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봐!
가장 빠른 게
시간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시간보다 더 빠른 것을 찾았다.
그것은 기다림이었다.
시간이란!
약속하고 기다리다 보면 미칠 지경에 이른다.
약속 시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포기할 때도 있었다.
나는
기다리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기다리기로 했다.
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게 와도 기다렸다.
식당에 가서
요리가 늦게 나와도 기다렸다.
버스가
시간에 맞춰 오지 않아도 기다렸다.
기다림은
묵묵히 수행하는 것과 같았다.
기다리니까!
친구가 미안해 했다.
기다렸더니!
맛있는 요리가 나왔다.
늦게 도착한 버스를 탔더니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다림은
더 좋은 결과를 선물했다.
"이거야!
한 템포 늦추는 거야.
아니
느림과 기다림이 승리한다는 쪽에 마음을 두자!"
나는 느림과 기다림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달았다.
이제야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기다리지 못하고 포기한 것들의 망상을 열거하며 후회한 적 많았다.
그림 지승현 /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43기
빠름도 좋다.
하지만
어떤 일은 느림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호랑이가
사냥할 때의 기다림도 같았다.
사냥하기 위한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사냥감이 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나는 좋은 위치도 선점하지 못했다.
사냥감이 오길
묵묵히 기다리지도 못했다.
꽃이 필 때도 그랬다.
꿀벌과 나비가 꽃망울을 터트리라고 유혹했다.
하지만
꽃은 묵묵히 기다렸다.
그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자연이 허락한 시간을 기다렸다.
꽃은
서두르지 않았다.
꽃이 필 날이 되자
거침없이 꽃망울을 활짝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