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늑대를 찾아갔어!
유혹에 빠진 동화 197
여우가 늑대를 찾아갔어!
가지 않는 길!
가끔
프로스트의 시를 읽는다.
마치
내가 길을 잃고 헤매는 것처럼!
모두가 그렇듯
앞만 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옆과 뒤는 중요하지 않았다.
특히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관심도 없었다.
모두가 가는 길이어야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길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 뒤로
나만의 길을 찾고 홀로 떠나야 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그 길을 걸으면서 자꾸만 뒤돌아 봤다.
혹시
누군가 따라오지 않을까
또는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걸어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뒤를 돌아보게 했다.
하지만 혼자였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은 누구도 오지 않았다.
고달픈 삶이었다.
아니
외로운 삶의 무덤을 스스로 파고 있는 듯했다.
그림 박민서 /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43기
아무도
가지 않는 길에서 동물들을 만났다.
동물들은
늑대와 여우가 보이지 않자 궁금한 게 많았다.
"이봐!
여우가 늑대를 만나러 갔을까?"
호랑이가 물었다.
"당연하지!
여우는 늑대를 만나러 갔어."
물개였다.
"아니야!
늑대가 갔어.
여우를 만나러 말이야."
하고 곰이 말했다.
"그렇지!
늑대가 갔지.
여우는 꾀가 많아서 늑대를 만나러 가지 않았을 거야."
하고 호랑이가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들!
여우는 늑대를 만나러 가지 않았어.
스스로
죽으러 가는 여우는 세상에 없어.
아니야!
그 여우는 늑대를 만나러 갔었지.
산 모퉁이에 있는 늑대 집을 향해 갔어.
그런데
산을 오르다 독수리 밥이 되었어."
하고 어디선가 누군가 말했다.
수달 같았다.
"정말!"
"봤어!"
"거짓말이지!"
동물들은 모두 믿지 않았다.
여우는 늑대를 찾아갔을 것으로 믿었다.
아니
늑대가 여우를 찾아가 잡아먹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우는 늑대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 여우는
어린 왕자를 따라갔다.
늑대도 알았다.
어린 왕자와 여우가 어느 별을 향해 하늘 높이 날아가는 모습을 봤다.
늑대도 따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늑대는 여우를 잡아먹겠다는 욕망이 앞섰다.
그 욕망의 늪에 빠진 늑대는 하늘을 날 수 없었다.
동물이 모여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신기했다.
나도 그 자리에 참석해 수다를 떨고 싶었다.
"음!
죽고 사는 문제는 신의 뜻이야."
하고 말하는 순간 동물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렇지!
만물의 영장을 무서워해야지.
아직!
인간을 무서워하긴 하는 군."
나는 턱을 만졌다.
수염도 없는 턱을 만지는 손이 부끄러웠다.
"언제까지!
만물의 영장 타령을 할 겁니까."
하고 숲에서 들렸다.
조금 전에 봤던 동물들이었다.
나는
많이 부끄러웠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조용히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걸었다.
앞만 보고 걸었다.
지금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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