타고 더 멀리 나가고 싶었다.

<만식>이 아저씨 배를 타고 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샘>은 남의 도움 없이 파도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싶었다.


<샘>은

해안가 고추밭으로 향했다.

<허수아비>를 만나고 싶었다.


"<샘>!

바람 소리를 들어 봐.

오늘 밤에 태풍이 올 것 같아!"

해안가 고추밭에 서 있는 허수<허수아비>였다.


"태풍!

고기잡이 배가 위험하잖아."

하고 <샘>이 말하자


"알아!

벌써 고기잡이 배들에게 방송으로 알렸어.

지금은

등대에서도 태풍 신호를 주고 있을 거야!"

하고 <허수>가 말했다.


"태풍이 오면

큰 파도가 섬을 덮칠 거야.

섬사람들이 위험해.

고양이도 위험하고!"

하고 말한 <샘>은 마을을 향해 달렸다.


<샘>은

동굴에 사는 고양이들이 걱정되었다.

몇 년 전에

태풍으로 <샘>도 엄마와 형제들을 잃었다.


"모두!

동굴에서 나와.

왕소사나무 군락지로 피해야 해.

태풍이 올 거야!

동굴에 있으면 바닷물이 들어와 죽을 수 있어."

<샘>은 마을을 돌며 고양이들을 깨웠다.


고양이들은

동굴이나 마을에서 잠자고 있다 큰 파도가 밀려오면 모두 물에 빠져 죽을 수 있었다.


"<샘>!

어디로 피하라고?"

어린 고양이가 물었다.


"왕소사나무 군락지!

그곳에 가서 나무 위로 올라가."

하고 말한 <샘>은 몽돌해변에 있는 팽나무를 향해 달렸다.

말썽꾸러기 <쌍칼>이 잠자고 있는 곳이다.


"<쌍칼>!

빨리 피해야 해.

태풍이 오고 있어."

하고 <샘>이 말하자


"태풍!

나는 무섭지 않아.

이 팽나무 위에 있으면 걱정 없어."

하고 말한 <쌍칼>은 내려올 생각도 안 했다.


"여긴!

위험하단 말이야.

팽나무보다 더 크고 높은 파도가 덮칠 거야!"

하고 <샘>이 말하며 <쌍칼>에게 팽나무에서 내려오길 애원했다.

하지만

<쌍칼>은 <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바람 소리가 요란했다.

해안가 절벽에 버티고 있던 소나무가 보이질 않았다.


"더 높이 올라 가!

나뭇가지를 꽉 붙잡아."

왕소사나무 위로 올라간 새끼 고양이들을 향해 <샘>이 소리쳤다.


'휘이익! 휘이이익!'

나뭇가지가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은 거세졌다.


몽돌 해안가 가로등이 꺼졌다.

바람에 전등이 날아간 것 같았다.

어두컴컴한 몽돌해변에 도착한 높은 파도가 섬을 덮쳤다.


"<쌍칼>!"

몽돌해변 팽나무에 있는 <쌍칼>이 걱정되었다.

<샘>은 마을로 내려갈까 하다 멈췄다.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았다.


"나뭇가지를 꽉 붙잡아!

떨어지면 죽으니까."

<샘>은 바람보다 더 크게 소리 질렀다.

하지만

어린 고양이들은 <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태풍은

밤새 섬을 집어삼켰다.

천둥번개 소리도 요란했다.

파도가 팽나무에 부딪치는 게 보였다.

송이도 식당 간판이 떨어지는 것도 보였다.


<샘>도

가장 큰 왕소사나무를 붙잡고 태풍을 피했다.

큰 파도가 눈에 보였다.

달려가 큰 파도를 타면 먼바다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파도!

저 파도를 타면 먼바다로 나갈 수 있을 텐데.

어떡하지!"

<샘>은 망설였다.

파도를 타러 가면 어린 고양이들이 위험할 것 같았다.


"어린 고양이가 위험해!

내가 떠나면 다 죽을 수 있어.

생명은 소중한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어린 고양이들을 지켜야 해!"

<샘>은 욕심내지 않았다.

다음에

더 큰 파도를 타고 바다로 나갈 생각이었다.


다음 날 아침!

바람이 멎었다.

<샘>은 몽돌해변 팽나무를 향해 달렸다.


"<쌍칼>!

<쌍칼> 어디 있어."

지난밤에 혼자 팽나무 위에 있던 <쌍칼>을 불렀다.

대답이 없다.


"<쌍칼>!

어디 있어."

하고 <샘>은 팽나무 위를 쳐다보며 불렀다.

하지만

팽나무 위나 주변에 <쌍칼>은 없었다.


<샘>은 몽돌해변으로 달렸다.

혹시

해변가에 <쌍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쌍칼>은 보이지 않았다.


멀리

왕소사나무 군락지에서 고양이들이 마을로 내려오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팽나무 아래로 몰려왔다.


<샘>!

<쌍칼>은 어디 있어?"

하고 어린 고양이가 물었다.


<샘>은 대답할 수 없었다.

어린 고양이들은 나무 위를 보고 <쌍칼>을 찾았다.


"없어!

<쌍칼>이 없어."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말하자


"맞아!

<쌍칼>이 없어.

죽었을까!"

또 다른 어린 고양이가 옆에 있는 고양이에게 말했다.


"설마!

<쌍칼>은 죽지 않았을 거야.

이 섬

어딘가에 있을 거야."

하고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말했다.


<샘>은

몽돌해변을 고양이 무리와 걸었다.

해변 한가운데서 <샘>은 자리 잡고 앉았다.

따라오던 고양이들도 하나 둘 앉아 바다를 응시했다.


"없어!

섬 어디에도 없어."

하고 <샘>이 말했다.


"<쌍칼>!

이 섬에 없다는 거야?"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물었다.


"없어!

팽나무에도 없어.

해안가에도 없어.

아니

이 섬 어디에도 <쌍칼>은 없어."

<샘>은 섬을 돌며 찾았다.

아니

<쌍칼> 시체라도 찾고 싶었다.


아침 햇살에

잔잔한 바닷물이 반짝거렸다.

가끔

물고기들이 고개를 내밀고 고양이들을 보고 사라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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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를 훔친 고양이 샘!>은 출간된 동화입니다.

1권과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표지 그림 나오미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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